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근심의 곰팡이가 끌고 다니는 어둠은눅눅하고 시커멓게 번식하며파릇파릇한 생기를 갉아먹는다 어둠은힘으로 밀어내면 더 큰 밀물이 되어혼란이란 장대비와 천둥까지 동반하며방향감까지 삼켜버리려 달려든다 까만 세상깨부수는 힘그건 내 안에 솟구쳐 오르는 빛줄기 어둠 속에서도 숨을 쉬게 하는 생명의 빛줄기
- 신정숙(아산)
삶에근심의 곰팡이가 끌고 다니는 어둠은눅눅하고 시커멓게 번식하며파릇파릇한 생기를 갉아먹는다 어둠은힘으로 밀어내면 더 큰 밀물이 되어혼란이란 장대비와 천둥까지 동반하며방향감까지 삼켜버리려 달려든다 까만 세상깨부수는 힘그건 내 안에 솟구쳐 오르는 빛줄기 어둠 속에서도 숨을 쉬게 하는 생명의 빛줄기
아버지는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이름도 제대로 못 쓰고하나둘도 세지 못하는 모자란 나는친구들이 모두 학교로 떠난 텅 빈 마을을 절박한 울음으로 채우고 나서야때늦은 입학을 할 수 있었다 로제타스톤의 비밀 문 안에는온통 신기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해와 달이 시간을 만들고구름이 비로 내려와 승천하고뿌리에 갇힌 나무와 온 생애가 분주한 쥐,
유리창 틈에 서성거리던무심한 어둠의 동공처럼가을 들녘에서 고개 숙인황금빛 벼이삭처럼밖에서 고개 들지 못하여도끊임없이 떠오르는 두 얼굴비바람이 휘몰려오는 날은찬란하다 못해 더 부시다. 미간처럼 좁은 길모퉁이마다가까이에서 맑은 눈인사로서로 안부를 묻지 못하여도때때로 속속들이 빈틈까지그냥 거미처럼 지나치지 않는다. 오늘 입동 날씨 예보처럼습설은
쪽빛 하늘 오색 풍선순이는 활옷 입은 채어이 몸통 잃은 그루터기장대비 칼바람, 양지녘 안부도 두절켜켜이 눈보라 질식도 떨친예상 못한 세상살이터널 지나 햇살과 훈풍맑은 구름 달 가듯 인생도 흘러여기까지 오기가어찌 말로 다 할까?
호수가은빛 종이 한 장 펴놓고 앉았다새 그림을 구상중이다 갈대도 따라서푸른 물감 꾹 찍어일필휘지하고 있다 내 삶을 다시 그리기 위해 감사한 생각에 잠기는데 물오리 한 무리제 그림자 데리고 멀어진다 호수가낡은 모습 지우고새 모습 꿈꾸는 시간 내가 그리는 그림명품은 안 되더라도감사의 은혜로 그려내야겠다
엿가락처럼 늘어진 밭고랑에비닐멀칭을 한다 아침 햇살이 부서지자은빛 바다 파도가 출렁인다 돌고래가 숨을 내쉬기 위해서바다 위로 솟구치고깊은 바다의 밑바닥에서대광어 한 마리가 조용히모래를 뒤집어쓴 채로 누워눈만 깜박깜박 뜨고 있다 빵빵한 젊은 여인의 엉덩이처럼 터질 듯이멀칭한 까만 비닐이 팽팽하다 나도 모르게 지나온
구 엠비시 맞은편햇살이 비스듬히 스며드는 좁고 기다란 골목그 안에 허수아비 구둣방이 있다문턱을 넘으면 가죽 냄새가 묵은 먼지처럼 쌓여 있고 철제 선반마다 제각기 다른 인생을 지닌 신발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 터진 실밥은 지난 시간을 꿰맨 주름 같고닳은 굽은 고단했던 하루의 흔적이다팔자로 걷던 발 오리처럼 뒤뚱거리던 발그 모두가 이
바닷바람을 맞으며해송숲을 가로질러바다를 향해 서 있다 깎여진 모래언덕을 내려다보며 쉼 없는 파도에겐이유도 묻지 않았다 찬바람 때문에 파래진 하늘은 낮달이 걸려물끄러미 바다를 들여다보고 있다 바다를 동경함은끝없이 기다려주기 때문이라 내 안에 갇힌나를 만나고 싶을 때 바다로 간다
밤의 가장 먼 높이에서한 점 은빛이 어둔 거리를 조용히 덮고 흔들리던 바람과 마음은그 빛 아래서 잠시 결을 고른다 겨울은 차갑게 다가오지만그 속엔 오래 숨겨둔 체온이 맥처럼 스며 있고 멈춤은 얼음이 아니라봄을 품은 흰 씨앗의 은밀한 숨이다 고독이 스며들 때마다우리 마음은 본능처럼 따뜻한 쪽으로 기울고 얼음 아래
보름날 아침이 밝아오면엿장수 가위 소리에 침 흘리며사이다병 소주병 엿 바꾸어 먹었지그것도 없으면 멀쩡한 고무신까지몰래 갖다 주고 엿으로 바꾸었지 사내아이들은 엿을 툭 반으로 잘라누구의 구멍이 더 크나 내기를 했고,엿치기에 진 아이들은 구슬을 빼앗겼지 보름달이 뜨면아이들은 산으로 몰려가짚단에 불을 붙이며하늘을 향해 복을 빌었지그런 뒤 자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