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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아니타 무르자니

4∼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자신보다도 덩치가 큰 아들을 업고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속리산을 오르는 장년 남성을 한 공중파 방송이 방영하고 있었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감이, 이들을 따라 가며 촬영하는 기사의 거친 숨소리와 중첩되며 긴장감을 증폭시켜갔다. 지나치는 등산객들이 놀라운 장면에 아연해하며 길을 터주었다. 업혀 있는 아들은 첫눈에 보아

  • 정택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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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문장대와 전장연

4∼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자신보다도 덩치가 큰 아들을 업고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속리산을 오르는 장년 남성을 한 공중파 방송이 방영하고 있었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기감이, 이들을 따라 가며 촬영하는 기사의 거친 숨소리와 중첩되며 긴장감을 증폭시켜갔다. 지나치는 등산객들이 놀라운 장면에 아연해하며 길을 터주었다. 업혀 있는 아들은 첫눈에 보아

  • 이종원(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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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택배 유감

매년 새 학기 초가 되면 학교에는 교사들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떠나기도 하고 신입 교사가 부임하는 등의 작은 이동이 있곤 한다.짧지 않은 기간 동안 서로 마음을 열고 친밀하게 지냈던 동료가 자신이 나고 자랐던 고향 근처의 학교로 근무지를 옮기게 되었다. 급작스럽게 이별을 하게 되어 기억에 남을 만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무엇으로 할지 이런저런 고민

  • 박해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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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어떤 손님

코로나19가 풀렸던 4월 중순 어스름한 저녁이었다. 여느 때처럼 마을 한 바퀴를 돌고자 집을 나서는데 나이 쉰 살이 될까 말까 한 여인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균형 잡힌 갸름한 얼굴 눈가에는 우수가 맺혀 있었다. 어디서 오셨냐고 물으니 경계의 눈초리에 아무 말이 없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관광 오셨느냐며 다시 물어보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 김정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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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번데기 날개를 달다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네.’고려말의 성리학자 야은 길재의 시조 한 구절이다. 옛사람들은 산천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아니다. 땅도 강도 바다까지도 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산다. 그래서인가, 어느 시인은‘산천 의구란 말 옛시인의 허사로고’라고 읊기도 했다.“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산천 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 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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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글의 값

벚꽃이 흩날리던 어느 봄날. 코로나가 막을 내리며 우리 무대의 막은 다시 올라갔다. 내가 속한 도서관 자원봉사단은 지역 아이들에게 그림책 읽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일 년에 두 번은 크게 잔치를 여는데 아동극과 인형극, 악기 연주와 율동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해마다 봄과 가을에 열리던 공연은 코로나로 3년 동안 휴식기를 가졌고 코로나 종식과 함께 공연은

  • 박보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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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선택

과일가게 자판대 위에 놓인 사과, 붉음이 유혹적이다. 저토록 아름다운 빛깔에 맛은 또 얼마나 좋을까. 사과가 금값이라 선뜻 손이 내밀어지지 않는다. 아른거리는 눈길을 뿌리치고 지나치다가 덜미를 당기는 미련 때문에 소 뒷걸음질 치듯 슬며시 돌아선다. 까만 비닐봉지에 담은 사과를 들고 오는데 횡재한 듯 흥겹다. 주인이 선심 쓰듯 준 상처 입은 작은 사과 한 알

  • 박민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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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내가 겪은 병영생활

오늘도 자식을 군대에 보내 놓고 노심초사 걱정하고 계실 이 땅의 부모님들을 생각해 본다. 한창 혈기왕성한 젊은 청춘들이 한데 모여 생활하다 보니 예기치 못한 다양한 사건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는 곳이 군대다. 안타깝게도 귀한 목숨을 잃거나 때로는 손이나 발에 장애를 입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명 살상무기를 다루는 병영 생활은 특히 안전사고를 조심해

  • 정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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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사모곡

다가구 주택을 지으며 마당가 귀둥이에 작은 미니 정원이 생겼다. 남편이 좋아하는 단감나무 한 그루, 대봉감 한 그루, 이 고장 특산품 대추나무, 소나무, 블루베리를 심고, 정원 바닥에는 머위, 곤드레 부추 국화를 심었다. 모두 두루두루 노래하며 작은 미니정원에 좁은 바닥이지만 사이좋게 물과 양분을 함께 나누며 둥개둥개 십 여년을 우리와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 정경자(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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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우산

 그의 품은 엄마 젖가슴 같다. 천둥번개와 함께 몰려오는 비바람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내리쬐는 땡볕도 두렵지 않다. 미친듯 몰아치는 눈설레가 가슴속으로 파고들 때도 그에게 매달리지 않았던가. 이렇듯 몸도 마음도 젖지 않게 해주는 그는 삶의 풍파를 막아주는 비받이임에 틀림없다. “나 죽으면 우째 살거요.”귀에 따까리가 앉을 만큼 들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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