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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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없이 경의중앙선 열차를 타고
왕십리역까지 갔다가
그대로 돌아오는 일은 슬프다
왜 그러는지
생각을 버린 채
돌아오는 역의 순서는
아무리 외워도 헷갈린다
노년에 깊이 들어선 노부부가
서로 어깨를 내주며
종착역에 다 오도록 졸고 있다
누가 먼저일지는 순서가 없다고 했지
내일 모레가 설이다
북한강은 내리는 눈을 더 안기 위해
안간힘으로 꽁꽁 얼어붙는다
품을수록 더 빨리 녹아내릴 것을
모르는 건지
그래도 안고 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인지
정작 녹아 없어져도 좋을
시도 때도 없이 성가신 이 마음의 나부낌이
문제다
그래서, 그러므로 눈이 오는 날
경의중앙선을 탄다,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가는 역의 순서도
거꾸로 돌아오는 역의 순서도
아직 다 외지는 못하였지만
얼어붙은 강 위로 투신하는 눈 떼를 보면
후련하다
언제나 원점으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뻔하디 뻔한 반경이지만
사는 동안 열차에 몸을 싣고
자주 흔들리고 나부낄 거라는 예감은
왜 비켜가는 법이 없는 건지, 그러는 사이
다음이 하차할 나의 종착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