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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지하철은 계절이 없다

나란히 무릎을 나눈 채잠시 잠깐 명상의 숨을 고르고소리를 삼키며 여러 생각 쉬어가는 쉼터핑크빛 지정석디라인 예비엄마 빈자리 앞에선할매 굽은 다리마저 양심 지킴석이다약속된 시간과지정된 번호매긴 구역에서만남의 장소로 인기가 최고지냉온칸 오가며노약자 장애자를보호하고 배려하는 속이 깊은 벗환승선 따라 선택의 길로지하로 지상으로 오르내리고 직선 곡선 다양한

  • 황송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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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폐쇄병동을 나오던 날

멀리 보이는 하늘은봄날의 아지랑이처럼 따뜻하다분노의 화살이수선화 꽃망울같이 되던 날좁았던 속내는 푸른 하늘의 솜털 구름이었다차창 안으로 달려오는 부드러운 빛대지 위로 지나는 살짝 쓰다듬이일천도 넘는 연둣빛 되어우듬지 위로마음의 강으로어제의 아픔 가시 위로 새로움을 노래한다진달래꽃 붉은 고개 아래농부의 손에서 버림받은 경운기 육신은 허물어 산화되어가

  • 김동관(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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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파도가 칠 때마다 섬은 납작 엎드렸다태풍이 불 때 소중한 자식들을 품고미끄러운 바닷속 바위를 꽉 잡았다그녀의 품엔 꽃과 나무와 나비와 새들이 숨어 있었다 햇살이 비칠 때 그녀는그들을 숲과 바닷가와 오솔길에서 놀게 했다 폭우가 칠 때면 행여 꽃봉오리 다칠까나비 날개 젖을까 밤을 새웠다어느 날 육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왔다그들은 섬의 머리채에 튼

  • 강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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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호랑이강낭콩

텃밭에서 지지대를 타고 쑥쑥 올라가는 덩굴주인장 발걸음을 먹고 꼬투리가 열리고한 뱃속 형제들끼리 경쟁하며몸집을 부풀리는 동안에태백산 기운을 머금은 듯 늠름한콩꼬투리에 새겨지는 호피무늬선명하게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다바람에 흔들릴 때마다더 단단하게 매달리는 콩꼬투리얼마나 영글었나 속을 들여다보려 해도배 갈라보기 전에는 알지 못하고아니 갈라본다 하여도그들만의

  • 천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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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꽃마을

숲길을 걷는다새소리는 귀에 걸리고사각사각 햇살이 쌓이는 곳에찰랑찰랑 흘러오는 꽃앞서 간 사람이 남긴 탄성으로 이름을 부르면 저요 저요체취를 내미는 파문들이름 모를 들꽃이면 또 어떤가존재만으로 세상을 밝히는 것을한낮의 꿈은폭우에도 쓰러지지 않을 꽃스러져도 다시 망울지는 꽃허방 같은 말에 빠져 어디론가 가고 싶은 저녁 꽃마을에 가 보시라달빛으

  • 성숙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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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 674호 남자이기 때문에

세월이 잔인한 것인가세상이 잔인한 것인가생존 경쟁에서약육강식의 원리를 좇아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타고열심히 페달을 밟았다왜 그렇게 잔인하게 살았을까늘 빈손아쉬움은 가슴을 할퀴고하얀 밤을 지새웠건만오늘도 싸움터로 나간다 잔인한 호랑이의 기세로눈물 젖은 빵을 구하려눈에 횃불을 켜고 두리번거린다눈물만큼 빠르게 마르는 것도 없다지만 하룻밤 지새우

  • 양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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