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맵

2025.1 671호 사진, 그 고독한 춤

소나무만 찍는 사진작가를 안다그가 이끄는 외길 따라나선 길뭉클 명치끝 뻐근한 서러움이 만져졌다한 호흡을 위한 절묘한 쉼표처럼그때그자리오래지켜지극히 절제된 혼의 리듬을 담는페이지의 적요를 넘기려다 말고붙박이듯 순간에 매료당하고 마는질긴 고집이 독야청청 소나무를 닮았다뼛속에서 발화시켜 고독한 춤의 경지에 든 마침내 그가 나무의 숨결이 되었을 때멈춘 아

  • 구향순
북마크
49
2025.1 671호 병실에서

여름의 끝 무렵 입원실에서창밖의 신갈나무를 바라본다눈부신 아침햇살에저마다 빛나는 나뭇잎들지난밤 어둠 속에 떨던 두려움은모두 까맣게 잊었다산들바람에 나부끼며죽은 소나무 곁에서부지런히 광합성 운동을 하고 있다 |나뭇잎 하나가 생명이다더러는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는갈색 나뭇잎들그 아래 그늘진 곳에아, 너무 일찍 떨어져 내린 저 잎새들나무는 계절을 이해하는

  • 김의중
북마크
47
2025.1 671호 물그림자

세상을 흔들어강 건너 언덕배기 할미꽃 하나하늘에 깊게 깊게 심었는데그영혼거꾸로 살아가고흔들거리는 허수아비향기 없는 머저리들세상 무게도 모르고 울렁거린다날빛도 돌고 도는 세상굴절되어 곤두박질치다가삶의 부스러기들처럼 떨어지는 눈물 넋 나간 사람은 오색 빛깔로 유희를 하고 슬픈 곡조도 없이줏대도 없이 온 천지가 너울거린다세상은 조용히 살려고 애

  • 정인관
북마크
55
2025.1 671호 경의중앙선을 타고

일없이 경의중앙선 열차를 타고왕십리역까지 갔다가그대로 돌아오는 일은 슬프다왜 그러는지생각을 버린 채돌아오는 역의 순서는아무리 외워도 헷갈린다노년에 깊이 들어선 노부부가서로 어깨를 내주며종착역에 다 오도록 졸고 있다누가 먼저일지는 순서가 없다고 했지내일 모레가 설이다북한강은 내리는 눈을 더 안기 위해안간힘으로 꽁꽁 얼어붙는다품을수록 더 빨리 녹아내릴 것을모르

  • 안서경
북마크
52
2025.1 671호 지게 외4편

지게꽃 피는 계절이 돌아오면겨울 동안 벽에 걸려 있던 지게는 바쁘다그시절상동마당백년도 훌쩍 넘은 세월 간직한어둠이 내리고모기의 성가심이 시작되면아버지는 짚과 풀로 모깃불을 피우시고별은 반딧불이와 함께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낮이면아버지는상동 뒷산 소풀을 지게 가득 싣고지게 끈으로 질근 묶는다달랑대는 끈 꼬리를 잡은 나는지게 진 아버지 뒤를 따르며 마냥 해맑았

  • 권오휘
북마크
125
2025.1 671호 감정의 색깔

나는 시인으로서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단순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으며, 다양한 감정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애썼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시집과 인문학 관련 서적들을 출간하게 되었다. 인문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 것이 인문학이다”, “이것이 시다”라고 자신 있게 단언할 자신은 아직 없으며 나의 행보

  • 권오휘
북마크
130
2025.1 671호 관계와 갈등은 살아 있는 창작실

내 창작의 산실은 예천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작은 흙방이다. 이곳 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영감을 얻고, 나의 문학을 꽃피우는 특별한 공간이다. 창작의 과정은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를 넘어, 자연의 소리와 색, 그리고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일이다.이 작은 흙방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자연의 모든 요소와 연결된 살아 있는 창작실이다. 주변의 나무와 꽃

  • 권오휘
북마크
144
2025.1 671호 ‘날틀’을 수출하고 싶다

지하철을 탈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문이 열립니다”“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문이 닫힙니다”“스크린 도어가 닫힙니다”이 말은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듣는 안내 방송이다. 이 안내 방송을 들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게 된다. 차 안쪽 문이 열릴 때 “문이 열립니다”라고 하였으면 차 바깥문이 열릴 때도 “덧문이 열립니다”라고 하던지 차 바

  • 허영자시인·한국문인협회고문
북마크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