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관산
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3월 6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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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산사에서 잠시 좌선한 뒤
허리 굽은 능선에 이르렀을 때
낯익은 억새꽃들이 나를 반긴다
내 고향 명산이라서 그러한지
우리 어머니 포근한 품속 같다
가을빛에 따뜻하기 그지없다
입 다문 바윗돌에 두 발 내딛고
머나먼 해안선을 바라다보니
하늘과 바다가 얼굴 맞대고 있다
소문엔 날씨가 화창한 날에는
한라산 꼭대기도 볼 수 있다던데
선조들의 지혜와 피땀이 듬뿍 배인
봉화대의 흔적이 아직도 뚜렷하다
바라보는 이내 가슴도 불타오른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란
송대 유신 선사의 상당법어가
이내 마음에 오롯이 와 닿는다
있는 그대로의 만유의 참모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