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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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질 고단한 일상
우쭐대며 지나가는 떼 바람이 거만하다
나를 분리해 내려는 몇 겹의 바람이
내 안의 나를 뒤쫓는다
바람 빠진 풍선마냥
향방을 가늠 못하는 좌충우돌의 언어와 단어의 유희 속
쉽게 읽히는 문장에 숨어 지낸다
숱한 밑동 잘림의 계절을 땅에 묻고
바람 위에 선 부추 뿌리만도 못한 농부놀이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단풍 쏟아질 때쯤
내가 네 곁을 떠나고
네가 내 곁에서 멀어질 테니
열매로 온 것들 베어 누이면
지나가는 나그네 돌아 보아주기라도 하겠는가?
주름 깊어져 가는 농사꾼 골짜기
이슥한 밤
지나가는 바람이 타이른다
그믐밤엔
계수나무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