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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서영애(서울)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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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들에게 존경받는 한 성군(聖君)이 있었다. 행정부 수장 격인 관리에게 국민이 본받아야 할 것, 세상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일, 그리고 이 세상에서 가장 옳고 좋은 것만을 골라서 책으로 엮을 것을 하명하였다.
군왕의 명령이라 학문에 조예가 깊고 공심(公心)이 두터운 유능한 관리들로 편찬위원회를 만들고 나라 안의 미풍양속과 가화미담(佳話美談)은 물론, 경구(警句)인 격언, 속담 어록 등 모든 것을 모아서 편찬 부서에 보내도록 조치했다.
그 금과옥조를 갈고 다듬고, 곱게 비단결처럼 물들여서 수십 권의 책으로 엮어 임금님께 바쳤다. 완성된 책을 보신 임금님 안색은 그리 밝지 못했다. 생업에 바쁜 백성들이 이 두꺼운 책을 한가로이 보고만 있을 것인가를 되물었다. 그리고 수십 권의 책을 두세 권의 분량으로 줄여서 다시 만들어 오라는 불호령이 떨어졌다. 선비들이 밤을 지새우며 수십 권으로 만든 책 속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핵심만을 뽑아, 누가 보아도 완벽하다는 평가를 확신하며 두 권의 책으로 엮었다.
이번에도 임금님은 만족하기보다 두 권의 책 분량마저 백성에게는 부담이 되고 실제 생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질책했다.
편찬 책임자가 이번에는 직접 책을 만들기로 작정했다. 그를 모시고 백성의 일상생활에 귀감이 될 보감(寶鑑)의 편찬 작업에 오랫동안 애써 온 선비들과 관리들은 저으기 불안하고 염려스러웠다. 책임자는 평상시보다 더 여유 있는 태도로 하루하루를 유쾌히 보내고 있었다. 아무리 살펴본들 끙끙거리며 더 좋은 내용을 고르고 또 뽑으며 집어넣는 일이란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새 약속한 날이 밝았다. 책임직의 관리는 달랑 한 장의 종이만 갖고 임금님에게 다가갔다. 예를 다한 그 책임직은 종이 한 장에 적힌 것을 자신 있게 내밀었다. 임금님에게 지금까지 수십 권, 줄이고 또 줄여서 만든 두 권의 책도 백성에게는 크게 활용되지 못함을 이제야 깨달았다며 머리 숙여 진언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라고 큰 글씨로 쓴 종이를 임금님에게 내밀었다.
이 한 장의 종이를 받아든 임금님도 “그래, 이것이다! 옳다, 세상의 어떤 것보다 이 한마디가 최고의 가르침이요, 모두가 지켜갈 교훈”이라며 하루속히 나라 안에 임금님의 명령임을 홍포(弘布)토록 지시했다.
한 토막의 고사일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되는 지당한 경구이다. ‘공짜’란 이 세상에 있지도 않으며, 또한 가장 비싼 것이 되어 끝내 뱉어내고야 말 독약이다.
내 것, 남의 것마저 구분하지 못하고 제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공짜라 여긴 사람들이 어느새 줄줄이 묶여서 공짜밥 먹여주는 이른바 교도소로 끌려갔다. 사회의 지도자란 모름지기 인격과 지성과 덕망을 지녀야 하며 나아가 겨레와 조국의 발전에 기여할 책임 있는 행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
공짜를 좋아하다 쇠고랑 찬 이들도 우리가 훌륭한 인물이라면서 뽑아준 이들이다. 그들 또한 처음부터 공짜를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공짜가 결국에는 몰락과 파멸의 독소가 됨을 모르는 이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공짜, 그 달콤한 유혹에 우리가 빠져들지 않고 이겨내는 방법은 종교적 신앙을 가지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고 사전에 방비하는 철통같은 무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해결할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 다시 말하면 경험하거나 연습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다. 죽음은 경험과 연습의 대상이 아니다. 그 누구에게나 죽음은 한 번밖에 없다. 그리고 전쟁도 연습할 수 없다. 그래서 전쟁에서 이기고자 훈련에 진력한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연습 삼아 나오는 사람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동식물을 막론하고 그 존재에 한계가 있다. 그것이 곧 수명이다. 우리 인간도 예외의 존재가 아니다. 수명이 다하면 죽음이란 절벽, 그 천길 낭떠러지에 직면한다.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얼마간의 수명 연장은 가능할 것이나 영원함은 없다. 죽음에 이르는 나이가 되면 어느새 나약해지고 두려움과 무서움, 그 절망감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그 어둠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친다. 죽음에 이르면 인간은 절대자인 신에 의지하며 구원을 갈망한다. 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나의 안락하고 건강한 삶을 이끌어가는 방법이란 반드시 성인들의 가르침에서 우리가 찾아야 한다.
예수님의 사랑, 공자님의 어짊, 그리고 부처님의 자비, 모두가 한결같이 나아가는 보람된 참된 가르침이다. 제대로 된 성품과 인격을 지닌 사람이라면 편협되거나 이기적, 독선적이어서는 아니 된다. 가장 보편타당한 것을 찾아, 내 것으로 만들고 올곧게 가질 때만이 행복이 샘솟을 것이다. 그 길이 곧 공자님의 중용이고, 부처님의 중도이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것이 동서고금의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교훈이라면 ‘중용과 중도’ 성인의 말씀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올바른 길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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