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장가들기 좋은 날선명하게 첩첩 포개진 섬들을 멀리서부터 하얗게 지우며 달려옵니다 이렇게 쨍쨍한 날이라 더 황당하여 당황스럽습니다만 긴 기다림 끝 에 이렇게 잠시라도 그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벅찬 행운임을 압니다기별도 없이 급히 왔듯이 금세 또 얼굴만 보여주고 떠나가겠지만 스쳐 가는 그대 뒷모습만이라도 족하기에 붙잡지 아니
- 곽상철
호랑이 장가들기 좋은 날선명하게 첩첩 포개진 섬들을 멀리서부터 하얗게 지우며 달려옵니다 이렇게 쨍쨍한 날이라 더 황당하여 당황스럽습니다만 긴 기다림 끝 에 이렇게 잠시라도 그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벅찬 행운임을 압니다기별도 없이 급히 왔듯이 금세 또 얼굴만 보여주고 떠나가겠지만 스쳐 가는 그대 뒷모습만이라도 족하기에 붙잡지 아니
급하게 오르다보니 다리가 아프다. 오를 때보다 내려가는 것이 더 곤욕스럽다. 거친 바람이 지나간다.굴참나무가 우는지 노래를 부르는 것인지 거친 소리를 낸다. 후드득 후드득철없는 것들이 엄마품을 빠져나와 제 멋대로 굴러간다. 시궁창이다.바위틈이다. 낭떠러지다.아슬 아슬 걸려있는 놈들이 아우성이다. 오를 수
산천을 피로 물들이던 총성이 멎은 지 오래되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호국영령들그날의 전투화를 신은 모습 그대로어두운 산하에 누워 눈을 감지 못하고 있으리라 늦가을 차가운 햇살에 흐느끼는 님이여빈 나뭇가지 사이로 반짝이는 별빛들소리 없이 숨어 울다 지쳐 잠든 지하방 이곳에서 고향 산천을 부르다 눈을 감지 못하고 잠든 님이여발굴단
같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엘리베이트 안에서는모두 벙어리가 된다.인사할 수도 없고인사받을 수도 없는넓은 강물이 흐른다.서로 불편하지만침묵을 지켜야 한다.에프터 서비스 오는 날반갑지 않다. 기사님에게 눈은 어떻게 쳐다봐야 하는지 말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혹시 범죄자로 불러가지나 않을지 불안하다.관공서 전화도미리 종
은빛 좌운 저수지 맴도는상서로운 기류 속엔 그대의 머릿결 향기 싱그러운 들꽃 향 머금고 있었소아름드리 느티나무 그늘 아래 바람이 머물고 있을 때그대와 나, 옹이 박힌 발걸음 쉬어 갑시다 혹여 날아드는 새들 눈동자엔우리 부부가 아름다운 공작새 한 쌍으로 보일지도 모르잖소여보, 오늘 같이 좋은 날지금 누가 그림으로 그려 준다
초겨울 어느 날미늘에 걸린 하늘을 본다가슴에 품은 푸른 바다가 유난히 뒤척이고 바다에 빠진 붉은 겨울 해가 건져진 날이다 노숙을 하는 그들이 세는 밤의 세월입을 벌리고 산간마을의 겨울을 들이면 바다 속 기억들이 조금씩 마른다밤에는 몸이 얼도록 몰아치는 칼바람도 맨몸으로 맞이해야 하는 저 노숙자들한낮이면 언 몸 잠시 풀어
가장이 거처하는 방을 이르러다감한 소통의 사랑방이 있다. 유학이 만연한 조선사회생활양식 민가의 사랑방과 상류 부유층 독립된 건물 사랑방이 있었다.담을 둘러친 사랑채대청마루와 툇마루까지 갖추어 출입을 제한도 하였다.문(文)을 중요시했던 상류가의 남자는 독서를 하고 사색을 즐기며 학문적 대화를 나눌 별도의 공간단순히
꽃중의 꽃, 가장 아름다운 꽃 산청 단성 사월리 한여름 뙤약볕에 목화꽃이 피었다1)공민왕대 원에 간 서장관 문익점 선생진실 알고서야 강압에도 굴함 없이머나먼 강남 귀양 그 충절이 빛났다.2)부원배(附元輩) 덕흥군의 난이 쓸린 후3) 간난신고로 목화 씨앗 붓대롱에 숨겨와서 우리 백성 의복 따뜻하게 지어 입혔다 씨앗
수평선 저 너머두터운 구름 덮고해맑은 빛 덩어리 숨어있다. 눈부신 화살촉검푸른 바다에 꽂히니 윤슬이다와와와 소리지르며 춤추며 달려온다 보라온 세상 깨어난다 저 빛물체 그 너른 품 오라어둠은 쫓겨난다웅크렸던 삼라만상 제 빛 찾아 깨어난다 물고기 가득 싣고 고기잡이 배 돌아온다‘와서 아침을 먹어라’(요한 2
살아오며 오르고 내린 계단의 수가 얼마나 될까 오른 계단은 여지없이 내려와야 했으니아직 내려 딛지 않은 계단의 수는 또 얼마나 되려나 처음에는 누구나 직각으로 오르다가어느 순간부터 예각으로 무너져내리기 마련이다 턱까지 차올라 더는 들숨이 쉬어지지 않을 때도계단의 모서리는 여전히무딘 단면을 무심하게 갈고 있었다 정상은 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