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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내 몸에 박힌 가시

장미는 가시로 꽃을 피워요몸 안에 가시가 피를 품어내요몸 안의 가시가 한 타래의 진한 향기를 뽑아내요고통에서 삶을 빌려왔기에 아픔을 꽃으로 피워내는 것일까요 가시는 꽃을 돋보이게 하는 마지막 자존심이에요가시는 아픈 손가락이에요내 몸 안의 죄와 암과 질병에 항체를 만들고허약한 것과 능욕과 핍박에 면역력을 키워요송곳처럼 에이는 가시는 자기를 지키는 방

  • 김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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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허공 위에 허공을 올려 놓고

하늘이 지워지고 있었습니다파란 마음 지워가는 저 하늘 때문에불현듯 무서운 생각이 밀려왔습니다때로는 양떼구름과 새털구름이 수를 놓을 때도 두려움은 티끌만큼도 바닥에 쌓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혼란스러운 기억으로 가득합니다 새들 지저귀고 벌 나비가 날던 시절은 다 어디로 숨었는지사라지고 없습니다높이 뜬 비행기가 길게 가로를 긋고

  • 배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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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보고 듣다

세상 인간사의 갈등과 싸움은듣는 것과 보는 것에서 시작되고행복과 고통, 사랑과 증오까지도 좌우될지니 듣고 싶은 것만 듣고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하지만 그 반대의 것들도 눈과 귀로 마구 파고 들어오니 그것들을 이 겨낼 장사 있으랴혹자는 스스로 들어선 안 될 것을 몰래 듣고 싶어 하고 봐선 안 될 것도 기어코 봐야

  • 안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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