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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죽음을 곡하노라

한국문인협회 로고 신용우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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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몹시 더운 날이었다. 일어나서 환기시키느라 창문을 열어놓으니, 후덥지근한 공기가 들어온다.
옥상에 올라가는데 철재 난간이 따뜻하다. 화초에 물을 주고 몸풀기 운동 조금, 그리고 파, 풋고추 몇 개 따 가지고 내려와서 아침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안방 쪽에서 매미 소리가 들린다. 창문을 열어놓아 소리가 크게 들리는구나 무심히 생각하고 아침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매미 소리가 또 들린다. 창문 안팎을 보아도 보이지 않는데….
마침 병원 예약 시간이 되어 준비하고 나가려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그놈이 기어나갈까? 그러다가 하늘을 보니 비가 올 것도 같아 창문을 닫고 나갔다.
비가 많이 오지는 않았지만 갔다 오는 2시간 동안 마음이 바빴다. 집에 오자 매미 구출 작전이다. 높고 낮은 의자를 놓고 스마트폰에 손전등을 켜고 살피던 중 화장대와 장 사이에서 매미를 발견했다.
그것을 꺼내 집어 창밖으로 손을 내밀어 던지려는데, 내 손에서 떨어지지 않고 기어 올라 징그러워 손을 흔드니까, 웬걸 방 안으로 날아들었다. 순간적인 일인데, 이젠 매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도 없다. 참 실수다. 비닐봉투에 담아 옥상에 올라가서 날렸더라면 좋았을 걸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이젠 늙어 제대로 하는 일이 없구나 자책하고 매미를 찾는데 소리가 깊은 곳에서 나는 것 같다.
장 틈으로 또 밑으로 기어들어갔나? 큰일이다. 장을 들어낼 수도 없고 복잡한 마음으로 있는데 조그맣게 찍 소리가 들리더니 그 소리가 끝으로 이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저녁이 되고 밤이 되었다. 혹시라도 살아 기어나가기를 바라고 창문을 열어놓고 잤다. 요즘 같은 열대야에는 항상 문을 닫고 에어컨을 켜고 잤는데 오늘은 예외다. 그리고 아침 일어나서부터 오후 늦게까지 창문을 닫았다. 매미가 또 날아들까 무서워서…. 염천(炎天)에 방 안 환기도 못 하고 지냈다. 철이 바뀌어 매미 소리가 안 들릴 때까지.
듣기로 매미는 7∼8년을 땅속에서 유충으로 수액을 먹으며 살다가 허물을 벗고 성충이 되어 2∼4주 살다가 죽는데, 그동안 짝짓기하고 알을 낳아 대를 잇고 짧게 산다.
매미 우는 소리는 수컷이 암컷을 찾는 소리라고 한다. 무더운 여름날 그늘에 앉아서 매미들의 합창,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 시원하고 상쾌하고 즐겁다. 같은 생명체라도 모기는 피를 빠는 해충이라 귀찮고 싫은데 비해 매미는 이슬과 나무 수액만 먹고 사는 귀한 생명인데, 그런 놈이 우리 장 밑에 죽어 있다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할 수 없지, 그놈의 운명이라고 내 마음을 달래 본다.
작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저녁나절 옥상에 올라가니 빗물받이 물에 매미가 떠 있다. 건져 보니 움직이기에 꽃 속에 넣어놓고 이슬이나 수액, 꿀이라도 먹고 소생하기를 바랐다.
다음 날 일찍 올라가 보니, 죽어 있는 매미 몸에 개미 떼가 까맣게 엉켜 있다. 징그럽고 미운 개미들을 털어내고, 매미에게 네 혼이 까마귀 되어서 개미를 쪼아 먹으라고 저주했다.
무성한 여름, 맑고 푸른 네 노래는 즐거웠는데, 나는 슬퍼서 울고 싶은 생각뿐이구나. 오랫동안 땅속에 있다 나와서 날아다니는 삶이 짧으니, 이젠 마른 모양으로 나와 같이 편히 살자꾸나. 이렇게 아래의 시를 지었다. 나는 그 매미를 말려 유리상자에 넣어 지금도 보관하고 있다.

 

蟬死哭(선사곡), 매미의 죽음을 곡하노라

 

救蟬風雨暴(구선풍우폭)
移蘂露呑蘇(이예로탄소)
屍變凝群蟻(시변응군의)
態憎啄化烏(태증탁화오)
淸音歌樂爾(청음가락이)
應感泣悲吾(응감읍비오)
久蟄藏飛短(구칩장비단)
安居我貌枯(안거아모고)

 

사람이나 미물이나 목숨은 똑같이 소중하다. 생명을 타고났으면 정해진 기간 동안 열심히 살아서 자기 몫의 삶을 영위해야 하는데, 우리 집 창 안에 날아든 매미처럼 비명횡사는 슬픈 일이다. 만일 내가 지혜롭게 처신했더라면, 다시 말해 옥상에 가져가서 날려 보냈더라면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하고 몇 번의 후회를 했다.
지금도 우리 방 장 밑에서 말라 죽어 있을 그놈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작년에 죽은 매미처럼 곱게 모습 그대로 유리상자에 넣었다면 덜 미안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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