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붉게 타오르는 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 시던 그해에도 일찍부터 무더웠고 장맛비가 질퍽거렸다. 장례식 당일 에는 강아지 오줌처럼 질금거리던 비가 다행히 멈추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토해낼 것처럼 물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와 엷은 구름 속에 얼굴을 숨기며 펄펄 끓고 있던 태양이 만나면서, 불쾌 지수 를 한껏 끌어 올렸던
- 김용순
아침부터 붉게 타오르는 해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버지가 돌아가 시던 그해에도 일찍부터 무더웠고 장맛비가 질퍽거렸다. 장례식 당일 에는 강아지 오줌처럼 질금거리던 비가 다행히 멈추었다.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토해낼 것처럼 물기를 가득 머금은 공기와 엷은 구름 속에 얼굴을 숨기며 펄펄 끓고 있던 태양이 만나면서, 불쾌 지수 를 한껏 끌어 올렸던
“여보, 저거 좀 봐. 빨리 와 봐.”순영이 남편을 다급하게 불렀다.“뭔데.”김 사장이 방문을 열고 나오다 말고 몸이 굳은 채 티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5층 건물 창 틀에 어린아이 가 홀로 매달려 있었다. 어디선가 한 남자가 달려와 벽을 타고 있었다. 1분도 채 되지 않는 동안 5층 높이를 맨손으 로 오른 남자는 아이의 팔을 덥석 잡아 베란다 안으
첫번째커피“가마솥더위가 기승을 부리겠어요. 벌써 해가 쨍하네요.”거위님이 그렇게 말하며 하늘을 보자 다른 네 사람이 고개를 꺾는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광인의 머리카락처럼 흩어져 있다. 군더더기 없이 파랗고 단순하게 하얘서 사실 습하고 뜨거운 가마솥 이미지를 떠 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래도 누군가는 텔레비전 사극에서 배우가 솥뚜 껑 여는 장면을 그리고
열댓 평텃밭에는고추 상추가 알콩달콩 살아.가끔씩풍경 소리도반이 되어 마음밭 김매네.
차반에 찻잔 하나 들고나와 마주 앉아 내조의 부족함을 수줍음에 마음 담아 향 가득 피어오르는 차 한 잔을 권하네.고생에 안타까워 애태우는 임일레라. 잔 받아 내려두고 마주한 두 눈 겹쳐내민 손 두 손에 잡고 무슨 말로 위로할까.순간은 행복 찾아, 내 곁에 앉았는데 그 맘에 기쁨이 될 사랑한단 말 한마디 끝내는 또
파도가 밀려오는바닷가 작은 마을집마다 잡초들에애절한 몸부림들전쟁터산화한 소리들려오는 한나절역사의 소용돌이산야는 꿈틀대고육이오 애국병사용감한 함성 소리오늘에하얀 민들레외로움에 혼령들
유리벽 너머에서 낯이 선 얼굴 보인다 한 발자국 건너가면 닿을 듯한 거리인데 무수한 세월 끝자락 내가 나를 모른다어렵게 건너온 길 주섬주섬 일어선다 도란도란 속삭이는 흔적처럼 남은 추억 저기에 있는 얼굴이 내 얼굴인가 아닌가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너를 보며생각은 생각대로 갈팡이는 대로변참 나는 어디 있을까 화두 하나 삼키
갈수록 잠이 줄어 흘려놓은 생각줄기몇 굽이 돌아들어 강물을 이루었다밤이면출렁거리는네 이름의 이야기들생각이 생각을 낳자 어둠이 꽃을 피워더러는 빛이 되고 더러는 아픔이더니아직도식지 않은 체온그 바닷가 모래알들이제야 마주했네 길게 누운 너의 안부 눈〔芽〕뜨면 소리치던 내 안의 함성들이 일제히달려와 안기던내 바다의 맥박임을
언젠가 나도 몰래잃어버린 나를 찾아이 거리 저 거리를정처 없이 떠돌다가눈 들어 사방을 보니아직도 어둠이다.문득, 이런 날은어깨가 시려 오고옆 자리 식솔마저아득히 멀어 보여적막의 바다에 누워표류하는 이 고독생각의 모래톱에 성채를 짓고 헐다 새벽녘 악몽으로 가위눌려 깨어보면 또다시 어기찬 하루 고삐 잡고 서 있다.
그래, 그러더군허공의 저 눈발도무작정 뛰어내리다 헛발을 짚기도 하고얼결에 진창에 빠져 허둥대기도 하더군먼발치 걸린 조등을 멀거니 바라보다어느 네거리에선떼로 모여 아우성이고바람에 종주먹을 대며 울먹이기도 하더군선홍빛 머리띠를 끝내 풀지 못한 채들것에 실려가는 아, 어린 눈발이여구급차 눈길을 찢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