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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있어 행복한 세상입니다

한국문인협회 로고 남진원

시인·아동문학가

책 제목월간문학 월간문학 2025년 10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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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글 쓰는 일이 행복한 일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글을 쓰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제게는 가장 행복한 나날, 나날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교육대학을 졸업하고 교직에 발을 디딘 해는 1973년 10월이었습니다. 지금의 강원도 태백시 황지읍의 변두리 학교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글을 쓰며 생활하였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평생 제가 할 수 있는 일, 또는 하게 될 일을 알아차렸습니다. 글 쓰는 일, 즉 ‘문학’이었습니다.
처음 한 일은 1974년 어린이들이 쓴 글을 가리방으로 긁어서 묶은, 학급 문집으로 발간한 『나룻배』였습니다.
이듬해인 1975년, 퇴근하면 교직원과의 식사 자리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새로 전근해 오신 최도규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최도규 선생님은 이미 다른 학교에 계실 때 월간 교육 전문 잡지인 『교육자료』에서 추천을 받은 적이 있는 작가였습니다. 선생님은 학급 문집인 『나룻배』를 교실에서 보셨다고 하시며 기뻐하셨습니다. 『나룻배』에는 학급 담임인 저의 인사말과 볼품없는 내 작품도 아이들 옆에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그걸 보셨던 것입니다.
최도규 선생님은 술이 몇 순배 돌아가자, 팔을 들어 나를 가리켰습니다.
“여기 남 선생, 글 솜씨가 대단해요! 멀지 않았어요.”
선생님의 이런 말씀은 식사판이나 술판이 벌어질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제 작품 동시 「호수」를 슬그머니 『강원아동문학』 3집에 넣고는 강원아동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게 하였습니다. 글재주라곤 없는 사람을 이렇게 칭찬 일색으로 하니 부담감만 늘었습니다.
“형님, 선생님들 모인 자리에서 이제 제 작품 칭찬을 하지 마세요. 부끄러워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내가 몇 번이고 만류했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니야, 멀지 않았어!” 하며 오히려 또 칭찬을 늘어놓고 다독였습니다. 자꾸 그러니 부담도 되고 억지로라도 써 봐야겠다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나도 모르게 글을 알게 되고 글 쓰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제게는 1976년에는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교원 전문 단체의 출판사인 한국교육출판과 새교실연합회에서 각각 발간하는 월간 교육 전문 잡지인 『교육자료』와 『새교실』이 있었습니다. 그 잡지에서는 교원들의 문학 작품 향상을 위해 추천 제도를 두었습니다. 『교육자료』에서는 ‘교자문원’을, 『새교실』에서는 ‘지우문예’란을 두어 3회로 추천이 완료되는 추천 작가를 뽑았습니다. 저는 1976년엔 두 군데의 문예 추천에서 모두 3회 추천 완료를 하였습니다. 『교육자료』에선 2회 추천이 다른 작품으로 각각 2회 추천이 되어 4회로 추천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샘터』에도 1976년 5월호에 시조 「늦겨울 아침」이 게재되어 연말 가작 1석으로 입상이 되어 ‘샘터시조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결실이라면 결실이라 할 수 있는 이런 일련의 모든 일들을 생각하니, 감당유애(甘棠遺愛)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원래의 뜻은 청렴결백하거나 선정을 베푼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비유한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제게 문학의 힘을 키워주고 늘 용기를 주신 최도규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말로 여깁니다. 제 문학은 최도규 선생님의 칭찬과 기대 속에 이루어진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50년의 문단 생활 속에서도 늘 마음 한편에 최도규 선생님을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큰형님이며 스승님이기도 한 분이었으니까요.
문득 공자님의 말씀 한 부분이 떠오릅니다.
‘知之者 不如 好之者, 好之者 不如 樂之者.’ (논어 옹야편 18장)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라는 말입니다. 저는 어느 사이에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다가 글 쓰는 즐거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학 행사가 있어서 제가 발표라도 하는 기회가 있으면 꼭 이 말을 하곤 합니다. ‘문학이 있어 행복한 세상이 됩니다!’라고 말입니다.
저는 글 쓰는 일이 행복한 일임을 알게 되니 세상에 부러운 것이나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글을 쓰고 있다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저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이 땅에는 노벨문학상을 비롯해 많은 문학상이 있지만 저는 그 어떤 상도 부럽다거나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글을 쓰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문학상을 받은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저의 삶은 창작의 기쁨이 있기에 최상의 선물을 받은 것 같은 하루하루입니다.
저는 산골에 살고 있습니다. 산방에서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고요함 속에 잠기게 되고 그 시간은 행복함으로 이어집니다. ‘삶 한 끼’란 제목의 시 한 편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문우들 모두, 문학이 있어 행복한 나날이 되길 늘 기원합니다.

 

헌 난로
같은 내가,
산방에서
글 쓰다, 졸다 보니…

 

고요도 舊友인 냥 
커피 향에
슬그머니 녹아든다

 

무심히 깃드는 행복

 

이 수수한
삶 
한 끼
—「삶 한 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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