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1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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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천* 시민공원 야외 공연장
이끼 낀 돌계단 디디고 오르면
풍금 소리가 난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밤새 내리던 비 그치고
바람 매우 부는 날
나는 늙은 한 마리 짐승처럼
돌계단 꼭대기에 올라 숨을 고른다
어디서 날아왔나 저 회색의 왜가리는
왠지 모를 서러움에 목이 타는 듯
온천천 흐린 물 한 모금 들이켜고
혼자서 먼 산을 바라보네
누구나 지축 위에 홀로 서 있는 거야
문득 콰시모도** 씨가 웃는다
내려가는 계단은 참 가파르다
어느 노후의 저녁 계단처럼
너무 빠르다 무섭다 넘어질 뻔했다.
*부산광역시에 있는 도심 하천
**이탈리아의 시인(1901~1968). 1959년 노벨문학상을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