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민아, 너 좋은 일 좀 하지 않으련?”미장원 아줌마가 머리를 손질하다 말고 넌지시 물었습니다. “좋은 일이요? 어떤 일인데요?”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거울 속의 미장원 아줌마를 바라보았습니다.“일주일에 세 시간만 하면 되는 좋은 일이야.”“그게 무슨 일이냐니까요?”“버드나무집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시켜 드리는 일.” 미장원 아줌
- 윤수천
“종민아, 너 좋은 일 좀 하지 않으련?”미장원 아줌마가 머리를 손질하다 말고 넌지시 물었습니다. “좋은 일이요? 어떤 일인데요?”나는 감았던 눈을 뜨고 거울 속의 미장원 아줌마를 바라보았습니다.“일주일에 세 시간만 하면 되는 좋은 일이야.”“그게 무슨 일이냐니까요?”“버드나무집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시켜 드리는 일.” 미장원 아줌
은은한 향기화사한 꽃이온 세상을 덮었나 봐요꽃길 따라 걷는 길어디서바람 한 줄 지나가요연분홍 꽃잎이 내려요주룩주룩봄비처럼 꽃비 되어 내려요하늘을 가득 메우고머리 위로 손바닥 위로 그리고 내 마음에도 내려요꽃잎 몇 장기억 속에 꼭꼭 담았어요 나중에 펼쳐 보려고요
종일 고기 잡고돌아온 배받아안고 누웠습니다바다는 잠들지 않고밤새 배를 흔듭니다삐걱삐걱배가 코를 골며 잡니다희미한 불빛도 따라와곁에서 잡니다.
우리는다수결의 원칙에 따라결정나지 않을 때 해결한다.다수의 의견이옳은지 그른지 생각하지 않고덩달아 손을 들 때도앞장서는 사람에 따라평탄한 길험한 길다수가 가더라도옳지 않을 땐눈치 보지 말고소수의 길 선택하는 용기외롭지만나에게 미안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도시 변두리 주말 텃밭그늘진 수풀 엉금엉금달콤한 향기 쫓아갔다.빨간 딸기주렁주렁민달팽이야금야금딸기 핥았다.입에 착 달라붙은달콤한 딸기 맛군침 질질
종다리는 보리밭에옴팍한 국그릇 모양의둥지 지어 놓고쑥 빛깔 알 낳았다고‘종달종달’ 노래하고개개비는 갈대밭에오목한 밥그릇 모양의둥지 지어 놓고동글갸름한 알 낳았다고‘개개개개’ 노래한다.새의 부리는귀여운 악기다.
나 대신 꼭 껴안고 자야 해 처음 안아 보는 분신매일 내 곁을 지키고 있다부드럽게 휘감은 팔 둥글게 둥글게우정을 말해주고오랜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 표정 멀고도 가까운겨울방학 같은 것하루 종일 속삭여도 뛰지 않는 심장 죽은 새 같아뾰족한 손톱들 모아 꾹꾹 눌러 주면숨 쉴 수 있을까어느새 얼룩
꽃으로 다지고자 네 이름 꽃다지인가욕심이 너무 많아 그 이름 꽃돼지인가하늘이 맡긴 일이다온 땅 점령하라는봄볕에 틈만 나면 깜박 자는 것도봄볕의 틈새로 반짝 자라는 것도한동안 어디에서나 다반사로 벌어질 일계절이 돌아온 거다 그와의 한 판 승부 너는 피고 나는 뽑는 어쩔 수 없는 것은하늘이 맡긴 일이다 피차 살아 있음에
이맘때 유월(음력)이면 배가 부른 엄마였지 남들이부채들때풀한포기더뽑으며만삭인나를 붙들고땀 흘리며 달래셨지그렇게 잠든 내게 오늘일까 내일일까 그 틈에 엄마 말을 눈짓으로 알아듣던 고놈이오늘날 커서그 얘기를 시로 쓰네
어스름 골목길에 붉은 등불 켜지면낮과 밤이 바뀌는 곳 이름 없고 고향 잃은지워진 이름 석 자는 달맞이 꽃이랍니다찬바람만 오고 가는 긴 골목길 어둠 속한치앞도안보이는 삶조차 희미한 늪길 잃고 방황하는가 짓눌린 삶의 무게로원래의 이름 찾아 대추벌로 불러주오갈곡천 떠내려간 여인의 한도 잊고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