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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한국문인협회 로고 윤평현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9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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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무성하던 감나무가
몇 해 전부터 신경통을 앓더니 쓰러졌고
단단하던 돌담장도 풍상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탈모증이 있었는지
기와지붕은 듬성듬성 흙이 드러나고
깔끔하고 단정하던 처마는
치매를 앓은 듯 어릴 적 추억을 잃어버리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다
가을이면 추수한 곡식들이 마당 한 가득 이었건만
닭들만 한가히 마당을 헤집고 있었다

 

사라지는 것들 슬프게도
세월은 추억을 하나씩 지워가고 있었다
세상 모퉁이마다
불행은 반기지 않아도 오고
행복은 그리워도 떠난다
호미 들고 앞마당 뒤뜰 바삐 오가시던 외할머니
논밭에 그을린 고단한 아버지 어머니 멀리멀리 가셨지만 
까막눈 세월은 위로 한마디 할 줄 모른다
친구도 마을도 고향집도 점점 늙어가는데 
무너져도 이제 슬퍼할 사람도 없다
적막한 고요만이 말 없는 고향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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