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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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서 깻묵 썩은 냄새가 나지야
깨꽃 같은 등창이 몸에 번져
병석에 오래 계신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깨꽃냄새 같지만 썩은 냄새는 아니예요
썩는다는 말이 불경스러워 말했지만
아버지는 눈감고 고개를 저으셨다
썩은 깻묵에서 깨꽃냄새가 날 리 없지야
썩은 깻묵에서 깨꽃냄새가 날 리 없지야
고소한 기름 다 빠져나가고
거름이 되기 위하여 썩어가는 깻묵처럼
아버지는 힘없이 세상에 몸을 부렸다
아버지 누우신 한여름 깨밭 한 뙈기
깻묵처럼 푹푹 썩는 아버지의 무덤가에
깨꽃 초롱초롱 여름바람 향그럽다
병상의 문 열리어 하늘로 훨훨 날아가는
깨꽃냄새 같은 아버지 목소리
썩은 깻묵에서 깨꽃냄새가 날 리 없지야
썩은 깻묵에서 깨꽃냄새가 날 리 없지야
새들이 다 물어가지 못한 깨꽃노래가
깻묵냄새 묻은 무덤가에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