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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문밖에 있는 그대1)

“씨발, 교통사고래요!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냅다 욕부터 내지르는 강현수였다. 인하가 교통사고를 당해 K병원에 와 있다는 것이다.비명과 신음, 의사와 간호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응급 실에서 인하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여기저기 두리 번거리다 한 칸막이 커튼을 젖히고 나오는 강현수를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말없이 커튼을 밀치고 칸막이 안으로

  • 권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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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내가 투영된 거울 2

혹시 글 맛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문협에 갈 일이 있을 때 만나는 문우에게 불쑥 묻고 싶은 질문이다. 오래전에 『근원수필』을 여러번 정독하듯 읽었던 적이 있었다. 얇은 부피의 책으로 펜이 끄적이는대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듯, 물 흐르듯 글을 써내려 간 근원의 글이 좋아 수필가로 등단을 하고 강산이 한번 바뀐 세월이 되어도 마치 교본처럼 곱게 책장에

  • 조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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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K의 마지막 탱고

밀롱가는 K에게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이다. K는 선배 민 진호가 운영하는 탱고 카페를 거의 매일 찾다시피 했다. 무엇엔가 단단히 홀려 다른 것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처럼 K는 탱고에 푹 빠져있는 상태였다. K는 강남 역 부근의 탱고 카페 라썬으로 갔다. K는 카페 출입문 앞에 서서 탱고 스텝을 밟았다. 물론 머릿속에서였다. 슬픔이 깃든 정열의 탱고

  • 박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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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파주의 시간

*파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동 이의 문자를 받았다. 신병 훈련 기간에 문자라도 넣을까 하다가도 먼저 연락하겠지 싶어 차일피일 미루던 참에 받은 문자여서 그런지 속이 뜨끔했다. 나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기 전에 문자부터 확인했다.‘훈련 마치고 유해발굴부대로 갈 듯.’동이의 문자는 간결했다. 훈련을 마치고 배치받을 자부대가 유해발굴단이라는

  • 김성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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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 669호 목단화 당신

보랏빛 푸르름에 황홀한 너의 자태땋아 올린 삼단머리 눈웃음 쇄골미색눈부신 사파이어빛 누가 볼까 애가 탄다은은한 달빛 누리 어여쁜 너의 얼굴창포머리 별빛 받아 찬란히 휘어감네꽃바람 너의 머리결 나의 볼을 간지르네이슬에 목욕하고 예쁘게 웃는 민낯하늘빛 에메랄드 네 눈빛 나의 눈빛뉘라서 화용월태(花容月態)* 를 마다한다 하리오보름달 연꽃 아래 윤슬과 같이 놀고빼

  • 허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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