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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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구름 부스스 내려앉는
나지막한 산언덕
맨발의 햇살마저 저만치 물러선다
죽은 듯 엎드린 나무
칼바람에 흩날리며 갈기 세운 우듬지
빗질조차 못한 엉클어진 시(詩)다
마른 가지 끝에서 허둥대며
바스락거리는 낱말들
나뒹구는 시어들을 모아
행간에 온기를 채운다
숲을 떠나지 못한 새들은
연과 연 사이를 날아다니며
은유를 노래한다
땅 속에 흩어져 뒤척이는 문장들
여전히 추운 겨울이다
마디마디 촉수들은 봄을 기다리는데,
몸속으로 스미는 선홍빛 바람결
싱싱한 시의 숲은
언제쯤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