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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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무렵 입원실에서
창밖의 신갈나무를 바라본다
눈부신 아침햇살에
저마다 빛나는 나뭇잎들
지난밤 어둠 속에 떨던 두려움은
모두 까맣게 잊었다
산들바람에 나부끼며
죽은 소나무 곁에서
부지런히 광합성 운동을 하고 있다
|나뭇잎 하나가 생명이다
더러는 달랑거리며 매달려 있는
갈색 나뭇잎들
그 아래 그늘진 곳에
아, 너무 일찍 떨어져 내린 저 잎새들
나무는 계절을 이해하는 걸까
나처럼 사유(思惟)의 늪에 빠져 있을까
수많은 가지를 거느린 채
보이지 않는 뿌리로 지구를 움켜쥐고 있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생명을 품고 있는 유일한 푸른 별
저 나뭇잎들이
나를 향해 생명의 예찬을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