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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아버지의 그날

아침부터 붉게 타오르는 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 시던 그해에도 일찍부터 무더웠고 장맛비가 질퍽거렸다. 장례식 당일 에는 강아지 오줌처럼 질금거리던 비가 다행히 멈추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토해낼 것처럼 물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와 엷은 구름 속에 얼굴을 숨기며 펄펄 끓고 있던 태양이 만나면서, 불쾌 지수 를 한껏 끌어 올렸던

  • 김용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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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엘릭의 달밤

“여보, 저거 좀 봐. 빨리 와 봐.”순영이 남편을 다급하게 불렀다.“뭔데.”김 사장이 방문을 열고 나오다 말고 몸이 굳은 채 티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5층 건물 창 틀에 어린아이 가 홀로 매달려 있었다. 어디선가 한 남자가 달려와 벽을 타고 있었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동안 5층 높이를 맨손으 로 오른 남자는 아이의 팔을 덥석 잡아 베란다 안으

  • 정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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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커피와 하루

첫번째커피“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겠어요. 벌써 해가 쨍하네요.”거위님이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보자 다른 네 사람이 고개를 꺾는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광인의 머리카락처럼 흩어져 있다. 군더더기 없이 파랗고 단순하게 하얘서 사실 습하고 뜨거운 가마솥 이미지를 떠 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누군가는 텔레비전 사극에서 배우가 솥뚜 껑 여는 장면을 그리고

  • 심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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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내가 나를 모른다

유리벽 너머에서 낯이 선 얼굴 보인다 한 발자국 건너가면 닿을 듯한 거리인데 무수한 세월 끝자락 내가 나를 모른다어렵게 건너온 길 주섬주섬 일어선다 도란도란 속삭이는 흔적처럼 남은 추억 저기에 있는 얼굴이 내 얼굴인가 아닌가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너를 보며생각은 생각대로 갈팡이는 대로변참 나는 어디 있을까 화두 하나 삼키

  • 추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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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 666호 그 바다에 닿고 있다

갈수록 잠이 줄어 흘려놓은 생각줄기몇 굽이 돌아들어 강물을 이루었다밤이면출렁거리는네 이름의 이야기들생각이 생각을 낳자 어둠이 꽃을 피워더러는 빛이 되고 더러는 아픔이더니아직도식지 않은 체온그 바닷가 모래알들이제야 마주했네 길게 누운 너의 안부 눈〔芽〕뜨면 소리치던 내 안의 함성들이 일제히달려와 안기던내 바다의 맥박임을

  • 홍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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