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났어요마음이 힘겨워도 어찌할 수 없을 때허리가 너무 아파서 꼼짝 못하고 누워 있어야만 할 때 내 인생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사랑하는 사람과 이해보다 오해를 합리화해야 할 때 고흐의 묘비 앞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을 때 그때 눈물이 났어요사실 그때보다 더 많은 때에 눈물이 났지요 눈물이 흘렀어요황동규 님의
- 황은수
눈물이 났어요마음이 힘겨워도 어찌할 수 없을 때허리가 너무 아파서 꼼짝 못하고 누워 있어야만 할 때 내 인생이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사랑하는 사람과 이해보다 오해를 합리화해야 할 때 고흐의 묘비 앞에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을 때 그때 눈물이 났어요사실 그때보다 더 많은 때에 눈물이 났지요 눈물이 흘렀어요황동규 님의
곤히 잠든 아내를 바라보며쪽달같이 늙어 가는 얼굴에서또 다른 나를 보네 야윈 손등에 불거진 굵고 파란 심줄 손가락 마디마디는 옹이로 굳고채귀처럼 박힌 고랑 주름살이곤고했던 삶을 말하네 얼마나 힘겨웠을까버리고 훌쩍 떠나고 싶어도끈끈한 정 버리지 못하고하얀 밤 베갯잇만 적셨다지 나는 당신의 상처로 살아왔지만당신은 나의 든든한
허공에 가느다란 목숨줄 매달어 놓고묵은 명태맹키로 말라 가는 아부지쩌그 우주 별동네로 이사 가시는 중이다 저승 가는 길, 어디쯤에서 이쁜 꽃을 보셨는지 가끔은 눈꼬리에 실웃음을 보일 때도 있었는디인자는 그마저도 확인헐 수 없다 혼자 가는 길이 얼매나 고단허고 힘드셨기에주막마다 목도 축일 겸 쉬어 가는 것이야 당연허것지만
담장 위에새끼 고양이는여자의 코트를 닮아서 이름이 밍크 “밍크야, 안녕!”인사하는데도 째려본다볼 때마다째려보는 것 같은 조 눈빛 그집여자가 내다본다“안녕하세요!”인사하면 보초를 서는 것 같은 조 순한 눈빛
좁은 골목길에 차량 두 대가얼굴을 마주하고 대치 중들어오던 중형차가 슬금슬금 뒷걸음질친다 바닥의 표시를 못 본 것일까 여의도의 방망이를 닮았을까지나던 구경꾼의 참견으로 통과되고아침 해가 화살표를 따라 간다 아버지 “어허” 하시던 호통 소리 한마디에 통과되던 소통법은저녁이 꺾이면서 무기력해졌다 주장은 늘 앞서 간다
깊고 짙은 어두운 밤하늘에 반짝이던 별빛이 힘을 잃고 빨랫줄에 걸린 빨래같이추녀에 나란히 걸려 낮잠을 자는상쾌한 아침에 밤샘 불침번 서던 수탉이 배곯음에추녀에 매달린 별빛 모이를 향해긴 목 빼어 먹으려 하지만 그때마다헛부리짓에 마음 상한울부짖음의 대기 진동이안방 창문 문풍지를 울리는 좁은 틈 사이로 여명이 스밈 동시에&n
젊은 시인이 산속에서 환생했다 근처 산사 종이 울릴 때떨어지는 산벚꽃잎이 나비 되어 되날아오르고그 나비가 독뱀이 되었다시인은 새벽 달빛 아래한 줄의 시어인가, 아포리즘인가 -최선(最善)이 최악(最惡)이다 그때 독뱀이 물었다 이리 비틀 저리 휘청 지나던 노승이 거두어 업고공몽(空될)의 억새 숲을 헉헉댔다 회복기에
누군가 어깨를 툭 치며어딜 가냐며 속삭인다걸음 멈추고 돌아보는데아무도 없다 두리번거리며고개 들어 올려다보니저 꼭대기 흔들리는 가지 위에 햇살이 앉아 웃고 있다 어깨를 다시 툭 친다너였구나, 감잎아직 이른데물먹은 햇살 사방으로 흩어진다 툭 툭 툭콘트라베이스 선율이 흐르고 새파란 감잎가을 햇살에 지고 있다
하늘에 빛바랜 약속들이 흩날리는 날땅은 오물거리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화서역 앞 서호천 카페 라르고 창밖에 지쳐 핏발 선 눈동자들낯선 메아리만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다
입 하나로 살아가는분을 알고 있다그는 반듯하게 닦인 길보다구질구질한 뻘밭을 좋아하며제 발자국 남기기를 좋아한다가만히 꼼지락을 들여다보면그가 갯벌에 시를 쓰고 있다는 걸알 수 있다그분의 입은 늘 굳게 닫혀 있다그는 누구나 가진 집 한 채 없어서등에 무거운 짐을 지고 다닌다가끔씩 입속에 연분홍빛 새끼 뱀을키울 때가 있다그는 새끼 뱀을 붓처럼 꺼내어썰물과 밀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