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 바위 사이 비집고우뚝 솟은 기상이어라흙도 물도 귀한 척박한 틈새 뿌리 내린 그대여 온몸이 휘고 굴절되어도푸른 하늘을 향해 들이대는독야청청은 변함이 없다 추운 바람으로 바싹 목이 말라도 신의 축복을 받았을까녹색의 솔잎 더욱 빛을 발하니 강인한 생명력이다 햇빛 달빛 별빛 벗 삼아선비의 결기 키우고운해
- 조기홍
산기슭 바위 사이 비집고우뚝 솟은 기상이어라흙도 물도 귀한 척박한 틈새 뿌리 내린 그대여 온몸이 휘고 굴절되어도푸른 하늘을 향해 들이대는독야청청은 변함이 없다 추운 바람으로 바싹 목이 말라도 신의 축복을 받았을까녹색의 솔잎 더욱 빛을 발하니 강인한 생명력이다 햇빛 달빛 별빛 벗 삼아선비의 결기 키우고운해
축축한 이슬 깨문 채앳된 너를 보았을 때부추 이파리 뒤쪽에 납작 붙어두 마리 힘없이 죽은 듯하더니만져보자 더듬이 빼고 꿈틀거렸지 다시 두 눈 붙은 긴 안테나로쭉 뻗고 느릿느릿먹잇감 찾듯 두리번대며한 걸음 한 걸음씩 걷고 있었지 연한 등껍데기 버거운 짐 싣고빨판 같은 발바닥으로 악착같이 붙여 먹잇감 배춧잎 맛보고작은 살림집 마련하니
허리가 기역자로 굽은 할머니 코가 땅에 닿을 듯 애처로운데 낡아빠진 리어카에 고물밥을 먹인다 할머니는 배가 고파 죽겠다 하면서도 리어카만 배부르면 기분이 좋아진다 두 바퀴는 좋아라 삐걱삐걱 노래하고 할머니는 신이 나서 어깨춤을 추신다 
임의로 부는 바람의 출처를 알 수 없듯이 그대 마음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나는모르겠더이다 분분히 흩어져 가는 봄꽃의 향기에마음 싱숭생숭한데닻 내릴 곳 알지 못하는 그대 마음이야 오죽하려오만 동트기 전 안부를 당겨 보내는내 마음만 할까 하오 훨훨 타는 장작에 달궈진 밤이그렇게나 길다는 동지(冬至)솥 들썩거림에&nbs
숨가쁘게 달려온 길, 나는 바람에 실린 낙엽처럼 잠시 멈춘다. 황혼의 꽃은 마음의 가장자리에서 소리 없이 피었다 지고, 지나간 기억들은 안개가 되어 내 그림자의 굴곡을 덮는다. 인생은 흐르는 물, 붙잡으면 모래처럼 새고 놓아주면 손등에 햇살이 남는다. 지나온 날이 앞날보다 무거워도 마음속엔 아직 파종하지 않은 자리 하나, 봄을 기
겨울에는 시를 쓰자퇴색되어 빛바랜 낙엽 위에 동장군이 뿌려 놓은 얼음처럼 알차게 얼려 가며 쓰자 겨울 하늘 철새처럼예민해진 내 애인의 얼굴에 하루 낮 서린 정열입김으로 호호 불며 얼어붙은 대지 위에 바람들이 두 눈을 켜면 못다 버린 미련어김없이 등에 태우고 오는 날들을 반가워하리&nbs
어머니는양파 포도주를 마시며 하루하루 연명한다 나는양파 포도주를 따르며 하루하루 지켜본다 그래도 좋아웃는 날이 좋아 이십삼 년의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 포도주 한 잔이면 일백 년도 금방인데 나는 젊었고어머니는 늙었다 빨간 포도주 색깔과 함께 스물네 시간이 흘
긴긴 겨울밤동지팥죽은 추억의 별미 둘레상에 둘러앉아새알을 두 손으로 비벼 둥글게 모양도 여러 가지장난기가 동해 이리저리 비벼 이 모양저 모양할머니, 누님, 여동생어머니와 마주보며 즐거워 부엌 가마솥 가득 끓여 김이 모락모락크다란 나무주걱으로휘휘 저으며 구수한 냄새를 풍겨대었다 내 나이만큼 새알을
시어 하나 추려내면줄줄이 딸려오는 생각들예민한 추억도 묻어나니까슬대는 모래알 심장으로 글줄 하나 들어 옮기는 일 기중기 운전이다읽어 보고 고쳐 보고연과 행의 모양새 만들다가 어디 가서 얼굴 내밀 때행여 추레할까 싶어노트북 ‘삭제키’가 땀 흘린다 이젠 됐겠지 큰맘 먹고클릭으로 갓난 것 떠나 보낸다 인쇄 입고 달려온
바람은 산에서 내려온다방향감각을 상실한 바람이 세상을 닮았는데떨어져 휘날리는 낙엽 잔해가 허공을 날고더러는 담장 아래서 부스스 일어서다 앞으로 날려간다짧은 일생 마무리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몸 맡긴 낙엽들그 사이로 기지개 켜는 겨울은 북에서 온다얼음으로 덮인 둔트라 동토는 냉기를 날려보내 세상을 얼리는데 우리들 휘어감는 차거운 설한풍 몰고 오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