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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플룻(Panflute) 연주의 향연

한국문인협회 로고 송일순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5월 6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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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2월 교직을 퇴직한 후 손자를 돌보며 행정복지센터에서 탁구도 치고, 호흡이 짧아도 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크로마하프를 배우며 취미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더믹이 창궐(2020. 1. 20.)하면서 모임이 단절되고 탁구와 크로마하프 연주도 끊겼다. 건강을 위해 2∼3명이 춘천 공지천 의암공원 산책이나 김유정역 실내 마을길, 구곡폭포, 호명호수, 엘리시안 강촌, 소양댐, 중도 등 가벼운 소풍을 다녀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3년 4개월 만에 팬더믹이 종식되었지만 크로마하프 강사가 인천으로 이사하면서 연주 활동도 중단되었다. 호흡이 짧아서 내게는 크로마하프 연주가 제격이었는데 못 해서 허전한 마음을 지인에게 말하니 대나무 관악기인 팬플룻을 권했다.
팬플룻은 대나무나 갈대를 엮어서 만든 악기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관악기 중의 하나다. 유럽형(루마니아)은 밴드가 아래 부분에 있고, 남미형(페루)은 밴드가 악기 가운데 있는데 큰 소리를 위, 아래로 낼 수 있는 남미형이 보급형으로 많이 사용한단다. 팬플룻은 소리 내는 법만 배우면 크게 어려운 부분이 없어 어르신들이 많이 배우고 있다고 한다.
2024. 4월 2일 근화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개강하는 팬플룻 취미반에 등록을 했다. 강사님은 인사말과 3개월간의 강의 계획을 발표하신 후 팬플룻을 연주하시는데 감동이었다. 팬플룻은 소양제 때 외국인들의 연주를 본 게 전부였기에 강사님의 연주는 전율이 느껴졌다. 고음의 바이브레이션으로 진한 감동을 자아냄이 만족스러웠다. 매주 화, 목요일 2시간씩 강의를 듣고 호흡법을 배우면서도 열흘이 지나서야 7음계 정도의 건조한 소리라도 나서 기뻤다. 2년 차 회원들은 6월 초에 퇴계동에서 버스킹을 한다고 연습하는 게 부러웠다. 기회는 왔지만 자신이 없으니 다음 버스킹 때는 대열에 서 보리라 마음먹었다. ‘항상 준비해야 기회가 올 때 잡을 수 있다’는 나의 신념이 발동을 한다. 동요와 가곡, 가요를 열심히 불어 입술이 얼얼할 정도로 아팠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6월 29일 ‘춘(春) 1,000인(人) 음악회’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개최한다며 강사님은 1, 2기 기생들 모두가 참가하자며 곡목을 공개하셨다. <콰이강의 다리> 행진곡 등 알고 있던 여러 곡들을 연습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한 달쯤 연습을 하니 좀 서툴지만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인다. 음악회에 설 수 있게 가르치고 응원하신 강사님이 고맙다. 당일에 음악회 유니폼을 받아 입으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몇 년 전 탁구장에 한 회원이 ‘춘(春) 1,000인(人) 음악회’ 로고가 새겨진 하얀 T셔츠를 입은 것을 보고 부러웠는데 내가 입고 있다니 정말 기뻤다. 1,000명이 참석해 연주하는 모습은 장엄하고 감동이었다. 그 후 퇴계동 행정복지센터 행사와 선도의 집, 공지천 이디오피아의 집 부근에서 토요일에 몇 번 공연을 하고 춘천 중앙시장에서도 공연을 했다. 12월에는 춘천시청에서 강원일보사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동행’ 행사에 시장, 교육감 등 지역 인사들이 참여하고 동별 행정복지센터에서 자랑할 만한 작품들을 발표해 뜻깊은 연말을 맞이했다. 12월 21일 지하상가 중앙홀에서의 춘천 팬플룻 앙상블(Chuncheon Panflute ensemble) 정기 연주회도 문화의 도시 춘천을 홍보하며 뽐내기에 충분했다. 자녀들이 참석해 주니 내가 노년을 참 잘 사는 것 같은 자부심을 갖게 해 줘서 기뻤다. 초등학교 1학년 손녀도 가끔 할머니가 팬플룻 연습하는 것을 보고 「고향의 봄」 기사를 계이름 외워 부르니 참 대견한 생각이 든다.
지난해 4월, 팬플룻을 시작해 한 달이 지나면서 나의 발전을 위해 서툴지만 핸드폰에 동영상으로 <당신은 모르실 거야>, <그리운 사람끼리>를 독주하는 모습을 찍어 친구에게 보냈다. 완성곡이 있을 때마다 보내니 빠르게 향상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10월에는 중학교 동창이 등록해서 배우며 우정을 쌓아 간다. 때로는 인적이 드문 시내버스 정류장에서도 버스가 올 때까지 75세의 용감성이 발동해 팬플룻에 열정을 쏟는다.
2025년 2월 11일 팬플룻을 연주하는 사진을 머그컵에 새겨 책꽂이에 놓고 보니 기분이 좋다. ‘팬플룻 배우기를 참 잘했구나’ 하며 나를 꽤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하니 살맛이 난다. 올해는 5월 중순쯤에 버스킹을 준비하고 수시로 연주회를 가지며 연말에 정기 연주를 위해 수준 높은 곡목을 주시겠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계셨다. 요즘은 연주곡으로 <철새는 날아가고(EI Condor Pasa)>와 <Mother do mine>을 연습한다. 팬플룻을 배운 지 11개월 만에 맑고, 높고, 공명이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짐짓 놀라며 만족한 연습을 하고 있다. 팬플룻 연습에 열중하느라 지난해는 좋아하는 낚시도 몇 번 못 가고 2025년 1월 11일 개장한 산천어 낚시를 몇 번 다녀와 기분이 좋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이 실감난다. 팬플룻 취미 활동을 하며 지인들과 속 깊은 이야기도 나누고, 맛난 음식도 먹고 차도 마시며 가끔 수다도 떨다 보니 빠른 세월에 잘 어울려 살아가는 것 같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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