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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읽히는 평론 쓰기를 위한 분투

다섯 번째 평론집 『문학 비평과 문예 창작론』을 상재한 지도 세 해가 지났다. 출판사에는 재고가 쌓여 있다. 앨번 커넌이 충격적인 저서 『문 학의 죽음』을 낸 것이 1990년이니, 시·소설·희곡은 물론 평론은 독자들의 관심권외에 방치된 지 오래다. ‘너도나도’의 수필은 보편적 속성 상 다소 읽힌다는 소식이다. 우리나라 문학 인구 1만 명대에, 그나마 노년층

  • 김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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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우석서실, 영성의 바다 안단테 칸타빌레

내 창작 산실은 우석서실(隅石書室)이다. 모퉁잇돌이 되고픈 신앙적 고백을 짙게 품은 명명이다. 그럼에도 묵중한 엄숙주의는 경계한다. 내 서실은 ‘홀로’의 공간이나, ‘더불어’정신이 생긋생긋 눈짓하는 곳이 기도 하다. 정신적 아버지 구상 시인의 에세이집 『홀로와 더불어』가내 서가에서 불침번을 서는 이유다.내가 문인이 된 길은 옛글 그대로 구절양장이었다. 한때

  • 김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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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 668호 서울국제 도서전에서 찾은 책의 얼굴

2024년 삼성동 코엑스(C&d1홀)에서 열린 서울 국제도서전 개막식은 6월 26일 김호운 이사장님이 한국문인협회 대표로 참석하셨 다. 1954년 출발하여 70년이 넘어가는 역사를 가지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이다.주빈국은 사우디아라비아였고 한국 측 부스 운영에 대한 정부지원이 아예 없었다는데 흥행점수는 코로나 이후 아주 높았다. 4월 대만 국제도서전도

  • 권남희수필가·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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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독자에게 갚아야 할 사랑의 빚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에게 등단이란 각고 끝에 얻은 첫 결실 혹은 오래 품어 온 꿈의 서막일 테다. 근래 등단제도를 거부하고 독자들과 바로 소통하는 이들도 다수 있지만, 아직도 여전히 등단은 문학 세계로 입문하는 작가의 첫 관문이다.보통 등단은 저명한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여러 해 글을 배우면서 쓰디쓴 합평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그 과정에서 자괴감으

  • 심은신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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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소설가는 본인의 프리즘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만들어야

수서 선생님 작업실을 방문한 날은 사흘 동안이나 장맛비가 계속 내리던 날이었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액자 속 아프리카 여인이 먼저 반겨주는 작업실 안에서 선생님은 여전히 넉넉한 웃음으로 나를 반기신다. 직접 물을 끓여 타 주시는 커피 향이 은은하게 작업실에 퍼지고,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은 선생님은 느긋하게 담배 한 개비를 물고 불을 붙인다. 언제나처럼

  • 김성달소설가·한국문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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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문영

1턱 관절이 아리도록 껌을 씹어댔다. 질겅질겅 씹어대던 껌을 더는 씹고 싶지 않아 버릴 종이를 찾아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호주머니 안 쪽에 있는 껌 종이가 손끝에 닿았다. 단물이 빠진 껌은 귀찮았고, 불편 했다. 단물이 빠진 껌이 사라지자 다시 껌을 사야하나 망설였다. 불필요한 거스러미처럼 호주머니 안에서 놀던 껌을 의식한 건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시

  • 신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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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여각구도

문 화백을 인터뷰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은 날은 유난히 날씨가 맑았다. 바람은 초여름의 먼지를 몰고 사라졌고, 맑아진 시야는 미술관 앞으로 펼쳐진 들판의 끝으로 시원스레 뻗어 나갔다. 먼 들판의 끝엔 두 개로 쪼개어진 채계 산이 조각상처럼 서 있었는데, 쪼개어진 산등성이를 출렁 다리가 느슨하게 잇고 있다. 누구라도 이곳을 찾게 되면 품게 되는 의문이 있을 것

  • 박진희(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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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바람이 얼굴을 스칠 때

힘들다. 오늘도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 일거리가 있어 좋다마는 해도 해도 너무했다. 야속한 컨베이어 벨트는 한시도 쉬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과로사가 이해되었다. 일이 없어 스트레스 받아 죽으나 일이 너무 많아 스트레 스 받아 죽으나 죽을 사람은 이래 죽어나 저래 죽어나 죽 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언제 죽음을 생각해 본 일은 없다. 인제는 죽음이 간당

  • 전흥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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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영덕 와우산에서 뜨는 세종시 정동진 일출

“이 선생, 우리 다음엔 어디로 탐방 가면 좋겠나? ” 이 선생은 멈칫했다. 학교 현장에서 고향사랑인문지리지 동아리 활동할 때 아이들에게서 듣던 소리다. 해맞이 가 모임의 주제로 떠올라 한참 열띤 토의가 진행되고 있었다.산악회 회원이 산에 갈 때는 안 모이고 회 먹으러 간다 니까 다 모이냐고 핏대를 세웠던 이도, 인류를 구하든지 나라를 구해 보려 모인 협회

  • 김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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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안면도 여행

거울 앞에서 지난 세월의 먼지를 걷어내듯 내 모습을 들여다본다. 내 나이는 바람결에 떠밀린 세월의 자취처럼 어느새 만 68세이다. 아내의 나이는 내 그림자를 좇는 바람결처럼 비슷한 만 71세이다. 현실을 점검하려는 듯 근래의 내 생활의 흐름을 둘러본다. 민달준(閔達俊)이란 내 이름에 걸맞게 고공의 매처럼 당당하게 살아왔다고 여긴다. 고등학교의 미술 교사로

  • 손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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