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모레 추석 명절에 귀성전쟁이 시작된다고/ 작은 나라가 들썩들썩이는데/ 우린 결혼 10년 만에/ 참으로 한가로운 추석을 맞는가 보다// 경상도 의성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서울 가까이 사는 두 아들들/ 해마다 겪는 귀성길 초죽음에/ 우리가 올라갈란다 선처하시고// (중략)// 들이며 산들이 묵묵히 내어 놓은 터에/ 삐죽삐죽 솟아오른 신도시 큰아들네로/ 시
- 김덕림
내일모레 추석 명절에 귀성전쟁이 시작된다고/ 작은 나라가 들썩들썩이는데/ 우린 결혼 10년 만에/ 참으로 한가로운 추석을 맞는가 보다// 경상도 의성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 서울 가까이 사는 두 아들들/ 해마다 겪는 귀성길 초죽음에/ 우리가 올라갈란다 선처하시고// (중략)// 들이며 산들이 묵묵히 내어 놓은 터에/ 삐죽삐죽 솟아오른 신도시 큰아들네로/ 시
하릴없이 빈둥댄다. 그마저 따분하다. 동네 한 바퀴 돌듯 인터넷 마을에 접속한다. 유장한 강물의 물빛과 쏟아지는 달빛이 내 손길을 잡아챈다. 무심히 클릭한다. 잡념은 어디론가 흘러간다. 부랑자처럼 이곳저곳을 기웃거린다.가난해도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히말라야산맥을 넘고 아무르강을 건너며 벼랑길을 걷는 사람들.그들은 가족의 주검을 독수리에게 내어주면서도 결코
걷기가 건강에 도움 되는 것이야 익히 안다.일본 저명 의사의 저서『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도 읽어 보았다.살아온 햇수가 시렁에 올려놓은 이불처럼 수북하게 쌓이면서 알던 사람도 시나브로 멀어지고 가끔씩 주고받던 소식도 뜸해진다.시간이 남아돌아 시작한 걷기가 이태나 된다.일주일에 서너 번 꼴로 걷기 운동을 하는데 거리를 따져 하루에 3킬로미터 남짓
깊어 가는 가을, 코발트 빛으로 투명해진 하늘을 바라다보고 있으면 이따금 그려진다.눈썹이 참숯처럼 짙고 눈동자가 가을 별빛같이 맑았던 H선생님의 모습이.선생님은 내가 초등학교 육 학년 시절의 담임이었다.다섯 자 오 푼이 될까 말까 한 그리 크지 않은 키에 소년티가 풍기는 때 묻지 않은 얼굴 모습, 그리고 은방울처럼 낭랑한 목소리를 지닌 분이셨다.선생님은 틈
밤길을 걷다 보면 고요한 밤하늘은 달이 흰 구름과 숨바꼭질을 한다.달이 숨는 것인지, 흰 구름이 흘러가는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이 밤 희끄무레한 달빛은 오늘따라 어릴 때 고향에서 바라보던 하현달 생각이 난다.뒷마당 울타리에 서 있던 높은 참죽나무에 달이 걸려 있던 겨울밤은 너무도 쓸쓸하였다.깜박이는 호롱불 밑에서 숙제를 하고 있을 때면, 윗방에선 밤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에 충청도 부여에서 서울로 이사를 왔다. 어언 반세기나 지났다. 지금도 어렴풋이 고향의 강물은 동심으로 흐른다. 둥구나무와 시골길이 아득하여 소풍날처럼 설렌다. 나의 시심은 늘상 그렇게 고샅길을 지나 도시의 신작로에 닿았다.이처럼 내 작은 문학의 언저리는 맨먼저 유년 시절의 기억에서 시작되었다. 동심의 울 안에서 움을 틔운 새싹들의 떨림이
때: 현대, 초겨울 무대: 무대는 좌우로 나누어 어느 가정집 자취방과 거실, 주방, 파출소로 활용한다. 필요한 소도구들도 적당한 자리에 있다. 연극의 장치는 연극의 전개와 발전에 따라 가변적이다. 나오는 사람들: 동규(35세)|어린 동규(7세)|어린 동현(5세)|박두식(동규의 아버지)|공락희(동규의 어머니)|도씨(상간남)|한길(동규 친
어린 아들을 잃은 거지가 만조백관들 앞에 앉아 있는 왕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친다. 그러나 왕이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심히 답답해할 뿐이다. 이런 가위눌림의 상태로 거지의 말을 듣는다.“너 상명지통을 아는가?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아는가 말이다! 그런데 뭐 뭐 다 죽여라! 한 하늘 아래에 두 왕이 있을 수 없다? 그래서, 그런즉, 다 죽이
톡 톡, 카톡이 온다. 이번 토요일에 우리 모여 밥 먹자는 사진 단톡방 친구들이다. 모두 본명 아닌 별명을 쓴다. 나도 물론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 닉네임이라고들 한다.나는 열심히는 아니고 게으름이 뚝 뚝 묻어나는 블로그를 하는데 여기서도 본명을 쓰지 않고 별명을 사용하고 있다. 댓글은 막아 놓고 공감은 열어 놓는다. 게시물을 언제나 0시로 예약 발행하는데
내 본디 게으른 성품은 아니다만 어인 일이런지 이발을 하러 가는 것 만은 늘 머무적거리는 습관이 있다.두어 달이 지나서야 한 번쯤 가게 되는데 오늘은 꼭 길게 늘어진 머 리카락을 자르려고 작정한 날이다. 그러기에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간 다. 면도사도 없이 혼자 하는 작은 이발소이기에 먼저 온 손님들이 있 으면 지루하게 차례를 기다려야 하니 이렇듯 서둘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