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 자리 없어짝꿍과 앉으니 촘촘해지고촘촘한 바람 구름 되고섬돌 위 솟구치는 검은 고무신 어깨동무한 물소리 흘러내리고흘러내리는 별똥별 황금 폭포황금 폭포에 입 벌리는 악어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악어 한 번 사용한 이쑤시개일까?캥거루 가방에 든 가죽 시집시집 속 한 쌍의 우아한 율동버드나무 가지 부러뜨리는 새 날아다니는 무중력 돌
- 최영화
버스 안 자리 없어짝꿍과 앉으니 촘촘해지고촘촘한 바람 구름 되고섬돌 위 솟구치는 검은 고무신 어깨동무한 물소리 흘러내리고흘러내리는 별똥별 황금 폭포황금 폭포에 입 벌리는 악어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악어 한 번 사용한 이쑤시개일까?캥거루 가방에 든 가죽 시집시집 속 한 쌍의 우아한 율동버드나무 가지 부러뜨리는 새 날아다니는 무중력 돌
설렘이다빼꼼히 내미는 기린 목이다누군가의 발자국을 진맥하는 청진기다가끔은,장끼의 뒤꽁무니를 들여다볼 때도 있지만공작 엉덩이 깃에서 인도 합죽선을 영접하는예닐곱 토끼 눈이기도 하다 때로는,세월에 빗금을 그으며철벅거릴까 뽀드득거릴까 사뿐거릴까귀띔은 가로의 길목을 두근두근 엿보고콧등은 세로 모서리에 게슴츠레 은둔하는미로의 과녁, 그 끝자락을 가늠하는해질
얼마큼의 오류를 수정하면저토록 겸허한 자세에 닿을 수 있을까 봄 햇살 헤치며홀로 걷는 자드락길낯선 나무 한 그루 손짓을 한다 숲을 헤적이던 긴 세월 동안눈길 닿지 않았던 생소한 얼굴경사 진 바위틈에 위태로이 서서무심히 하늘을 붙들고 있다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온생명체의 표정은 저런 걸까 바람길 양지쪽 모두 내어주고한 발
달빛 밟으며 걸어온 세량지촉촉히 스며든 이슬풀잎 적시고 어둠이 걷히며피어오르는 물안개새벽을 깨우며렌즈 속으로 풍경을 삼킨다 사방으로 퍼지는 새소리달빛이 안개를 풀어 놓아세량지를 덮고 만물의 촉수들이 깨어나는 새벽신비스러운 풍경 눈앞 가득 펼쳐진다
악마가 바오밥을 뽑아서 가지를 땅에 밀어 넣고뿌리는 공중으로 향하게 했다는 속설이 전하는 나무 아프리카 여행 중에 만난 바오밥의 우뚝한 기둥에등 기대고 오래 속 말을 흘리고 부끄러웠던 곳석양이 사이사이 빗살 거두던 바오밥나무 길중년의 회상들이 남긴 넉살은 실재 상황이었어 흘리고 온 말들이 여태도 살아서 20여 년살아생전 온갖 매듭자투리땅에
해님달님별님 우리 곁에 꽃으로 피어나네하루도 외면하지 않고밤낮도 없이 네가 매일 꽃처럼 피어나는 것처럼네가 매일 별처럼 반짝이는 것처럼.
외딴 산사에서 잠시 좌선한 뒤허리 굽은 능선에 이르렀을 때낯익은 억새꽃들이 나를 반긴다 내 고향 명산이라서 그러한지우리 어머니 포근한 품속 같다가을빛에 따뜻하기 그지없다 입 다문 바윗돌에 두 발 내딛고머나먼 해안선을 바라다보니하늘과 바다가 얼굴 맞대고 있다 소문엔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한라산 꼭대기도 볼 수 있다던데 선조들
가도 가도 끝없는 벌판 설원에 병풍들순록 떼 파노라마 속에구름을 탄 환희와 신비에 찬 장관들이 마치 바닷속 산호처럼 하얗게 핀 것은신선이 내린 것 같은자연의 보고 최고의 작품이 또 아닐지 계절이 변한 세상에 눈꽃을 뿌려 놓은온누리 산에 형상 조화는척박한 그 땅에 하얀 경지를 불렀는가 눈 속에 묻힌 순결한 극치의 생명들은뜨거운 피를
땅속 노랗게 기척을 감췄던 계절이쇠붓털 같았던 산의 능선을 타고소리도 없이 계곡 물가에도 가지를 뻗는다 어느 봄날우물가 한가득 넘치던 한 바구니의 웃음소리들처럼어느 계절 한 자락 따뜻하던 얼굴들이창을 열면 보란 듯 시절 내내 노란 손 흔들어오던 기억들 종일 모니터에 두 눈을 팔고 살다 모처럼 밖으로 나서는 날엔노란 봄기운이 지친 눈가를 쓸
아득한 세상산허리를 감싸는 안개해 뜨면 스르르 몸을 거두는나는 이슬이었다해 뜨면 스러질 찰나의 목숨세상 풍광, 인간 세상 떠돌다가고목의 가지에 일렁이는 꽃들의 절정에서풀밭을 기며 들꽃을 피우는 가녀린 꽃들에게서 바람이었다냉랭한 대기에서 침엽수의 가느단 바늘 끝 잎에 매달려쏴아쏴아 흐느끼는 바람어질고 순한 눈빛을 들여다보고 그들과 마주한 눈빛아∼ 나는 방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