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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3 673호 천변 풍경 - 갈꽃

마른 갈대들이 군중처럼 늘어섰다흔들리며 받아내던 바람을 잠시 비켜골 깊은 갈등의 파문지켜보고 있는 걸까 허기 같은 거품들이 떠오른 수면 아래금이 간 그리움을 몇 가닥 건져들고쓰러져 뒤척인 날들되새기고 있는 걸까 애면글면 닦아내던 찬 하늘 한 모서리마냥 바라 서서 말라버린 갈꽃처럼 한 생도 서걱거리다저리 흩날리겠네

  • 김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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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2025.3 673호 순수한 사람

억지로 보다는있는 그대로가 좋고거스르기 보다는순리가 좋지 않은가 과한 꾸밈 보다는정성 담긴 것이 좋고덧칠한 색 보다는연한 색이 좋지 않은가 일부러 섞지 않고모자라도 그대로가 좋고알면서 능청떠는 것 보다는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지 않은가 슬쩍슬쩍 넘어가는말쟁이 보다는어둔해하게 들려도거짓 없는 말투가 좋지 않은가 그한테 마음이

  • 조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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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2025.3 673호 시간의 변화가

지난 날이 그리운 사람들이시간을 돌리려는 자리에공중에서 상실되는 흐름이산을 오르는 고통으로벗어나지 못한 추억은새로운 불길이 솟아나고바탕이 변하고 사랑도변한 바람이 불어온다시달리는 세월은 고개를 숙이고무엇을 배우는 무거움도천천히 가라앉고 끝없는 변화가일으키는 얼개가 침몰하는선상에 앉아 다가오는 찰나를두려워하는 시절은 지나치고동트는 새벽을 기다리는넋을 위한 잔

  • 이현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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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2025.3 673호 떠도는 바람

바람이 멎어설 데는 없다곤고한 몸 눕힐 한 뼘의 땅도 없다익명 사회의 광장에서도,시비 없고 인걸 없는 철 지난 해변에서도,인정 도타울 고향에서마저도…. 뿌리 내릴 수 없는 부평초의 숙명인가?막다른 골목 안에 이는 회오리바람처럼어제도 실성한 듯 저절로 돌았고막차 끊어진 역사에 홀로 남은 이 밤도,오늘같이 익숙한 내일도, 모레도,또 혼자서 돌고 돌아야

  • 서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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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2025.3 673호 단풍으로 물들 때

남녀노소 누구나즐겁게 거닐었던환한 세상한 마당 가득 추억 서리고 간절한 그리움으로 몇 계절 건너 왔지젊은 날 그 무지개 환상 같은 것쌓아온 마디마디 우정까지가득 흐르고 넘쳐서활짝 핀 동심의 세상이 예서 열리는 것이네환호의 메아리가 들떠 계곡을 쩌렁거리고온 누리에 바다처럼 출렁이는붉은 물결, 그 여울 무르익은절정의 봉우리다른 세상에 한껏전신

  • 엄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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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2025.3 673호 새가 되고 싶었던 메추라기

이번 생에는 반드시 높은 하늘을 자유롭게날아다니며 살 거라는 굳은 결심으로온 힘 다해 세상 밖으로 나왔다 하늘은 저 먼 곳아무리 날갯짓을 해 보아도 하늘에 닿을 수 없는메추라기의 틀어진 인생 계획그리 길지 않은 생에 점점 조바심이 나속사포 같은 날카로운 울음으로모든 신에게 기도하고 있다 소형 조류의 생을 선사한 신을 탓해야 하는지그저‘새’

  • 구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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