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말라버린 가녀린 줄기 살갗 찢어 틔운 노랑 싹눈돌 밑 샘물 파내어에미 젖 물린다 중랑천에 빠진 젖은 봄 건져영축산 바위에 널자작은 노랑 별꽃파란 하늘 보며 오물거린다 따스한 햇살꽃잎마다 행복 담아아주 작은 입들이새 생명 노래한다 바람에 실려온 봄 향기 산에 들에 창문가에도 잎새 보다 먼저내 품에
- 권준희
겨우내 말라버린 가녀린 줄기 살갗 찢어 틔운 노랑 싹눈돌 밑 샘물 파내어에미 젖 물린다 중랑천에 빠진 젖은 봄 건져영축산 바위에 널자작은 노랑 별꽃파란 하늘 보며 오물거린다 따스한 햇살꽃잎마다 행복 담아아주 작은 입들이새 생명 노래한다 바람에 실려온 봄 향기 산에 들에 창문가에도 잎새 보다 먼저내 품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곳내가 태어난 곳어린 시절 떠난 후 돌아가지 못했네 먹이 찾아 이곳저곳 기웃거리던 닭을 쫓던돼지에게 뜨물을 갖다주던마루에 앉아 쪽문으로 바람에 날리는 옥수수잎을 바라보던 그때 그 풍경은 찾을 수 없네 옛집은 사라지고부모님은 하늘에 계시는데자손 대대 이어지기를 원하시던 아버지의 땅 배부르고 가진 것
멀어져 가는 지난날 돌아공평한 시간 함께 해왔건만경험의 폭을 늘려가는 시점인생 견딤과 삶의 즐거움을보상받아야 할 그때 날마다 새로운 것들의 등장디지털의 그림자 속 문맹을 실감하며 화려한 조명 무대 뒤로온건하게 진정시키는 옛것들 가족은 흩어지고 이웃은 멀리 떠나 낭만은 사라지고 추억만 남아내가 아는 이 부르던 이름을하나씩
마그마의 귀속에연결된 첨성대가 달팽이관을관찰하고 있다 지구의수평을 저울질하고 있던 붕장어가 ‘휙’ 지나간 자리에서 회오리의나선을 타고 일어나는 해일 물위로떠오르는 금관 멈춰진 시간이찾아들어간천년고도의 맥박 그 위를지나던 물새소리가 맥박 주위를 맴돌던
내가 가진 초가집이 많다고 생각했다행복을 바램이라는 시인의 초고 같은 눈이 내린다헛된 욕심을 버리면 겨울비도 꽃이 되어최상의 허무 없는 삶으로 마음은 비움겨울이 흘러 내리다 천변에 울고 있다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행복한 꼭짓점 자리갈대가 눈물 아닌 눈물에 푹 젖어 있다 그리해난 오늘도 초록빛 꿈을 꿈꾼다초록빛에 꿈 꾸는 게 아니라
싸늘한 한기가 감도는시장 입구 난전에어설픈 모습으로 앉은 여인눌러 쓴 모자가 늘어졌다 바닥에 깔린 채소가 안쓰러워고구마 줄기 한 바구니 사고만 원짜리 건네니앞치마에서 나온 거스름 돈 한 손으로 잡기 어려울 만큼두둑한 지폐뭉치잔돈 받아들고 돌아서려니달랑 만원인 지갑이 부끄러워얼굴이 지갑처럼 구겨진다
알아볼 수 있을까다른 얼굴은 아니겠지모르고 지나치진 않을까 52년의 시간을 뛰어넘어친구를 만나러 가는 시간마치 엄청난 사건을 마주하듯 설렘과 반가움이 뒤죽박죽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동화 같은 세상을 나누며다시 써 내려갈 추억의 한 페이지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반세기도 지나 만난다는 것이
땅이 갈라지기 시작하니마음에 금이 간다오늘도간절히 올려다보는 하늘 일기예보엔 오후 한때 소나기 잡힐 듯한 동아줄을 보며 몸은 비 맞을 연습을 한다 나에게는구름 그림자만 내려놓고 건너 마을엔땅이 흔들리는 큰소리에 마른하늘이 깨지며쏟아지는 물줄기 비설거지로 부산하다 나는젖을 준비만 한 채&
따르릉 “여보세요”“그래, 나다. 별일 없니?” 볼멘소리로 대답한다.“네, 왜요? 바빠요”“알았다, 일해라” 초저녁의 통화는 밤을 건너새벽에야119를 불렀다. 그 이후주인 잃은 핸드폰은 계속 울린다. 아침보다 먼저 창문에 닿은 빛이방 안의 먼지를 일으킨다. 어제의 말들은아직 바
생각과 무관한 잠재의식에 대하여낯익은 교실에서 동창도 아닌 녀석들과빈 답안지를 들고 낑낑대다가 반수면 상태로 맞이하는 아침 새가 되어 날아갈 참으로허전한 겨드랑이를 만져본다든지번식하는 잠재의 부스러기를 긁어모아아무 생각도 없을 식물이 어떻게보호색으로 진화하는지와 꽃이 예쁘게 피면 자주 꺾인다든지나무가 웃자라면 목이 잘리는참사를 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