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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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껐어
네가 방 안으로 들어오라고
소박하게 살아
소소한 발걸음을 떼니,
발목 감추며 조금씩 무너지는 거니.
다단조 운율이 눅진한 골목에 들어
아무 일 없다고
아무 기대 없이 최면을 걸어.
천신이 발소리를 사리며 날아다녀도
웃기에 실패하는 능력을 보이지.
버려질 것 같을 땐
알아서 복을 받고.
할 말이 부끄러워지면 울음을 틀어놓고
떼창하는 침묵의 옷소매를 잡아당겨.
날마다 만들어지는 얼룩
실제도 빈 것도 없이 이부자리에 누이고
어둠이 바래기 전
창틀로 빠져 나가는 허연 종아리.
앉고 서고
돌고 돌고
또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