햇살이 따듯하여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은 남편의 텃밭이다. 꽃과 야채를 기르기도 하지만 나무로 상자를 짜서 대추나무, 사과나무도 심어 놓았다.“여보, 이리 와 봐요, 복숭아나무에 살구꽃이 피었어요.” 남편의 상기된 목소리다. 옥상에는 먹고 버린 복숭아씨에서 싹이 나서 자라는 개복숭아나무가 있다. 열매는 달리지 않지만 봄이면 화사한 꽃을 보여 주었다. 남편은
- 정정연
햇살이 따듯하여 옥상에 올라갔다. 옥상은 남편의 텃밭이다. 꽃과 야채를 기르기도 하지만 나무로 상자를 짜서 대추나무, 사과나무도 심어 놓았다.“여보, 이리 와 봐요, 복숭아나무에 살구꽃이 피었어요.” 남편의 상기된 목소리다. 옥상에는 먹고 버린 복숭아씨에서 싹이 나서 자라는 개복숭아나무가 있다. 열매는 달리지 않지만 봄이면 화사한 꽃을 보여 주었다. 남편은
지난해 가정의 달이자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의 일이다. 정부와 의사협회 간의 대립이 계속되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변종 팬데믹에 감염된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였다.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는 삶의 철학을 갖고 시간이 돈이라는 마음 자세로 노후를 지내는 와중에 뜻밖에 장애가 생겼다.대머리 수준의 머리를 감다가 우측 귀에 물 한
전통시장인 오일장이 서는 날, 둘러보러 갔었다. 너른 인도지만 노점상들이 다 차지하여 농산물 및 수산물과 각종 생활용품을 진열해 놓은 데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북적북적해 통행로가 더욱 좁아져 다니기가 불편하기 짝이 없고 왁자지껄하였으나 전혀 싫증이 나지 않고 장날의 묘미로 다가왔다.장날은 생생한 삶의 에너지가 항상 넘치고 단순히 사고파는
북엇국은 시원한 맛이 일품이라서 해장국으로서는 으뜸이다. 명태가 바다 속을 떼지어 다니듯, 무교동 입구에는 북엇국을 먹기 위해 때를 가리지 않고 손님들이 떼로 몰려드는 집이 있다. 무슨 기묘한 마법에라도 걸렸던지, 술꾼들은 그 집 가마솥에서 설설 끓는 북엇국의 허연 국물을 보기만 해도 속이 확 풀린단다.명태는 본디 찬 바다를 좋아해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주로
젊었을 때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할아버지 세 분이 계셨는데 한 분이 낚시 도구를 챙기셨다. 그를 본 다른 할아버지가 “낚시 가나?” 묻자 “아니, 낚시 가” 대답했고, 그 대화를 듣던 다른 한 분이 “나는 낚시 가는 줄 알았지” 하고 말했다. 그때는 그 이야기를 듣고는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런데 요즘 어떤 학부모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선생님, 너
버스를 타면 늘 창가에 앉는다. 창밖을 내다보며 버스가 연출할 도로변의 풍경을 관람하기를 기다린다. 휙휙 뒷걸음질 치는 가로수, 매일 똑같은 표정의 상가 간판들은 단조로워도 시커먼 공간의 지하철보다는 훨씬 낫다. 어제 본 곰탕집 간판도, 비슷비슷한 차들의 모습도 어제와 오늘의 감성이 다른 만큼 달리 보인다. 봄철 인도를 점령한 앙증맞은 꽃들은 쓰다듬고 싶다
내 얘기 좀 들어 봐! 한 친구가 말했다. 여간해서 속내를 꺼내지 않던 그녀가 웬일인가 싶어 귀를 기울였다.얼마 전 시누님이 아침에 방문했어. 대뜸 아버지가 왜 이렇게 마르셨어? 하는 거야. 그렇지 않아도 검진받으셨는데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해요.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셔서 그런 것 같아요 했더니, 아버지 연세가 어때서? 하며 시누이 언성이 갑자기
한국고서연구회의 창립(1982년) 회원으로 책에 대해 관심이 많다. 대구에 살기 때문에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고서회 매월 모임에는 참석하기 어렵지만 연말 정기총회에는 참석한다. 회원 모두들 책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고, 각자 저마다 책 수집 성향이 다르다.나는 방언학 분야의 책을 주로 수집한다. 방언사전, 방언 책, 방언 논문에 많은 관심이 있다. 대구에서
눈이 내린다. 하얀 눈발이 선운사의 지붕과 마당을 덮고, 탑 위에도 조용히 내려앉는다. 이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세상이 멈춘 듯한 고요함이 온몸을 감싼다. 눈은 쉼 없이 낮게, 천천히 내린다. 마치 하늘에서 누군가가 사려 깊은 손길로 세상을 감싸주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고요함 속에 나 자신도 한 조각으로 스며드는 느낌에 조용히 숨을 고른다.선운사의 뒤
우리나라 연꽃의 본산인 관곡지에 연꽃을 보러 가기로 한 날인데, 새벽부터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창밖을 연방 내다보며 어떡할까 망설일 때, 친구가 계획대로 가자고 전화를 했다.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또다시 지하철을 갈아타고 소사역에서 내렸다. 친구와 만나 마을버스를 타고 동아아파트 앞에서 내려 걸어가는 중에 다행히 비가 멎었다. 작년에는 연꽃 테마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