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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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때부터인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무 말 없이
눈앞의 숲길을 걸었지요
당신도 나도 서로의 길에서
앞만 보고 걷기만 했었지요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
말없이 건네준 손수건 한 장
밑그림 없는 하얀 무명천에
조금씩 색깔이 더해질 때
당신과 내가 숲속에 있다는
사실도 잠시 잊었습니다
콩닥거리는 가슴이 들킬까
애꿎은 날씨 탓을 했었지요
우거진 칡넝쿨이 갈 길을 막아도 말
없이 내민 당신의 두 손이 나에게는
오솔길이 되었고
길 잃은 숲속에서
새로운 숲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