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만 찍는 사진작가를 안다그가 이끄는 외길 따라나선 길뭉클 명치끝 뻐근한 서러움이 만져졌다한 호흡을 위한 절묘한 쉼표처럼그때그자리오래지켜지극히 절제된 혼의 리듬을 담는페이지의 적요를 넘기려다 말고붙박이듯 순간에 매료당하고 마는질긴 고집이 독야청청 소나무를 닮았다뼛속에서 발화시켜 고독한 춤의 경지에 든 마침내 그가 나무의 숨결이 되었을 때멈춘 아
- 구향순
소나무만 찍는 사진작가를 안다그가 이끄는 외길 따라나선 길뭉클 명치끝 뻐근한 서러움이 만져졌다한 호흡을 위한 절묘한 쉼표처럼그때그자리오래지켜지극히 절제된 혼의 리듬을 담는페이지의 적요를 넘기려다 말고붙박이듯 순간에 매료당하고 마는질긴 고집이 독야청청 소나무를 닮았다뼛속에서 발화시켜 고독한 춤의 경지에 든 마침내 그가 나무의 숨결이 되었을 때멈춘 아
아마도 그때부터인 것 같습니다처음에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눈앞의 숲길을 걸었지요당신도 나도 서로의 길에서 앞만 보고 걷기만 했었지요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 말없이 건네준 손수건 한 장밑그림 없는 하얀 무명천에 조금씩 색깔이 더해질 때당신과 내가 숲속에 있다는 사실도 잠시 잊었습니다콩닥거리는 가슴이 들킬까 
여름의 끝 무렵 입원실에서창밖의 신갈나무를 바라본다눈부신 아침햇살에저마다 빛나는 나뭇잎들지난밤 어둠 속에 떨던 두려움은모두 까맣게 잊었다산들바람에 나부끼며죽은 소나무 곁에서부지런히 광합성 운동을 하고 있다 |나뭇잎 하나가 생명이다더러는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는갈색 나뭇잎들그 아래 그늘진 곳에아, 너무 일찍 떨어져 내린 저 잎새들나무는 계절을 이해하는
흐드러진 꽃향기눈 콧등 간지럽히고꽃비 맞으며 함박웃음 짓던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갈바람 춤사위오색물결그리움가득 품은 낙엽들공허한 마음갈 곳을 찾는다무향 꽃들도잎새 뒤 숨어얼굴 붉히는 계절자기만의 사랑법을홀로 배우고한 해 두 해 한 잎 두 잎…살아온 세월만큼익어가는우리네 인생과 닮아버린 낙엽 밟으며잠시 숨을 고른다
세상을 흔들어강 건너 언덕배기 할미꽃 하나하늘에 깊게 깊게 심었는데그영혼거꾸로 살아가고흔들거리는 허수아비향기 없는 머저리들세상 무게도 모르고 울렁거린다날빛도 돌고 도는 세상굴절되어 곤두박질치다가삶의 부스러기들처럼 떨어지는 눈물 넋 나간 사람은 오색 빛깔로 유희를 하고 슬픈 곡조도 없이줏대도 없이 온 천지가 너울거린다세상은 조용히 살려고 애
일없이 경의중앙선 열차를 타고왕십리역까지 갔다가그대로 돌아오는 일은 슬프다왜 그러는지생각을 버린 채돌아오는 역의 순서는아무리 외워도 헷갈린다노년에 깊이 들어선 노부부가서로 어깨를 내주며종착역에 다 오도록 졸고 있다누가 먼저일지는 순서가 없다고 했지내일 모레가 설이다북한강은 내리는 눈을 더 안기 위해안간힘으로 꽁꽁 얼어붙는다품을수록 더 빨리 녹아내릴 것을모르
지게꽃 피는 계절이 돌아오면겨울 동안 벽에 걸려 있던 지게는 바쁘다그시절상동마당백년도 훌쩍 넘은 세월 간직한어둠이 내리고모기의 성가심이 시작되면아버지는 짚과 풀로 모깃불을 피우시고별은 반딧불이와 함께 한 폭의 그림을 그렸다낮이면아버지는상동 뒷산 소풀을 지게 가득 싣고지게 끈으로 질근 묶는다달랑대는 끈 꼬리를 잡은 나는지게 진 아버지 뒤를 따르며 마냥 해맑았
나는 시인으로서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단순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려 노력했으며, 다양한 감정을 담은 작품들을 통해 삶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애썼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시집과 인문학 관련 서적들을 출간하게 되었다. 인문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 것이 인문학이다”, “이것이 시다”라고 자신 있게 단언할 자신은 아직 없으며 나의 행보
내 창작의 산실은 예천의 한적한 시골에 위치한 작은 흙방이다. 이곳 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영감을 얻고, 나의 문학을 꽃피우는 특별한 공간이다. 창작의 과정은 단순히 글을 쓰는 행위를 넘어, 자연의 소리와 색, 그리고 감정을 온전히 느끼는 일이다.이 작은 흙방은 단순한 작업 공간을 넘어, 자연의 모든 요소와 연결된 살아 있는 창작실이다. 주변의 나무와 꽃
지하철을 탈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문이 열립니다”“스크린 도어가 열립니다”“문이 닫힙니다”“스크린 도어가 닫힙니다”이 말은 지하철 문이 열리고 닫힐 때마다 듣는 안내 방송이다. 이 안내 방송을 들을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게 된다. 차 안쪽 문이 열릴 때 “문이 열립니다”라고 하였으면 차 바깥문이 열릴 때도 “덧문이 열립니다”라고 하던지 차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