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소리 슬피 우는고향 땅 철길에는검은 연기 동여맨 숨 가쁜 소리 설렘은 벌써 둥지를 틀고뜨락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빛바랜 옷깃 매만지며버선발로 다가서는 흰오리* 울 어머니인자하신 얼굴에는그리움 가득 담겨 있고 새득새득 꽃잎처럼주름진 두 손에는가시덤불 움켜잡던깊게 팬 흔적이고달픈 옛이야기 머금고 있네 담아도,또 담아도그
- 안춘만
기적 소리 슬피 우는고향 땅 철길에는검은 연기 동여맨 숨 가쁜 소리 설렘은 벌써 둥지를 틀고뜨락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빛바랜 옷깃 매만지며버선발로 다가서는 흰오리* 울 어머니인자하신 얼굴에는그리움 가득 담겨 있고 새득새득 꽃잎처럼주름진 두 손에는가시덤불 움켜잡던깊게 팬 흔적이고달픈 옛이야기 머금고 있네 담아도,또 담아도그
언니의 시에는 애환이 있어요 막내시누이의 말이다찬바람이 뼛속을 훑어 내리는 반지하방에 비닐 천막을 치고 살았지곰팡이가 키웠던 아들의 천식 동토가 조각한 처마 밑 고드름시에는 그렇게 겨울 나이테가 생겼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모아져따스한 그림을 만들어 낸 신의 은총
손끝은바람의 체온 없이 산다해를 잡고 있는 줄은 거둬들이지 않고 폭염의 밤은 쉬질 않는다심심치 않게 다녀가는 호우의 흔적은 무겁다여름 쉬지 않은 아이들의 울음은 길다간간히 울어대는 묵직한 울음은 그런대로 잘 버텨온 것들 중 하나다 이어질 듯 멈출 듯여름의 몸부림이 가엾다이쯤이면 있어야 한다베란다 건조대의 마른 옷
시간을 거슬러 냉정골 옛길을 걷는다오늘따라 서릿바람이 소나무 가지마다 어지러이 걸려 있다가지 위에 작은 눈꽃마저 아스라이 사라지고 촛대바위에 걸려 있는 앙상한 가지에는 외로움과 고독만이 너울댄다세상이 바람 불고 춥다 해도 가난한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따뜻한 함박눈아, 하염없이 내려다오&nbs
너도 두렵지, 누구나 그래시간의 끝자락에 서성이면너도 떨리지. 누구나 그래새로운 변곡점을 만나면평행선으로 달리다 교차점을 만나고 다시 원을 그리는 일상권태의 굴레는 자기만의 덫일 뿐 소중한 시간을 노예로 묶어둘 수 없기에너를 만나러 길을 떠나야겠다 날개를 펴 하늘을 박차고 날아오르자 새 소리 바람 소리 귓가에 스치는&nb
늦은 점심이라 허급지급속은 텅 비어 몸도 마음도 바쁜 주말추어탕이면 지난 밤 과음한 속을 풀기에 안성맞춤 단품보다 오감을 더 행복하게 하는 소반정식이라일과 후 해질 무렵 이 친구 저 친구 생각나듯 엄마가 지어준 차진 밥 묵은 된장에 시래깃국 곱창김 그리고 조선간장에 참기름이 풍미를 보태 시금장 향기 허기진 유년 시절을 추
살낀표정 눈에 박혀 눈물샘쏟아지는 불화살 삼키고어둠 낭떠러지 꺾인 목맹세코 잃은 안개 휘졌다.
범부채 만발한 날 찾아온 딸우리 엄마 등이 왜 이리 작아졌지 눈물을 흘리는데마당은 온통 주황으로 물들었다 입추 말복을 지나 부는 바람휘어진 등에 꽃이 피고 꽃씨가 터지고 내일을 만나려는흔들림 속 속삭임 딸아,네가 큰 거란다
매화꽃 곱게 피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그윽한 매향(梅香)을 만끽도 하기 전에 여린 싹을 틔우며 초하(初 夏)는 어느덧 내 곁에 머물고 있었다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는 인류가 뿌린 재앙일진데 낮달을 끼고 흐르던 구월의 쪽빛 하늘과 주둥이 돌아간 모기와 함께 간 처서는 옛 이야기…정녕 얼마나 더 흘리고 훔쳐야 청아하고 상큼한 그대 오시려
햇살을 물고매달려 있는 나뭇잎들가을을 철들게 하는 계절살갗을 태웠던 폭염의 시간도 지나고 간간이 부는 바람에 열매들이 익어 간다하지만 거리에는 실업의 삶들이 안갯속을 걷는다젊음의 고단함경제불황 코로나까지 겹친 이중고의 아픔 속에서 설 곳 잃은 이땅의 청년들가슴이 아려 온다세상살이 어지럼증 잡힐 듯 잡히지 않는&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