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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할아버지, 내가 누구야?

울 할아버지 쓰러지셔서오랫동안 의식을 잃었다가몸도 마음도 애기로 돌아가흰머리 할아버지 애기가 되었어요.음식물 삼키기 새로 배우고숟가락으로 밥 먹기,젓가락으로 반찬 집기도다시 배웠죠.누워만 있던 할아버지,걸음마 배우기 시작했어요.누웠다가 일어나 앉기,침대에서 일어서서 바로 서기, 워커 붙잡고 한 걸음씩 걸어보기.엄마가 찍어 보낸 동영상 보며막 박수를

  • 송영숙(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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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최고의 생일파티

오늘은 5일장이 서는 날입니다.나물을 파는 할머니, 도시에서 유행하는 옷을 파는 멋쟁이 아줌마, 붕어빵과 오뎅을 파는 아저씨, 쿵짝쿵짝 신나는 가요 CD를 파는 할아버지.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여러 가지 물건들이 총집합하는 날입니다.순대국밥집 옆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란히 앉아 콩이나 쌀, 보리, 옥수수 등 곡식과 누룽지를 튀겨 주기도 하고 뻥튀기를 팔

  • 김수영(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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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아라가야 고분(古墳) 앞에서 외4편

아라가야 고분(古墳) 앞에서남고북저(南高北低)예부터 인걸 난다던 함주(咸州)야말산 낮은 봉우리 나란히 누워어느 겨를 편히 잠들 날 있었으랴아라곡(阿羅谷) 안라왕(安羅王)의 눈물 흰 새벽 옷깃 날리며 해 떠오르니여섯 가야 새 아침 그날일레.다섯 바다 여섯 육지 한 울타리 새 아침 밝아오네해 떠오르네그대 안의 새싹무를 깎다가 빗나간 칼이 손바닥을 깊숙이 찔렀다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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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역사의식에서 불이(不二), 운문호일(雲門好日)

지난날을 돌아보면 나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두 가지 계기가 있다.하나는 중학교 2학년, 열네 살의 일기장이다. 6·25전쟁이 끝난 지 10 년 후, 시골의 중학교에 입학한 여자아이는 몇 명 안되었다. 대부분 초등학교 1∼2학년 다니다가 중퇴하고 집안일을 돕거나 도시의 아이보개로 돈벌이를 떠났다. 나라 전체가 가난하던 때인지라면 소재지에 있는 시골 중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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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책집에 세들어 사는 나의 집필실

상업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늦게 입학한 대학에서 원하던 공부의 깊이에 몰입해 가던 즈음 나는 늦은 나이임에도 결혼에는 관 심이 없었다. 한길만 보고 나가는 나를 그이는(지금의 남편) 졸업 후 대만에 유학 가서 같이 공부하자는 계획으로 솔깃하게 했다(그때는 중국과 수교 이전이어서 대만과만 교류가 가능했다).어느 날 명륜동을 지나가다가 발견했는데,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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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바람이 분다

플라타너스 나뭇가지가 떨어뜨리는 가을의 잎새들이 툭툭 여기 하나 저기 하나 보도블록 위에 슬픔처럼 내려앉는다. 어른 손 바닥 크기보다 큰 누렇게 마른 잎을 마주하는데 바스스 누군가의 발끝에 밟히는 조락의 슬픔을 들을 수 있었다. 그토록 작열하던 2024년의 여름이 비로소 고개를 숙였다는 증거이다. 급격히 계절의 틈을 비집고 들어선 변혁의 웅비를 꿈꾸는 개척

  • 지연희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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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시우는 귀엽고 신통해

시우는 만 네 살 한국 나이로 다섯 살인 남자아이예요. 직장 맘인 엄마 대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돌봐줘요.“싫어! 오늘 유치원 안 갈 거야.”가끔 유치원에 도착해서 들어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기도 해요.“어휴, 저 떼쟁이!”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합니다.어느 날부터 시우가 말끝에 꼭 ‘요’자를 붙여요.“할아버지 공원 가자요.”“할머니 나

  • 홍영숙(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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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꽃신

초인종 소리가 길고 짧게 들립니다. 소꿉놀이에 한창 떠들썩 했던 민이와 수는 후닥닥 일어납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엄마 노릇을 하던 민이와 수건을 머리에 동여매고 아빠 흉내를 내며 놀던 수는 장난감을 버리고 출입문으로 달려갑니다.“누구세요?”“엄마다!”“야, 신난다.”둘이는 서로 달라붙어 먼저 문을 열려고 한동안 승강이를 벌입니다. 문이 열렸습니다.“엄마,

  • 임옥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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