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9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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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목티 입기를 좋아한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가을이 깊어지면 목이 있는 티셔츠부터 찾는다. 목이 따뜻하면 안심이 된다. 또 겨울이면 내복 입기를 좋아한다. 기후 감수성 함양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추위를 이기는 실속 대책이라 여기며, 실제로 입고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다.
나는 보릿짚 모자 쓰기를 좋아한다. 텃밭에 일하러 갈 때는 필수이다. 그리고 여름철 나들이에도 쓰고 싶다. 최근엔 숲 해설을 나설 때도 동반자가 되었다. 내게는 모자가 잘 어울리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비교적 이 모자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선호하게 되었다.
나는 아침이면 음양수 한 컵 마시기를 좋아한다. 이제는 찬물도 아니고 뜨거운 물도 아닌, 적절하게 따스한 특유의 그 물맛을 즐긴다. 이어서 사과 하나를 반 조각씩 아내와 나눠 먹기를 좋아한다.
나는 봄철에 풋마늘 생채에다 비벼 먹기를 좋아한다. 학창 시절 학교에서 돌아와 보리밥일지언정 그 생채에 비벼 먹으면 맛이 비길 데 없었다. 그 추억의 맛은 아직도 내게 남아 가을마다 마늘을 심는다. 풋마늘을 거둘 이듬해 봄을 기대하면서.
과자 중에는 ‘오리온 다이제스티브’를 즐겨 먹는다. 초임 교사 시절 만우절날 아이들이 양파처럼 겹겹이 둘러싼 포장지 안에 넣어 선물해 주었던 추억이 있어서이다. 나는 그 과자를 들어 올리며 ‘오리온 다이제스티브!’라고 당시의 방송 광고 시늉을 했고, 그 뒤로 ‘오리온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얻었었다.
나는 거실에서 통유리창 밖으로 자연 정원인 금오산 자락 바라보기를 좋아한다. 처음 이 집을 구하러 온 날의 기쁨을 기억한다. 평수에 비해 넓은 거실 통유리 바깥으로 금오산 자락이 확 눈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대번에 ‘여기다!’ 싶어서 계약을 서둘렀었다. 요즘은 눈높이에 알맞게 배치된 산사(山寺)의 지붕과 하얀 석탑에 시선을 보내며 거실 작은 카페에서 아내와 가끔 차 한 잔 마시는 호사도 누리고 있다.
때로는 거실에 누워서 구름 관찰하기를 좋아한다. 그들이 금오산 자락 위를 유유히 지나거나 산과 함께 나누는 대화를 즐거이 듣는다. 그들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가끔 호흡 알아차림 명상에 들기도 한다. 보름달이 환하게 웃어주는 밤이면 그 모습을 따라 나도 흐뭇한 미소 짓기를 좋아한다.
나는 토요일마다 신문 학습하기를 좋아한다. 주요 신문마다 새로 나온 책 정보 코너가 있어 그것을 꼼꼼히 살피며 최근 트렌드의 지식을 익히거나, 칼럼 등을 읽으며 글쓰기에 필요한 사항을 메모하는 것을 흥미로워한다.
나는 아침, 저녁으로 한 시간 정도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면서 나답게 신념 있는 삶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 그 신념 중의 하나는 청소년 소설을 학부모들이 읽음으로써 자녀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자율성을 증대하는 포용력을 발휘한다면 우리 교육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 신념의 바탕 위에 청소년 소설 진로 인성 독서 처방 평설 쓰기를 지속하고 있다.
나는 동사 중에는 ‘탐구하다, 탐색하다’를 좋아한다. 이것은 적합한 청소년 소설을 찾고 내용을 선정하여 독서 처방을 위한 평설을 쓰는 일과 관련된다. 또한 ‘유추하다’라는 동사와도 친하게 지낸다. ‘유추(類推)’가 사고의 본질이라는 내용을 담은 벽돌책을 거금을 주고 소장한 것도 그런 연유이다. 이 동사는 주로 식물을 소재로 수필을 쓸 때 더욱 내 가까이로 다가온다. 우리의 고전 수필 ‘설(說)’에 관심이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나는 헌 달력의 하얀 뒷면에다 초벌 원고 쓰기를 좋아한다. 수필을 쓸 때는 기승전결의 공간을 나누고 생각을 따라 채워 넣기를 즐긴다.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때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내용을 기록하는 메모장으로 활용하는 데 익숙하다.
나는 마을 앞 숲에 있는 세 곳의 맨발 걷기장에 가기를 좋아한다. 남쪽에 있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숲속 잔모래 흙길이다. 좀 딱딱하긴 해도 모래의 감촉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가운데 있는 것에는 발 지압용 황토 볼장이 설치되어 있어서 좀 아픈 듯 짜릿한 감촉을 즐기고 있다. 북쪽에 있는 것은 황톳길이다. 다른 곳보다 황토의 부드러운 촉감이 편안함을 가져다준다. 세족장이 있어 여기서 걷기를 마무리하곤 한다.
나는 식물의 꽃과 열매를 관찰하며 산행하기를 좋아한다. 계절에 따라 산에 따라 달리 피어나는 꽃을 찾아가 촬영한 것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함께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울러 그 산의 정상이 선사해 주는 ‘기대치 위반’의 전망이나 풍광을 바라보면 더욱 신이 난다.
나는 텃밭 농사 기구 중 삽을 좋아한다. 삽은 여러 가지 일을 가능하게 한다. 우선 쟁기의 역할을 한다. 봄에 텃밭을 새로 일구려고 땅을 뒤집을 때 요긴한 기구다. 이어 땅을 고를 때는 곰배로 변신한다. 삽날로 잘게잘게 흙덩이를 부숴 주고, 바닥을 좌우로 흔들어 흙을 고르게 펼쳐 주면 편편해진다. 잡풀을 뽑아낼 때는 호미 대신 쓰기도 한다. 특히 크고 무성한 풀을 제압할 때에는 그 위력을 잘 발휘한다.
나는 심심할 때 하모니카 불기를 좋아한다. 절대 음감을 조금 가졌는지는 몰라도 노래를 알면 악보 없이도 불 수 있다. 특히 아일랜드 민요 <아! 목동아>, 조영남이 부른 <제비>,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임영웅의 <별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즐겨 불어보곤 한다. 그리고 초대 교장 시절 내가 작사한 ㅎ중학교의 교가를 자랑스럽게 불기도 한다.
나는 잠자기 전에 석 줄 정도의 일기 쓰기를 좋아한다. 그날 가장 시간을 들여 심혈을 기울인 일들을 주로 기록한다. 때로는 오프라 원프리처럼 감사한 일을 적어 보기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기분이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