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3가에서 13시에 점심 약속이 있어 신설동역에서 전철 1호선을 탔다. 한낮이라 찻간이 널널하여 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맞은 편에 양 옆에 두 딸을 앉힌 40대의 엄마가 있었다. 엄마 오른쪽에 앉은 아이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고, 왼쪽의 아이는 서너 살로 보였는데 그 표정 이 뭐라고 표현을 못 할 만큼 이상하게 보였다. 어디가 몹시 괴로운 듯 도 싶고,
- 박충훈
종로3가에서 13시에 점심 약속이 있어 신설동역에서 전철 1호선을 탔다. 한낮이라 찻간이 널널하여 자리에 앉았는데, 바로 맞은 편에 양 옆에 두 딸을 앉힌 40대의 엄마가 있었다. 엄마 오른쪽에 앉은 아이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고, 왼쪽의 아이는 서너 살로 보였는데 그 표정 이 뭐라고 표현을 못 할 만큼 이상하게 보였다. 어디가 몹시 괴로운 듯 도 싶고,
수업 시작을 알리는 음악이 들리고 담임선생님이 낯선 소녀와 함께 교실로 들어선다. 친구들이 소곤거린다. 천사처럼 이쁘다며 킥킥거리는 녀석도 있다. 소녀가 굳은 표정으로 선생님 곁에 서 있다. 반장의 구령에 따라 선생님께 인사를 올린다.“오늘은 여러분께 전학 온 친구를 소개합니다. 이름은 태미선이고 정주 시내 호남초등학교에서 전학 왔습니다. 시골은 낯설고 잘
기체가 땅에 닿았다. 은빛으로 번쩍이는 날개를 비스듬히 앞으로 기울이고, 바퀴가 지면에 닿는 순간 육중한 기체가 기우뚱했다고 소영은 생각했다.‘어쩌면 안 그랬는지도 모르지.’돌아다보니 어머니 얼굴은 그저 그래 보였다. 헤어져 공부하시던 아버지가 미국 어느 명문대학 박사학위를 따고 다니러 오신다는데도 어머니 얼굴은 아무런 감동이 없어 보인다.‘속으로만 떨고
늪이라는 젖은 말을 무릎에 올리자 귀 밝은 내 곁가지 흠뻑흠뻑 빠져든다 뒤돌아 나가는 길을 잊은 듯이 잃은 듯이그 눈빛 놓칠 때 내려 앉은 광대뼈 오십몇 년 헤아려도 아득하기 짝이 없고 문고리 소소리바람잡았다 놓고 가는어차피 홑이었을 밤을 끌어당기자 오소소 떠는소리 그도 후회하는가 순식간 들이치
푸르던 잎새들이 한때는 즐거웠지 활기찬 지난날이 그리워 생각난다 그처럼 굴러가는 게우리 인생 아닌가나뭇잎 가지마다 황홀한 색을 띠다 찬바람 불어대니 하나 둘 떨어지고 마음을 텅 비우고서살아가는 노신사
산다는 괴로움은 잎 지면서 시작되고 혹독한 하루들을 삭막하게 사는 지금 한치도 물러섬 없이 제자리를 지킨다삭풍에 다 털리고 팔다리 뒤틀려도 거역 못할 고문을 견뎌내야 봄은 오고 신념을 꺾지 않는다, 동토의 나무는
섬이 뭍도 되고 뭍이 섬도 된다 거기에 몸 비집어 가부좌 틀고 앉아 그 뜻을 알겠느냐고선문답하는 도량큰스님은 예쯤에서 달을 보았으리라 그 달빛 머물던 바다 예불 소리 넘실대고 아득히 마주한 안면도 숨죽여 엿듣고 있다
6·25전란 시 태어난 유복자는 지팡이 한 자루 적선 받지 못한 채 모질게 너무나 일찍 방생되어 버렸다흙수저 들었다고 슬퍼한들 무엇 하리 밑바닥 낮은 곳도 사람 사는 세상이라 차라리 홀가분하여 거칠 것이 없었다물불을 안가리는 인고의 세월 속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은 자수성가 원동력 이제는 황혼의 길
밀물은 썰물갈이 썰물은 밀물갈이 땡볕에 타는 설움 하얗게 살아나니 이고 진 번뇌의 하늘침묵으로 품었다창백한 해수유통 짠맛을 우려내나 바닷물 삶아내는 유혈의 가시밭길 짠 덩이 나는 말들을염전밭에 앉힌다깊은 맛 혀끝 여음 짜디짠 여향으로 올 곱게 품어 왔던 염수 뺀 눈물 연가 백설은 꿈틀거리며 눈물
평화의 댐 강변 동쪽 조성한 작은 공원 솟아 있는 기념탑과 돌무덤 위 십자가 잠들고있는 것이냐말이 없이 무겁다백암산 기슭에는 흰 구름 떠가고 철조망 언덕 안에 녹슨 철모 하나 꽃다운나이에 산화한 무명용사 넋 달랜다누구의 것인지 모르는 철모 하나 총탄에 뚫어진 채 붉게 붉게 녹이 슬고 싱싱한초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