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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콩나물 교실의 휴일과 산촌의 고옥

나의 작가생활 50여 년 중 절반은 서울에서 교직과 더불어 동화를 써 온 콩나물 교실의 휴일이 창작의 산실이었다. 그러다가 교육정년과 함께 수도권 변방의 한 산자락에 펼쳐진 1만5천 평의 농원 한복판의 전원주택 한 채가 소설 창작의 후반기 산실이다.1971년 이원수 선생의 추천을 받아 아동문학인 동화 창작을 교직과 함께 병행해 왔다. 인구 천만을 넘는 거대

  • 조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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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2 672호 폭설

강변로 운행길에눈이 내린다갑자기 날아드는눈보라에 떠밀리는지차량들의 속도가 느려진다 천지사방 눈이 내린다먼먼 시간의 언지리에서까마득히 잊고 살던하얀 추억의 파편들이한사코 몰려든다 차창에 부딪혀방울방울 눈물로 스러지다끝내 엉겨 쌓이는너의 눈빛 너의 목소리따뜻하기만 했던 날들 눈이 내린다갑작스런 폭설에 갇혀 강변 어디쯤 차를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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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2025.2 672호 인간이 먼저

글을 쓰는 사람을 문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문인이 쓴 것을 문학작품이라고 한다. 따라서 문인들은 그 문학작품이라는 것을 잘 쓰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꿔 말해, 문학성이 있는 훌륭한 작품을 쓰기 위해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을 창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노력만 한다고 꼭 될 일도 아니다

  • 김건중소설가 ·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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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생존자

여름빛을 힘껏 껴안은 바다는 눈이 시리고도 남을 만큼 투명했다. 수평선 너머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물결이 잔잔하게 일렁였다. 일렁이는 물결 사이로 하얀 포말은 엉켰다, 이내 사라졌다. 한껏 달아오른 모래가 뜨거울 법도 하건만, 그것마저도 따뜻하게 느껴질 만큼 바닷물은 차가웠다. 개장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생각보다 피서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해

  • 박지영(경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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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실종 중

새파란 바탕에 경찰이라는 단어는 흰색으로 돌출된 간판 앞에 섰다.눈에 잘 띄도록 제작되었을 것이다. 늘 무심히 지나쳤는데, 비로소 자세하게 보았다. 치안센터에 올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잘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도 나는 치안센터를 찾으려고 주변 상점에 물으면서 돌아다녔다. 경찰이라는 고딕체 단어는 경직되어 보였는데, 경찰 캐릭터 호돌이와 호순이가 활

  • 김현주(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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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9호 빨래터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가쓰라 조는 오랜만에 길에서 기무라 박을 만났다. 할 일 없이 집 안에서 빈둥거리는 게 지겨워 시장 쪽으로 가던 차에 마침 기무라를 만난 것이었다.“어이, 기무라! 오랜만이네. 요즘 뭐 하고 지내나?”사뭇 반가운 듯 상기된 목소리였다. 가쓰라 조나 기무라 박은 해방된 지가 삼 년이나 지났건만, 아직도 창씨개명했던 그대로 일본 이름을

  • 함계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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