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현무암 위에 붉은 꽃송이 떨어진다동백잎보다 푸른 나이에 먼저 떠나간친구의 머리맡에 달려 있던붉은 꽃 수혈 주머니 청치마 사달라고 떼쓰던어린것 두고어찌 안타까이 동백꽃 되었나 떨어진 꽃 동백은수많은 기억 중에청치마 그 아이를 찾아내고무심히 흘려버린세월을 돌아보게 한다
- 주신옥
툭현무암 위에 붉은 꽃송이 떨어진다동백잎보다 푸른 나이에 먼저 떠나간친구의 머리맡에 달려 있던붉은 꽃 수혈 주머니 청치마 사달라고 떼쓰던어린것 두고어찌 안타까이 동백꽃 되었나 떨어진 꽃 동백은수많은 기억 중에청치마 그 아이를 찾아내고무심히 흘려버린세월을 돌아보게 한다
바람 부는 날 맨발로 해변을 걷고 있다모래에 끊임없이 부딪히고 사라지는 파도는문명의 기억을 수업 중이다 거대한 물결이 책장을 넘기면바닷속 미생물의 숨 고르는 소리가 들린다그는 딴청 부리며 밖으로 나갔다가철퍼덕 철썩철썩 훈육의 소리도 크다칭찬받은 몽돌은 자갈자갈 글 읽는 소리와스르르 스르르 말없이 필사하는 하얀 모래알들 한낮의 강렬한 태양의
산에 들에도내 작은 뜨락에도피고 지던 주황빛 얼굴에까만 주근깨가 어여쁜귀여운 참나리 해변가 찻집에서창문가 기웃대는 사슴꽃 반갑게 웃어준다 파도 소리에 엉킨웅성거리는 기억 한 자락 아련히 떠오르고 한여름 그리움으로꽃 피운 참나리추억 어린 색채로 덧칠한다
어제 나비가 벗어 놓은 고치 속으로나는 뒤꿈치를 들고 들어갔네 하얀 달 하나를 만들 때까지암실에 갇혀문장들을 한 가닥 한 가닥 뽑아냈네 어머니의 기도녹이 슨 거울을 보드랍게 닦아주니 슬픈 줄무늬 나비가 눈에 비쳤네 문장이 끊겨 이어지지 않을 때명주옷 걸쳐 입고달잠으로 깊숙이 들어가 보기도 했네 끊임없이 달빛을 풀
계양산 정상을 바라보니 멀고 높게만 느껴져 선뜻 출발이 내키지 않았다 나서니 금방 산에 접어들고금세 땀에 젖고 힘이 달려 푹 주저앉고 싶었다 잠시 쉬는데차가운 기온에 버티며끝내 분투하는 단풍잎이 눈에 들어오고 곱게 빛나고 있었다 과자 음료수로 깊은 호흡으로 충전하고 다시 가파른 능선을 올랐다 문
레이스 밥솥 덮개가 사라졌죠그 순간, 나는 없었고요 북쪽 부엌오후의 햇살이 레이스로 내려앉아요 솥의 덮개처럼 얹히는 시간 그 순간, 나는 있었고요있다가 사라지는 나는 커튼 부엌 창 옆에서빛이 들이치면 눈을 조금 감고 어둠이 깊어지면 조용히 열리는 말을 아는 천감정을 덮고 있어도뒷모습을 가장 오래 기억해요
을사년 어버이날에 KBS 1TV <한국인의 밥상>부모로 산다는 것은, 세상 가장 애틋한 한 끼프로그램에 93세 송봉순 어머님과팔남매 자녀들이 방영되었다 마이산에서 재배하는 표고버섯으로팔남매를 다 가르치고학교 문턱도 넘어본 적 없지만66세 늦깍이로 한글을 배워 74권의 일기장을 남기셨다 마령 시골집에서 최수종 배우와 함께표고버섯을
어린 시절은 기억의 저편에서가물가물 아지랑이로 피어나고기억의 끝자락에 서 있는 젊음은하늘 높아 봐야 땅 넓어 봐야못 오르리 못 닿으리 없다 하네 나이테 늘어가고 투박해질수록불어오는 바람결에도 철렁하고점점 더 작아져만 가는 자신이어쩌면 한껏 부풀려져 왔던 삶이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함이련가 신기루 좇아 흘러 보낸 세월나이가 들어야 철든다 하더니
마른 붓 끝에어떤 색부터 찍어자신도 모를 나를그려볼거나 세상이란 백지 위에두려운 마음 꾹꾹 눌러밑그림도 없이색칠하다가점점 알아볼 수 없는그림이 되고 있었다 눈도 코도 입도 없는 얼굴사지는 류마치스에 걸려뒤틀리어 등나무 넝쿨 되었고 영혼도 없어서 날인도 찍을 수 없는 그림으로 남아 덩그러니벽에 걸려 있다초점 잃은 시선이&n
햇살에 물든 이여낙조의 황홀을 품은 이여어두운 밤 달빛을 머금은 이여밤낮을 붉은빛으로 숲을 밝히는 여인이라 바라고 품은 뜻이 깊고 넓어스스로 붉게 물들어 산새를 춤추게 하니가을을 밝히는 만물의 일부이라 비록,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해도 해를 품은 꽃으로 피어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