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발, 교통사고래요!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냅다 욕부터 내지르는 강현수였다. 인하가 교통사고를 당해 K병원에 와 있다는 것이다.비명과 신음, 의사와 간호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응급 실에서 인하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여기저기 두리 번거리다 한 칸막이 커튼을 젖히고 나오는 강현수를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말없이 커튼을 밀치고 칸막이 안으로
- 권도희
“씨발, 교통사고래요!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와 냅다 욕부터 내지르는 강현수였다. 인하가 교통사고를 당해 K병원에 와 있다는 것이다.비명과 신음, 의사와 간호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한 응급 실에서 인하를 찾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여기저기 두리 번거리다 한 칸막이 커튼을 젖히고 나오는 강현수를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말없이 커튼을 밀치고 칸막이 안으로
혹시 글 맛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문협에 갈 일이 있을 때 만나는 문우에게 불쑥 묻고 싶은 질문이다. 오래전에 『근원수필』을 여러번 정독하듯 읽었던 적이 있었다. 얇은 부피의 책으로 펜이 끄적이는대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듯, 물 흐르듯 글을 써내려 간 근원의 글이 좋아 수필가로 등단을 하고 강산이 한번 바뀐 세월이 되어도 마치 교본처럼 곱게 책장에
밀롱가는 K에게 또 하나의 다른 세상이다. K는 선배 민 진호가 운영하는 탱고 카페를 거의 매일 찾다시피 했다. 무엇엔가 단단히 홀려 다른 것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처럼 K는 탱고에 푹 빠져있는 상태였다. K는 강남 역 부근의 탱고 카페 라썬으로 갔다. K는 카페 출입문 앞에 서서 탱고 스텝을 밟았다. 물론 머릿속에서였다. 슬픔이 깃든 정열의 탱고
*파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동 이의 문자를 받았다. 신병 훈련 기간에 문자라도 넣을까 하다가도 먼저 연락하겠지 싶어 차일피일 미루던 참에 받은 문자여서 그런지 속이 뜨끔했다. 나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기 전에 문자부터 확인했다.‘훈련 마치고 유해발굴부대로 갈 듯.’동이의 문자는 간결했다. 훈련을 마치고 배치받을 자부대가 유해발굴단이라는
어두운 수평선에 둥근 달 떠오르니하늘엔 하나의 달 땅 위엔 천 개의 달어린 날소원을 빌던추억 속의 달님이여.갈대가 흔들리는 전천강 징검다리천 개의 소원 안고 돌아가는 바람개비촉촉한님의 눈동자달빛 아래 흔들리네.
발소리 잦아드는 해질녘 둘레길에초조한 민낯으로 쭉 뻗은 가시돌기바람 속 옴나위없이 흔들리는 빈손이다노란 꽃 피웠지만 존재감도 눈물도 없이 까끌한 씨알 몇 개 내려놓지 못한 채새침한 바짓가랑이 움켜잡고 길 간다고향을 등져야만 한 세상 보는 걸까암팡지게 매달려서 수차례 뜯기고도 비로소 파고든 자리 알찬 뿌리 내린다
거친 숨결 새어나는 뜬장 개집 그립니다. 목숨 거둘 어미 개들 미리 염습하는 음지 언제쯤 햇살이 들어밝은 세상 그릴까요.비루먹고 발 갈라져 두 번 보기 역겨운데 배설물, 선지 썩어 시궁창 된 도살장엔 식칼에 낫과 도끼가퍼런 살기 뿜습니다.저승길로 이끌고 갈 올가미 그린 순간 핏물 밴 벽 구석에서 웅크려 떠는 황구
보랏빛 푸르름에 황홀한 너의 자태땋아 올린 삼단머리 눈웃음 쇄골미색눈부신 사파이어빛 누가 볼까 애가 탄다은은한 달빛 누리 어여쁜 너의 얼굴창포머리 별빛 받아 찬란히 휘어감네꽃바람 너의 머리결 나의 볼을 간지르네이슬에 목욕하고 예쁘게 웃는 민낯하늘빛 에메랄드 네 눈빛 나의 눈빛뉘라서 화용월태(花容月態)* 를 마다한다 하리오보름달 연꽃 아래 윤슬과 같이 놀고빼
설한을뚫고온뿔이하늘향해뻗어있다진작 잘라야 할 미련이 뻗친 날들열매에 눈 먼 탐욕은 킁킁거리며 솟아 있다된서리 견딘 2월, 나무는 단단하다입춘 넘어 자른 가지 물방울이 돋는다 힘겹게 살아 있다고 가지 끝에 고인 눈물얽히고 설킨 삶, 곁가지를 자른다온전히 얻기 위해 무참히 버린다버티는 늙은 토루소 가슴에 불을 지핀다
돈 모르면 후회한다아버님 말씀인데돈많아뭐합니까착하게 살아야지부자간아픈 가슴은아버님 승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