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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말고 편히 지내라

한국문인협회 로고 김영길(연암)

책 제목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봄호 2025년 3월 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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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친구 기복아! 건강한 모습으로 신논현역 교보타워 로비에서 보고 싶었는데 가다니 어딜 갔단 말이냐? 내 몸은 내 몸이면서 내 몸이 아니라 하였는데 너의 육신은 어디에 있단 말이냐?

“난 오래오래 살 거야. 점심 먹고 일원동 삼성병원에 가야 해, 예약했거든.”

주치의를 한 분 줄여 4명이라고 그렇게 건강 챙긴 너. 아, 어찌 된 일이지?

우리가 누구인가. 까까중머리 고교 1년 때부터 친구 아니던가. 나는 앞자리, 너는 뒷자리. 성적도 앞서가니 뒤서거니 했던 친구였지.

4·19혁명 일어난 해, 1960년 졸업 후 그해 9월 30일, 우린 남산에 올라 약속했지. ‘추억을 키워 나가자.’ 한마음 되어 정 깊은 60년 서울 토박이 친구들, ‘향우회’라 이름 지어 배지도 만들어 주었던 자네 아니던가. 8명이 똘똘 뭉쳐 ‘성기9회’ 동창들이 다 부러워하였는데….

그중 한 녀석 수일이가 고혈압으로 먼저 1997년 7월 쓰러지더니, 8년 후 2005년 사랑하는 부인의 병간호도 못 받고 벼락같이 떠난 한태. 그리고 동분서주 산재보험 처리로 뛰어다녔던 자네에게 “그만해, 잘 처리됐어. 고마워” 하며 사랑하는 딸, 손주를 뒤로하고 별나라로 간 친구, 무근. 그런데 소식 끊긴 너마저 유명을 달리하게 될 줄이야….

보고 싶은 친구 기복아, 자네 기억나? 5년 전 추운 12월 17일, 신논현역 감자탕집에서 모임 갖던 날, “얘가 나, 넘어지지 말라고 지팡이 선물 줬다”며 너스레 떨던 너. 반포 강남대로 고도일 병원 가는 날, 10월 19일, 무릎 때문이었나 병원 앞에서 건네준 지팡이. 아, 그날 이후 코로나 역병에 5년이 흘렀네!

60년 친구 『군기도 지암원』 22기 기웅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네. “야, 이 약 한 알 바꿔 처방받아 먹도록 해봐.”

긴가민가 어렵사리 용기 내어 담당 의사 선생에게 조심스레 건네 바뀐 약 1주일 복용 후 동네 공원의 언덕과 짧은 계단도 거뜬히 오르내리게 되었다고 신이나 말하던 너.

“야 기웅이, 도사가 됐더라”며 신통한 기(氣) 이야기 기염을 토한 너. 결국 ‘강민 김기웅 태사’ 권유로 나를 신령한 『천신기(天神氣)』 세계로 오늘까지 『지암원』의 목표 ‘인류의 건강, 세계의 평화’로 ‘없으면 있게 하고, 안 되면 되게 하라!’ 신조로 살게 해준 너였어.

소중한 우리 까까중 친구, 60년간 정을 키워 왔는데 소식도 없이 어딜 갔단 말인가? 숨차고 다리 불편해 에스컬레이터 또는 엘리베이터 있는 장소 골라 만났던 우리 아닌가? 재건축되어 이사 간 서초동 롯데캐슬, 일부러 아래층 살던 너, 그 후 우린 신논현역, 강남역 주변 음식점만 선택했고 미안한 너는 줄곧 식비를 도맡아 내곤 했지.

아아, 보고 싶은 친구 기복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했잖아. 비염 등 건강문제로 부인을 극진히 사랑하는 친구처럼 공기 좋은 가평, 주말엔 세컨드 홈에서 살고 싶다던 너. 자네 소식을 애타게 찾았던 우리 절친들은 만나면 네 소식을 먼저 물어왔지.

나는 네가 설립하고 일류로 키운 흥진정밀 홈페이지도 수차례 열어봤다. 2019년 3월 3일 자 대표이사직을 아드님으로 변경했더구나. 20여 년 전, 외환위기 사태 이후 장래 회사 운영에 대해 여러 번 논의한 기억이 나는구나. 지금은 정밀 시험기계, 한국계량측정 및 교정업무에 업계에 공인기관으로 촉망받는 유명기업으로 성장했더라. 축하하네! 흥진정밀.

그렇게 찾던 너를 이래선 안 되는데 하면서 인터넷 부고를 뒤져보았다. 아, 엄동설한 2022년 12월 2일, 2년이 지난 2024년 3월 25일에야 찾았다네. 다정했던 네가 떠나다니, 전분세락(轉糞世樂: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 세상이 더 즐겁다)이라고 했잖아. 살아 있어 인생을 논할 수가 있는데 너의 정다운 목소리를 어디에서 듣지? 기복아, 그리운 너의 육신은 어디에 있다더냐? 우리네 불가에서는 오고 감이 없다 하니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거지?

세상 인연 다 하여서 죽음에 이르니/ 번개 같은 인생, 한판 꿈이라 하였듯이/ 인생은 빈손으로 태어났다 빈손으로 떠나가듯/ 온갖 인연 활활 털어놓아 버리시게.

친구, 보고 싶다. 정기복! 편히 잘 가시게, 이젠 아프지 말고 편히 지내라. 주치의 전부 멀리하고…. 사바세계에 조금 먼저 갈 뿐이니, 남아 있는 사람은 다 헤쳐 나갈 수 있으니 마음 푹 놓고 편히 가시오. 천당이나 극락정토 마음대로 드나들어 다 하지 못한 아름다운 이야기를 뒤쫓아 오는 친구에게 정답게 들려주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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