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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 671호 수런대는 겨울 숲 2

쏟아붓는 눈발을 지켜본다섬세하게 쌓여 숲은 이내 하얗게 덮이고영원할 것처럼 고요롭다침묵에 갇혀 오가도 못함을 인지할 즈음긴한 어둠 드리우고 바람 한자락 스산하게 스친다슈베르트 겨울 나그네,전곡은 턴테이블에 올려 내내 흐르다, 12번 ‘고독’(Einsamkeit)에 멈칫.어두운 구름 청명한 하늘을 가로지르듯 고독한 사내가 홀로 서 있다가늘한

  • 손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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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2025.1 671호 나의 창(蒼)가로

잔설 꽃샘추위노란 꼬리 달고털모자 반쯤 벗은 꽃눈마다서성거린다덩그러니 빈 까치 둥지에도애달픈 님 그림자 안고잿빛 마음 흠뻑 설움에 겨워아직은 봄 맞을 준비 이르니침묵의 고독한 정원(庭園)햇빛 쏟아져 속살거릴 즈음에봄아고운 단장(丹粧) 꽃나래 펼치고 저 넓은 초원 찬란한 꽃뜰휘- 돌아한아름꿈을안고나의 창(蒼)가로 오렴 내 님 닮은 미소로.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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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2025.1 671호 바다와 나

부산 앞바다푸른 물결 위에 수평선을 배경으로수많은 배들한 폭의 그림으로 걸려 있다한척한척이어우러져그림이 된 액자 속에바람 따라 파도 따라뱃사람들의 이야기 싣고 있다부산 항구가펼쳐보이는 묘박지는 한 폭의 풍경떠나기 위해 머무는 배희망을 싣고 그리움을 싣는다봄여름가을겨울한 시절을 돌 듯시작이고 마침이 되는 기다림은한 폭의 그림으로 오롯이 가슴에 안긴다삼백예순다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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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2025.1 671호 흔적을 지우는 물방울들의 여로

붉은 바다 회오리바람 눈동자를동그랗게 만드느라 수증기를 생산하는8월, 찜통더위를 잊게 해주는 풀벌레들의 밤빈곤을 극복한 욕망의 발자국들이 모여둥글거나 모난 식탁 의자 앉거나수레바퀴를 돌리면서 살았다오래된 곁가지와 뿌리를 넘어지게했었던 빗방울 방울은 잊을 만하면빙하 사이로 먹구름들이 몰려왔었다뜨거운 장작불 가마솥도 아니고파란 가스 노란 냄비 속 물방울 방울처

  • 김다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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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2025.1 671호 아버지와 굴비

갓 잡아 올린 참조기 아가미 떼고소금에 절여 해풍에 말린 굴비조심스레 석쇠에 뉘여벌겋게 볼이 달아오른 연탄불에 올리면 바다에서 사투 벌이며 견뎌 온 흔적인가 뼛속 깊숙이 스며든 진액 뿜으며노릇노릇 익어 밥상 위 제왕이 되었다바라보는 자식들 눈망울 안쓰러워 생선은 대가리가 최고라며대가리부터 드시던 아버지굴비는 아버지를 향한어머니의

  • 방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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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2025.1 671호 꿈을 꾸란다

“할머니 늙었어요”“그래그럼우째야하노”“할머니 꿈을 꾸세요”“무슨 꿈 밤에 자는 꿈”“아니요 할머니 어릴 때 꿈요”지인의 7살 손자와의영상 통화다7살 어린 꼬마가늙음의 치료제로기발한 꿈 이야기를 하다니놀랍지 않은가우리에게 꿈은 있기나 한지어릴 때 꾸었던무지갯빛 꿈은 아닐지라도젊어지는 약꿈 주머니를 열어봐야겠다.

  • 김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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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2025.1 671호 사랑방

어스름저녁 식탁철판 위에 구워지는인심 가득한 소주 한잔 채워 가며발그스레 미소들은영혼을 다독이며 가슴속 고인 아픔잠재워 뉘여 놓고오늘이 마지막인 듯 울어대는산까치의 열애에도 감사함과 겸손한복들이 주렁주렁열리는 하루서로의 희락을 나누는 사랑하는사람들의 정이 모인 곳동네 어귀오가는 길목에 사랑방 같은 식당벤치에 앉아 담배연기밤하늘로 돌린다

  • 김승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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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