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여울 물도 때로는 개여울처럼물살이 빨라져 어미 잃은 듯 슬피운다 흐르고 또 흘러서 귀착 역을 돌고 돌아 어느 때야 다다르랴 내가 갈 종착역머나먼 인생길이 하도 멀어서수십 년을 허덕이며 사려 깊게 생각하는 성찰로산등성이에 올라서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갈팡질팡하면서새롭게 발견하는 통찰력으로 내가 갈 종착역을 찾는구나
- 김복언
산여울 물도 때로는 개여울처럼물살이 빨라져 어미 잃은 듯 슬피운다 흐르고 또 흘러서 귀착 역을 돌고 돌아 어느 때야 다다르랴 내가 갈 종착역머나먼 인생길이 하도 멀어서수십 년을 허덕이며 사려 깊게 생각하는 성찰로산등성이에 올라서서 어느 길로 가야 할지갈팡질팡하면서새롭게 발견하는 통찰력으로 내가 갈 종착역을 찾는구나
달 뜨는 소리 좋아하던 그 사람달무리 속으로 들어가월광이 되어 돌아오지 않았다그의 부재가 또렷해지는 밤온몸이 딸려 들어가는 듯저 만월의울음소리 토해낸다빈 가지에 두고 간따스했던 그의 온기월광 소나타 사이에서 화석이 된다
쏟아붓는 눈발을 지켜본다섬세하게 쌓여 숲은 이내 하얗게 덮이고영원할 것처럼 고요롭다침묵에 갇혀 오가도 못함을 인지할 즈음긴한 어둠 드리우고 바람 한자락 스산하게 스친다슈베르트 겨울 나그네,전곡은 턴테이블에 올려 내내 흐르다, 12번 ‘고독’(Einsamkeit)에 멈칫.어두운 구름 청명한 하늘을 가로지르듯 고독한 사내가 홀로 서 있다가늘한
잔설 꽃샘추위노란 꼬리 달고털모자 반쯤 벗은 꽃눈마다서성거린다덩그러니 빈 까치 둥지에도애달픈 님 그림자 안고잿빛 마음 흠뻑 설움에 겨워아직은 봄 맞을 준비 이르니침묵의 고독한 정원(庭園)햇빛 쏟아져 속살거릴 즈음에봄아고운 단장(丹粧) 꽃나래 펼치고 저 넓은 초원 찬란한 꽃뜰휘- 돌아한아름꿈을안고나의 창(蒼)가로 오렴 내 님 닮은 미소로.
바람이 주저앉았던 자리제멋대로 자란 풀들이마당에 조용히그림을 그리고 있다고양이 한 마리배롱나무 그늘에 웅크리고 앉아누구를 기다리다가어느새 바람같이 사라진다.녹슬어 부스러진 철문 앞에걸어놓은 빛바랜 액자 하나단란한 가족들함박웃음 가득하다가랑비 그치고꽃이 지는 모퉁이 돌면 버려진 헌 신발 한 짝에 고인 햇빛이 졸고 있다.
부산 앞바다푸른 물결 위에 수평선을 배경으로수많은 배들한 폭의 그림으로 걸려 있다한척한척이어우러져그림이 된 액자 속에바람 따라 파도 따라뱃사람들의 이야기 싣고 있다부산 항구가펼쳐보이는 묘박지는 한 폭의 풍경떠나기 위해 머무는 배희망을 싣고 그리움을 싣는다봄여름가을겨울한 시절을 돌 듯시작이고 마침이 되는 기다림은한 폭의 그림으로 오롯이 가슴에 안긴다삼백예순다
붉은 바다 회오리바람 눈동자를동그랗게 만드느라 수증기를 생산하는8월, 찜통더위를 잊게 해주는 풀벌레들의 밤빈곤을 극복한 욕망의 발자국들이 모여둥글거나 모난 식탁 의자 앉거나수레바퀴를 돌리면서 살았다오래된 곁가지와 뿌리를 넘어지게했었던 빗방울 방울은 잊을 만하면빙하 사이로 먹구름들이 몰려왔었다뜨거운 장작불 가마솥도 아니고파란 가스 노란 냄비 속 물방울 방울처
갓 잡아 올린 참조기 아가미 떼고소금에 절여 해풍에 말린 굴비조심스레 석쇠에 뉘여벌겋게 볼이 달아오른 연탄불에 올리면 바다에서 사투 벌이며 견뎌 온 흔적인가 뼛속 깊숙이 스며든 진액 뿜으며노릇노릇 익어 밥상 위 제왕이 되었다바라보는 자식들 눈망울 안쓰러워 생선은 대가리가 최고라며대가리부터 드시던 아버지굴비는 아버지를 향한어머니의
“할머니 늙었어요”“그래그럼우째야하노”“할머니 꿈을 꾸세요”“무슨 꿈 밤에 자는 꿈”“아니요 할머니 어릴 때 꿈요”지인의 7살 손자와의영상 통화다7살 어린 꼬마가늙음의 치료제로기발한 꿈 이야기를 하다니놀랍지 않은가우리에게 꿈은 있기나 한지어릴 때 꾸었던무지갯빛 꿈은 아닐지라도젊어지는 약꿈 주머니를 열어봐야겠다.
어스름저녁 식탁철판 위에 구워지는인심 가득한 소주 한잔 채워 가며발그스레 미소들은영혼을 다독이며 가슴속 고인 아픔잠재워 뉘여 놓고오늘이 마지막인 듯 울어대는산까치의 열애에도 감사함과 겸손한복들이 주렁주렁열리는 하루서로의 희락을 나누는 사랑하는사람들의 정이 모인 곳동네 어귀오가는 길목에 사랑방 같은 식당벤치에 앉아 담배연기밤하늘로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