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마다 서는 장장터가 시끌벅쩍수많은 사람들이 이고 지고 모여들어물건을사고파는데흥정이 만발하고오랜만에 만난 친구주막에 마주 앉아정겨운 사투리를막걸리에 풀어낸다“자네가 그리 쿤깨내 내가 그리 안쿠나”*잊고 잃은 일들이새록새록 떠올라푸근한 인심들이 안부를 전해 오니 그날의이야기들이귓가에 들리는 듯.*경상도 진주지방 사투리. “네가그리말을하니나도그리말한
- 정현대
닷새마다 서는 장장터가 시끌벅쩍수많은 사람들이 이고 지고 모여들어물건을사고파는데흥정이 만발하고오랜만에 만난 친구주막에 마주 앉아정겨운 사투리를막걸리에 풀어낸다“자네가 그리 쿤깨내 내가 그리 안쿠나”*잊고 잃은 일들이새록새록 떠올라푸근한 인심들이 안부를 전해 오니 그날의이야기들이귓가에 들리는 듯.*경상도 진주지방 사투리. “네가그리말을하니나도그리말한
두 그루 은행나무 세월을 건너와서조선 땅 척박함도 거뜬히 이겨내고굳건한 선비의 기개 생명력이 경이롭다하늘을 올려보면 은행잎과 햇살뿐어쩌랴 딱 이만큼 평화롭고 싶은데청백리 가을의 축복 온몸으로 받는다햇볕과 비바람에 생명이 자라나듯운명이거나 우연이거나 어느덧 육백 년을 저마다 독특한 열매 주렁주렁 맺혔다*세종대왕 시절 명재상 맹사성이 직접 심은 은행나
노송은 바람 안고 사시사철 푸르러 중년을 앞질러온 대들보가 휘었는지 앉았다 떠난 산길에 초승달이 숨었네
바다가 보고 싶다. 바다에 나가고 싶다.살다가 멀미 나서 울컥하고 치미는 날가슴에 파도가 치솟는 난바다를 보고 싶다.타고난 걱정거리, 떠다 맡은 치다꺼리지치고 주눅 드는 인연들을 끊어내고답답한 품속을 열어 큰바람에 펼치고 싶다.생각이 깊고 물결 드높은 한바다를 바라고 마음을 누르는 짐은 뒤끝 없이 부려놓고 바람을 앞장세우고 한달음에 달려가
산자락 그림자가구름한테 화를 낸다노을 바람 잔주름에꽃잎이 다 진다고봄비에옷젖은여인달빛 안고 웃고 있다
땅거미 진 밤분주한 작업 현장아슬아슬한 사다리흩어진 공구들 사이작업 배설물이 여기저기 뒹굴고잘 보이던 마킹은숨바꼭질을 한다도심을 달리는 수많은 차량 불빛 사이 발걸음 재촉하는 사람들서로서로 헤집고 다니는 모습이 엉키고 설킨 배전함 전깃줄이다빠지직 번쩍이는 불빛펑 소리 내고 전선에 불붙더니 배전공이 3층 아래로 떨어졌다 시
카페 출입문 유리에 머리를 부딪쳤다힐끗 바라보는 시선유리가 너무 맑아도 생각할 틈이 보이지 않는다예전엔 그랬지아등바등하지 않아도미래는 풀릴 것이라고서 있기만 해도 스르르 열리는 자동문처럼세상 트인 줄 알고 갔다가 유리벽 같은 벽을 만나 얼마나 아파했던가부딪친 머리를 싸쥐고 출입문 버튼을 누른다더 좋은 날을 기대하며&nbs
하루에 두어 번쯤바닷물이 길을 막아서도외롭지 않은 섬이백 년 팽나무 숲에 쌓인절간에는별빛 쏟아지는 밤이나달밝은밤바람은 바닷물을 굴리고 파도는 가슴을 앓는다영혼을 다듬은 범종 소리 잠시 머무름만으로도 속세 간 마음잊을 수 있는 곳고뇌와 번민 내려놓고 쉬었다 가라 하네
아버지 떠나실 때평생 함께한그림자도 따라 갔습니다산 그림자 마을로 찾아오면크신 사랑 그리운 마음에아버지 손으로 일구시던 논밭햇살 출렁이는 들길 걸어봅니다들판에 새겨진바람결에 스며 있는 아버지 발자국 흔적 가는 곳마다 따라옵니다아버지 그림자는가슴에 남아 있었습니다
강변공원 백합을 찍는데주근깨투성이 참나리가 들어와메인 모델이 되었다참나리나 백합이나 같은 나리지만눈길 끄는 주홍빛 미소에까만 주근깨 다닥다닥 매력 더하니백합보다 더 관심을 끌었나 보다우리 사이에도 가끔 아주 가끔혹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불쑥불쑥 끼어들던 무엇인가가 있었을 거다 새로웠을 수도 있었을 테고억지스럽기도 했을 테지만불현듯 손 내밀고 흔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