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한때 남부럽지 않은 때가 있었다.한여름 바다로 산으로 돌더니 나를 놔두고 가족들이 떠났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달궈진 아스팔트 국도를 가족의 자동차를 따라 죽어라 뛰었다. “주인님 같이 가요.” 싸늘한 에어컨의 물방울 자국만 남기고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그 먼 곳을 찾아갈 수 없었다. 이
- 이명신
나도 한때 남부럽지 않은 때가 있었다.한여름 바다로 산으로 돌더니 나를 놔두고 가족들이 떠났다.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달궈진 아스팔트 국도를 가족의 자동차를 따라 죽어라 뛰었다. “주인님 같이 가요.” 싸늘한 에어컨의 물방울 자국만 남기고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그 먼 곳을 찾아갈 수 없었다. 이
지구는 불을 심장에 품고 바다의물도 안아 실어 온 생물을 살리시며 산을 높여 어머니처럼 보살피신다. 땅속에 무수한 자원을 저장하셔서 꿈의 도전하는 자들에게 나누어주며 발명가를 배출하고 기술자를 키운다. 땅은 모든 생물에 씨를 주어 자라며 꽃 피우게 하셨으며 열매 맺도록 하여 아름답게 번성하고 충
차 안의 음량을 높이고흔들거리는 차량의 속도를 느끼며거리를 질주한다내가 있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되었나 지구가 나의 무게감을 느끼지 못하는 그간얼마나 많은 설움이 있었는지우린 그냥 여기 공간에 익숙해져시계 방향만 무심히 바라보며 오고 간다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나뭇잎 소리밤하늘에 설핏별들이 교차하며 지나가고 있다 모두 할 말을
어매는 열무단 이고아부지는씨암탉 새끼줄에 묶어삽짝을 나가신다 실타래 풀리듯 이 마을저 마을에서 쏟아지는사람들난생 처음 꼬뚜레 하고장터 가는 송아지가 어매를 찾는다 두 발 묶인 장닭이 소리쳐 울고 열무 소쿠리는 시들어 간다 행여돈을 샀을까월사금은 가져갈까 형제는빈집에 남아 구구단을 왼다
호호실실 손을 비벼 가며봄 파는 아낙네가 좌판에 펼친 봄!봄동, 시금치, 달래, 냉이그리고 그녀의 언 손그 옆을 달구는 화톳불이동장군에게 마음이 쓰이는지 넘실넘실춤을 춘다.
아기 울음이 메아리치던골목길을 언제 걸었던가아기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는귓전을 떠난 지 오래 되었고 춘삼월 잔디밭에아장아장, 아기 재롱은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동화로만 남은 옛 그림 어른 아기 웅성거리며소란스럽던 농촌 골목길은 한적한 산사의 법당길이 되어 내 발자국 소리만 뒤따라 오네
약속했었다 우리해질녘 긴 그림자로 푸석푸석 다가오는 늙어 감 애써 삶에 어떤 의미 심고 싶었을까당신은 나 위해 살아주기나는 당신 위해 살아주기왠지 모를 슬픔, 모른 척하며장난기 섞어 새끼손가락 걸었다 함께 길 걷다가또래의 사람 마주쳐 오면“저 사람이 더 늙었어? 내가 더 늙었어?” 그토록 늙어 보임에 불편해 하던 사람 전
나는 이 섬에서 절대로 빠져나가지 못한다그저 살 뿐이다 한낮에는 해에 기대고 한밤에는 달에 기대어 종용종용늙은 아내를 생각했다 쓰러지기도 하고자빠지기도 하면서불안하지만 꿈꾸듯이 먼 길을 왔다 아직은 길을 잃지 않고내 곁에 딱 붙어 있어 다행이다 다행이다, 밥 세 끼를 건사할 남새밭이 푸르고 이웃도 친구처
사람은 밥을 가장 사랑한다, 하자그러면화를 내는 사람술을 마시는 사람물을 버리는 사람, 사람들있다, 하자그런데사람이 어둠의 노예이었을 때어둠이 사람의 상전이었을 때밥을 가장 사랑하지 않는다, 한한 사람이 있다그를 일러시인이라 부르자배꽃비〔梨花雨〕내리는봄날매창시인 돌아오셨다시가 밥이 되는시간의 빗줄기를 뚫고매창뜸에 오셨다.
할머니는 멀리서도 나를 알아본다. 엄마 아빠가 맞벌이를 해서 나는 어려서부터 할머니 품에서 자랐다. 축구를 유난히 좋아했던 나는 매일 친구들과 어울려 공을 찼다. 환한 달밤이면 혼자 공터에 나가 보름달과 놀았다. 나는 공만 보면 새처럼 날아 다녔다. 그런데도 할머니는 공부하라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강력한 수비와 파워로 4강 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