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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굴비

한국문인협회 로고 방민선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월 6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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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잡아 올린 참조기 아가미 떼고
소금에 절여 해풍에 말린 굴비
조심스레 석쇠에 뉘여
벌겋게 볼이 달아오른 연탄불에 올리면 
바다에서 사투 벌이며 견뎌 온 흔적인가
 뼛속 깊숙이 스며든 진액 뿜으며
노릇노릇 익어 밥상 위 제왕이 되었다

바라보는 자식들 눈망울 안쓰러워 
생선은 대가리가 최고라며
대가리부터 드시던 아버지
굴비는 아버지를 향한
어머니의 진한 사랑

아버지 젊은 날엔 대접받던 굴비가 
노년이 되어서는 천대를 받았다
틀니를 끼니 맛을 모르겠다
목에 가시가 걸릴까 무서워 못 먹겠다 
늘어가는 엄살에 들어도 못 들은 척 
뼈 바른 굴비살 숟가락에 놓아 드리면
이내 못 이기는 척 맛나게 드셨다

한창 먹고 싶을 땐 돈이 없어 못 먹고
돈이 풍족해지자 이가 부실해 먹을 수 없으니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
굴비를 보면 아버지가 그리워 
차마 마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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