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 나이 드니 팔순턱 노인이라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니급소 아흔아홉을 찾아진맥하여 침을 꽂고 기를 부어 생명을 구하니 이 내가 명의라산천초목 뿌리가 약초가 되고 추운 시베리아 사슴뿔이 녹용이라깊은 산속 열매들은 약재로 약단지에 대려내니시커먼 물 쓰디쓴 한약이라 천상의 기를 모아천하의 기를 모아 입으로 먹으니&n
- 조수현
이 몸 나이 드니 팔순턱 노인이라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니급소 아흔아홉을 찾아진맥하여 침을 꽂고 기를 부어 생명을 구하니 이 내가 명의라산천초목 뿌리가 약초가 되고 추운 시베리아 사슴뿔이 녹용이라깊은 산속 열매들은 약재로 약단지에 대려내니시커먼 물 쓰디쓴 한약이라 천상의 기를 모아천하의 기를 모아 입으로 먹으니&n
강물이노래하여물결 위 물결 밀어노래하여별 가득한 강물에기다리는 물새가 푸른하늘같이 지저귀어 하늘에하늘에울렁이는 보랏빛 그 이름 소리 없이 파닥이는 두손깃사랑아 사랑아그 날개 위 날개 날아 별빛 쪼아 노래하고 이름 물어 노래하고
엄마의 아기집을 벗어날 때우렁찬 모습은 잠깐이었고삶의 속앓이가 깊어져눈물받이*가 되고서야행복이 무엇인지 알았습니다.피붙이 떠나 낯선 곳에 발붙이고얼기설기 얽힌 삶 벗어내는 동안서쪽 하늘이 발갛게 물들어 갈 즈음이면 젖 찾는 아이처럼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속앓이 털어낼 친구 찾아 물끄러미 별만 헤다가 피붙이가 그리워 눈가에
기적 소리 슬피 우는고향 땅 철길에는검은 연기 동여맨 숨 가쁜 소리 설렘은 벌써 둥지를 틀고뜨락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빛바랜 옷깃 매만지며버선발로 다가서는 흰오리* 울 어머니인자하신 얼굴에는그리움 가득 담겨 있고 새득새득 꽃잎처럼주름진 두 손에는가시덤불 움켜잡던깊게 팬 흔적이고달픈 옛이야기 머금고 있네 담아도,또 담아도그
언니의 시에는 애환이 있어요 막내시누이의 말이다찬바람이 뼛속을 훑어 내리는 반지하방에 비닐 천막을 치고 살았지곰팡이가 키웠던 아들의 천식 동토가 조각한 처마 밑 고드름시에는 그렇게 겨울 나이테가 생겼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모아져따스한 그림을 만들어 낸 신의 은총
손끝은바람의 체온 없이 산다해를 잡고 있는 줄은 거둬들이지 않고 폭염의 밤은 쉬질 않는다심심치 않게 다녀가는 호우의 흔적은 무겁다여름 쉬지 않은 아이들의 울음은 길다간간히 울어대는 묵직한 울음은 그런대로 잘 버텨온 것들 중 하나다 이어질 듯 멈출 듯여름의 몸부림이 가엾다이쯤이면 있어야 한다베란다 건조대의 마른 옷
시간을 거슬러 냉정골 옛길을 걷는다오늘따라 서릿바람이 소나무 가지마다 어지러이 걸려 있다가지 위에 작은 눈꽃마저 아스라이 사라지고 촛대바위에 걸려 있는 앙상한 가지에는 외로움과 고독만이 너울댄다세상이 바람 불고 춥다 해도 가난한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따뜻한 함박눈아, 하염없이 내려다오&nbs
너도 두렵지, 누구나 그래시간의 끝자락에 서성이면너도 떨리지. 누구나 그래새로운 변곡점을 만나면평행선으로 달리다 교차점을 만나고 다시 원을 그리는 일상권태의 굴레는 자기만의 덫일 뿐 소중한 시간을 노예로 묶어둘 수 없기에너를 만나러 길을 떠나야겠다 날개를 펴 하늘을 박차고 날아오르자 새 소리 바람 소리 귓가에 스치는&nb
늦은 점심이라 허급지급속은 텅 비어 몸도 마음도 바쁜 주말추어탕이면 지난 밤 과음한 속을 풀기에 안성맞춤 단품보다 오감을 더 행복하게 하는 소반정식이라일과 후 해질 무렵 이 친구 저 친구 생각나듯 엄마가 지어준 차진 밥 묵은 된장에 시래깃국 곱창김 그리고 조선간장에 참기름이 풍미를 보태 시금장 향기 허기진 유년 시절을 추
살낀표정 눈에 박혀 눈물샘쏟아지는 불화살 삼키고어둠 낭떠러지 꺾인 목맹세코 잃은 안개 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