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 번씩 너의 가슴 열어젖히고내 욕심 채우려고 네 속을 얼렸다마지막 전원을 뽑는 순간가족사가 풀풀 난다큰아들 고등학교때 우리 집에 들였으니주민등록상 함께 산 것은 아내 다음 너였구나네 속을 닦아내다가울컥 목이 북받친다고향집 공구통은 어머니의 헌 냉장고옆집 고모 오이맷국 넣으러 오던 그 냉장고 주인집 괄세 받던 시절문간살이 생각난다이 빠진
- 김종길
하루에도 몇 번씩 너의 가슴 열어젖히고내 욕심 채우려고 네 속을 얼렸다마지막 전원을 뽑는 순간가족사가 풀풀 난다큰아들 고등학교때 우리 집에 들였으니주민등록상 함께 산 것은 아내 다음 너였구나네 속을 닦아내다가울컥 목이 북받친다고향집 공구통은 어머니의 헌 냉장고옆집 고모 오이맷국 넣으러 오던 그 냉장고 주인집 괄세 받던 시절문간살이 생각난다이 빠진
진달래 개나리가 활짝 피는 소월리에입춘대길 찾아오면 오십천은 흐르고아득한 수평선 위로 갈매기 떼 날으네어두운 근심 같은 칠흑빛 동해에는그 어둠 밝히려는 하나의 등불이듯주문진 밤바다 가득 집어등이 켜진다
황망히돌아서 간다바람 찬담 모롱이를식어버린 눈물 한 술데워 먹일 겨를도 없이찢기고얼룩진 채로 가출하는 저 치맛자락
야채죽도 끓고 내 속도 끓는다당근과 버섯이 오늘의 재료불인 너 물인 나함께 끓기 시작하는 임계점을 무사히 넘어야 우러나는 깊은 맛요리비결은 눈대중 저울과 손대중 감눌거나 설 익거나얼른 조미료를 치고 빠지려다 엎질러짜거나 떫거나매끄럽지 않아 걸리는 목 넘김쓴소리 두어 꼬집에 다독거리기는 샷 추가 반복의 간 맞추기에도죽도 밥도 아닌 죽어깨너머 눈치 교
물 같은 세월은등 뒤의 진실을 알려 하지 않았다흉몽이었다요추(腰椎)와 천추(薦椎) 사이외마디 소리가 들렸다엉치를 관통한 고통은 아래로 더 아래로눈을 번뜩이며 발끝을 겨눈다그 산비알채송화며 투구꽃이며 각시취꽃 향유꽃 구절초꽃… 계곡물 타고 내리며길 틀어막는 잡초들 제치고제 후밋길 내어주던 초가을 꽃 무리서로 몸 부비며 일어나꺾인 허리로 들머리 지키고
바라보았을 뿐이에요별다른 흑심 없이 마주쳤거든요사생활 침해 혐의라니요?데이터 통신망 등에 배포한 일 없어요관심을 빙자해 불편을 주었던 행동도 아니에요권리 침해 같은 물리적 행위는 더더욱 아니지요굳이 말하자면계절마다 저장했던 한 컷의 사진과 마음 들뜰 땐 영상 한 편씩 남겼던 게 전부였으니까요매일 아침 첫인사 나누는 숲에선처를 부탁이라도 해야 할까요
모양도 없는 것이색깔도 없는 것이냄새도 없는 것이 맛조차 없는 그것 마음있어도 없고없어도 있는살아 숨 쉬고 수시로 얼굴 바꾸는 마음선과 만나면 천사로악과 만나면 악마로사랑하고 이별하는 빛과 어둠 바람이어라누구나 다 갖고 살면서도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것유아 청년 장년 노년에 따라 다 다른 마음볼수도잡을수도없지만말하고 느끼고 듣는 마음희비애락과 사랑 이별의 원
봄 다 지나고기다림 끝에목덜미가 긴 미녀처럼가녀린 줄기에 매달린빛 고운 참으아리 꽃양지 바른 산비탈그리움 날개 삼아내민 얼굴빛고운하얀 참으아리꽃 참 예쁘다그래, 예쁘고 아름다움 갖춘초록빛 오월의 숲에 피는 들꽃 참으아리 꽃보면 볼수록 곱고나너도 나처럼그리움에 젖어 사는가 보다그리워하는 마음마저 고운 들꽃빛 고운 참으아리꽃이구나.&
첩첩산중 반쪽 푸른 하늘 하얀 구름 한 조각힘겹게 준령을 넘는다계곡 물소리 새벽을 열고 소쩍새 울음에 노을이 지는 소나무 숲 너와집 뜨락 오늘도 시혼(詩魂)을 심는다빨강 꽃 심으면 노랑꽃이 파랑 꽃 가꾸면 보랏빛 피는 불모지 글밭에는 잡초뿐이다산허리 돌아 흐르는 저녁 강 세월을 씻는 갈색 그림자
찻집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 바라보며망중한을 즐기려는데손가방 흔들며 뒤뚱거리는 세 뚱보 할머니의 뒷모습자신도 백수(白叟)임을 잊고 찌푸려지던 얼굴이머리에 떠오르는 데스 브로피의 그림전시회 덕분에환하게 웃음꽃으로 피어나네우산 쓰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뚱보 할머니들맥주잔 들고 한껏 배 내밀고 서 있는 할아버지들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산책하는 노부부세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