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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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바오밥을 뽑아서 가지를 땅에 밀어 넣고
뿌리는 공중으로 향하게 했다는 속설이 전하는 나무
아프리카 여행 중에 만난 바오밥의 우뚝한 기둥에
등 기대고 오래 속 말을 흘리고 부끄러웠던 곳
석양이 사이사이 빗살 거두던 바오밥나무 길
중년의 회상들이 남긴 넉살은 실재 상황이었어
흘리고 온 말들이 여태도 살아서 20여 년
살아생전 온갖 매듭
자투리땅에 밀어 넣고 보니
앙상하게 뿌리만 남은 몰골이 바오밥이 되어 있더라
멸종 우려 종이 되어 가는 또 하나 내 바오밥이여
마다가스카르에 다시 가고 싶다
이제야 다 늙어 그 등에 기대어 흘릴 말이 또 있을까만
남은 삶 자락 부푸러기만 남아
뿌리처럼 우뚝 선 가지에 말풍선 하나 흘리고 온 들
씨알 같은 존재로 여전사처럼 살고 말아 황망하고
치명적인 전투력들이 부끄럼이라는 거
고해소에서 움찔대던 불완전한 미로 속의 나를 토(吐)해
언젠가 떠나는 그 땅에서 또 하나 거꾸로 박힐
바오밥나무로 묻힐지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