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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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흔들어
강 건너 언덕배기 할미꽃 하나
하늘에 깊게 깊게 심었는데
그영혼
거꾸로 살아가고
흔들거리는 허수아비
향기 없는 머저리들
세상 무게도 모르고 울렁거린다
날빛도 돌고 도는 세상
굴절되어 곤두박질치다가
삶의 부스러기들처럼 떨어지는 눈물
넋 나간 사람은 오색 빛깔로 유희를 하고
슬픈 곡조도 없이
줏대도 없이 온 천지가 너울거린다
세상은 조용히 살려고 애쓰는데
신들린 강바람소리는
뒷골목에서 삐걱거리고
곤드레만드레 얼빠진 물그림자는
수평선 끝에 피어나는 할미꽃 하나
깊은 하늘에 손짓한다 해도
힘없는 물체는 출렁거린다
세상이 싫어서인지
자연의 포용이 두려운지
인간의 몰골이 보기 싫어서인지
하늘과 땅 사이에
안개꽃 향기 한 방울 떨어뜨려도
강 건너 언덕배기 할미꽃은
바래가는 세상 빛을 모르는 채
강바람 끝에서 놀아나는 물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