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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맞는 신발 찾기

한국문인협회 로고 곽인화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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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잠을 자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신발을 신고 생활한다. 신발은 외부로부터 발을 보호하고, 미끄러짐이나 상처로부터 안전하기 위해서 신는다. 또 신발은 장시간 보행이나 움직임에도 발의 피로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본래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되었지만, 오늘날은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게 되었다.
올해도 신발을 모두 꺼냈다. 나는 신발을 창고 안 신발장에 보관하고 있는데 여름이면 창고에 습기가 차기 때문이다. 꺼낸 신발을 바람에 말리고 방습제와 함께 상자에 다시 넣어두곤 한다. 펼쳐놓은 신발들은 계절과 용도에 따라 방한용, 여름용, 운동화 등 다양했다. 나는 다가오는 여행에 대비해 슬리퍼를 하나 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신발 중에는 사촌동생이 선물해 준 예쁜 꽃무늬를 그린 검정 고무신과 딸이 집에 올 때 신는 슬리퍼가 2개나 있는 걸 보았다. 또 신발이 오래되어 수명이 다했거나 기능적으로는 멀쩡하지만 앞으로도 신지 않을 것들이 눈에 보였다. 그중에서 여름용 망사구두와 주황색 로퍼는 그동안 잘 신었는데 아무래도 불편해서 신기에는 꺼려졌지만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맞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주고 싶은데 신던 걸 주기에는 마음이 선뜻 내키지 않아서 주저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큰마음을 먹고는 같이 근무하는 동료에게 신어보라고 하니 넉넉하게 잘 맞았다. 나보다 한 치수 작게 신지만 조금 커도 괜찮다고 했다. 그녀는 덩치가 작아서 발도 아주 작을 것으로 생각해서 묻지 않았었는데 물어보길 잘했다. 그날 그렇게 두 켤레를 정리했다.
2년 전 스페인에 갔을 때다. 첫날 시내 관광을 하느라 2만 보쯤 걸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는 운동화였는데 신발이 작았는지 발톱 두 개가 아프더니 색이 까맣게 변했다. 다행히 여분으로 가지고 간 샌들이 편해서 여행 내내 신고 다녔다. 스페인의 한 아울렛에 갔을 때다. 어떤 신발 매장에서 남편과 나는 신발을 하나씩 샀다. 나는 운동화를 골랐는데 디자인과 색상이 마음에 들고 굽이 높지 않아서 안정감이 있고 바닥이 미끄럽지 않아서 좋았다. 처음 1년은 새 운동화를 아끼느라 신지 않다가 그 후에 신었는데 오래 걸으면 발가락 끝이 아팠다. 출퇴근 때만 신을 때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어디에 닿으면 아팠다. 아마도 발가락 끝이 신발에 닿아서 조금 부어 있었나 보다. 아무리 아까워도 그 신발을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사람에게 주어야 했다.
옷도 그렇다. 나는 기성제품 매장에서 파는 옷을 입으면 팔 길이가 조금 길다. 팔 길이가 긴 사람에게 맞추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옷을 구입할 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신발의 경우에는 달라진다. 팔 길이가 유난히 긴 사람이 기성제품을 구입할 때 자신에게 맞는 옷보다 더 큰 옷을 구입해야 할 수도 있는 것처럼 나는 내 발 길이보다 더 큰 신발이 필요하다. 내 발은 무지외반증 초기인 것 같다. 오른쪽은 거의 문제가 없는데 왼쪽이 문제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두 번째 발가락 쪽으로 과도하게 휘면서 변형을 동반하는 것인데 나는 발볼이 넓은 데다가 발톱도 길게 깎아야 한다. 딸은 나를 가리켜 포클레인 발톱이라고도 한다. 나는 걸을 때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의사의 진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왼쪽 발가락의 오른쪽 부분에 굳은살이 생긴다. 그래서 발 길이보다는 발볼에 맞추다 보니 신발이 너무 커진다는 것이다. 발 모양이 그러니 편하고 좋은 신발을 찾게 된다. 가격이 좀 비싸도 신어봐서 편하면 계속 그 브랜드의 신발을 구입하곤 한다. 신다 보면 같은 브랜드라도 신발의 디자인에 따라서 편하고 덜한 것이 있다.
얼마 전에는 모 월간지에 나온 신발가게를 보고서 좋은 것을 싸게 구입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고 인천의 한 시장에 갔다. 인천에 수십 년을 살면서도 처음 가보는 시장이었다.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인데도 한참을 돌아서 찾아갔다. 내가 봐둔 분홍색 여름용 운동화가 거기 있었다. 발톱이 아프지 않도록 해야 할 것 같아서 한 치수 큰 것을 신고 걸어보니 신발이 벗겨졌다. 잘못하면 넘어질 것 같았는데 남편은 그걸 보면서도 그 큰 걸 사야 한다고 했다. 내가 발톱이 아팠던 것을 잘 보았기 때문이리라. 나는 아무래도 넘어질 것 같아서 맞는 것으로 사고 봄가을용으로는 분홍색보다 큰 것으로 하나 더 샀다. 그 짙은 남색 운동화는 크지만 잘 벗겨지진 않을 것 같아서다. 이번에 산 분홍색 여름 운동화를 처음 신는 날이었다. 아뿔싸! 물기가 있는 바닥을 걸으니 미끄러웠다. 이번에는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지 미리 체크를 하지 못했다. 넘어지면 큰일인데….
나를 비롯한 사람들에게 신발을 잘 신는 것은 발뿐 아니라 몸의 피로도를 낮춰주는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신발이 마음에 들어도 신발에 발을 맞출 수는 없다. 내게 신발은 패션 아이템의 역할보다는 기능적인 측면이 중요하다. 내 발에 맞고 편한 운동화를 찾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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