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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녹의홍상(綠衣紅裳)

연초록 저고리에 곱디고운 다홍치마쪽진 머리 옥비녀 맵시 나게 눈부시고목에 건 진주목걸이 우아하고 영롱해.봄바람에 진달래, 철쭉꽃도 피우시고밤하늘에 구름 흩어 달빛 밝게 비치심도 만상의 기기묘묘함 주님 솜씨 놀라워.날이 가고 달이 가도 가신 님 아니오고 못 잊어 애가 타 단장하고 기다리니 귀공자 그, 그리운 분 이불 속에 오시네.&

  • 김용길(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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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2025.4 674호 손자의 사춘기

곱디고운 손자 녀석 목소리가 된소리할비와 조잘대던 그 목소리 어딜 갔나꿈결로그려보는 유년 시절어설픈 첫 걸음마귀여움 뽕짝은 동구 밖 저 멀리다람쥐 쳇바퀴 돌 듯 미운 짓 가려 해도미운 정 고운 정 가득 담긴 손자의 성장일기전화 속 한 마디에 할비 마음 지상천국딸바보 손자바보 내리사랑 행복충전그날의기쁜 마음으로기다리는 내일을공 차고 뛰놀던 뒷동산이 유혹했나?

  • 장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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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2025.4 674호 새벽형 인간

차가움이 얼굴을 어루만진다어둠속에 가로등도추운 듯 움츠린 빛이다찬 공기 가르는 대화역 행 67번 버스피곤을 싣고 덜컹대며 아침형 인간은 달린다미지근한 바람의난방기 소리도 이제는 정겨웁다버스의 전조등이여명을 가르며 불투명한 오늘을 안내한다이시간버스 안은 익숙한 얼굴들로 하나 둘 채워진다삶이 시작되는 이들의 시간 속에하루의 인생 그림을 상상해 본다오늘은 어떤

  • 문기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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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2025.4 674호 아내와 나

젊음의 함성이 들불처럼 번지던 1979년그해 늦은 가을 우리는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다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대통령의 국가장을 치른 지 꼭 일주일 뒤였다 혼돈의 시대에도 세월은 쉼없이 흘렀고 어느 날 문득 뒤돌아보니 짧은 햇살이 비켜 가는 겨울 뜨락에 긴 그림자 둘이마주 보고 서 있었다키오스크에 주민증을 얹으니 지하철 승차권이 나왔다무궁화 열

  • 정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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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
2025.4 674호 나비와 꿀벌

나는불 속에서벗어날 수도 없고불을 막을 수도 없다천형 속 뛰어드는 불나방언어는꿀을 찾는 나비이곳일까 저곳일까이리저리 계속 찾아도영원한 꿀은 어디에나 있니언어는꿀을 찾는 꿀벌구도자일까 도사일까이리저리 계속 끌려다니네 일광으로 짠 병실의 소나타시인은꽃을 찾는 나비이곳일까 저곳일까이곳저곳 찾아다니지만노마디적 꽃만 있는 거니시인은꽃을 지키는 꿀벌성직자일까

  • 이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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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2025.4 674호 눈물

고인과는 생전에 일면식도 없는 장지에서눈물을 흘립니다한 무리 기러기 떼가 석양을 물고 날아갑니다검은 옷을 입은 신도들이‘며칠 후 요단강 건너가 만나리’마지막 이별의 노래를 부릅니다이별의 노래가 무덤에 묻힙니다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이유 모를 슬픔의 물결이 가슴을 파고듭니다이승에서 저승의 길은 가보지 못한 가깝고도 먼 길언젠가 가야 할 외로운 길늘 우리

  • 박완규(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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