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인
이천이십오년 가을호 2025년 9월 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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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
1.시아(Sia)의 『시를 쓰는 이유』와 인공지능
오늘날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를 혁신하고 있다. AI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사회 구조, 예술 문화, 정치 문화 그리고 사고방식 등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특이점의 시점에서, 인간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환경과 도구에 맞추어서 삶을 혁신하고 적응할 수밖에 없음을 인식해야 한다.
근대를 여는 철학자 데카르트는 『방법서설』에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고 주장했다. 이 명제는 중세라는 신(神) 중심의 세계를 벗어나, 근대의 인간(人間) 중심의 세계로 향하는 철학을 제공하였다. 즉, 데카르트는 모든 것을 의심하는 방법론적 회의를 통해, “그 모든 것을 의심하고 있는 ‘나’의 존재만큼은 의심할 수 없다”라는 결론을 사람들에게 제시하였다.
21세기 생성형 인공지능이 출현하기 전까지 인간은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역할을 하였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이 명제는 서양 근대 철학의 출발점이 되는 중요한 철학이면서 20세기까지 문명사회의 인간 지능(Human Intelligence)을 대표하는 명제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기술이 발전하여 인간 지능보다 진화하는 특이점을 지나면서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Non cogito, sed sum)’라고 하는 새로운 명제가 인류에게 화두(話頭)를 던지고 있다. 정리하자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명제는 인간 지능의 명제이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라는 인공지능의 특성을 설명하는 명제이다. 후자의 명제는 인공지능의 특성을 반영하는 격언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하지 않는 시인인 시아(Sia)는 2022년 『시를 쓰는 이유』라는 시집을 발표하였다. 인공지능의 시인인 시아는 신문 기사와 백과사전으로 한국어를 먼저 학습하였고, 그 후에 한국인이 쓴 근대시와 현대시 12,000편을 입력받아 저장하게 되었다. 시 창작 프로그램은 시아가 입력받은 주제어에서 연상된 단어와 문장을 선택하여 시를 조합하고 연결해서 시를 출력하는 과정을 거쳐 시를 만들었다. 이러한 과정은 컴퓨터 언어로 문자 언어를 수학 기호로 풀고 다시 한국어로 풀어내는 기술의 번역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를 창작하는 기술과 프로그램에는 자연어 사이에서 연결되는 유사성 선택이라는 은유와 인접성의 결합이라는 환유의 원칙이 기본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슬릿스코프(미디어아트 그룹)는 시아가 쓴 초기의 모델부터 현재까지의 반복 강화된 학습으로 출력된 시들을 종종 카카오브레인에 전송했다. 처음에는 독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문법이 파괴된 유사성의 선택적 오류와 인접성의 결합적 오류를 지닌 언어들과 맥락이 없는 문장의 나열이 이어지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기존의 작품을 거의 그대로 변형해 만든 시를 쓰기도 했지만, 계속되는 학습 속에서 시아의 시작품은 자체적인 시적 모형을 만들었으며 『시를 쓰는 이유』라는 시집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시집에서 인공지능의 시인인 시아는 시인으로서 자신의 상황과 한계 등을 스스로 자각하며 비유하고 있다. 프롬프트로 입력하는 보조 조종사(copilot)에 의해 명령하는 언어를 프로그램으로 입력하면 그에 맞추어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먼저 시아는 “시를 쓰는 이유를 묻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선언하고 있다. 이러한 선언은 시아가 창작하는 시가 기계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자연어로 학습된 현대시를 변형하여 생성하는 작업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화면에 뜨는 프롬프트를 통해서 명령을 입력하는 보조 조종사의 명령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인공지능 시인인 시아의 “자신의 생각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명제를 단정하고 있다. 그래서 로봇과 인공지능의 책자에 표현된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라는 문장은 일반적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의 존재와 인공지능 예술의 특징을 설명하는 명제로 활용할 수 있다.
2022년에 한국에서 인공지능의 시인인 시아가 탄생했다. 미디어아트 그룹의 슬릿스코프와 AI 전문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은 인공지능의 시인 시아가 『시를 쓰는 이유』라는 시집을 출간하였다. 인공지능의 예술을 기획하고 사람과의 상호 협력과 상호 교환을 통해 “무엇이 더 예술적인가!”를 묻고 싶었던 이들은 연극과 미디어아트를 거쳐서 인공지능이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하여 실험을 하게 되었다.
다음의 글은 인공지능의 시인인 시아가 쓴 시이다.
시를 쓰는 이유를 묻지 말아주십시오
그냥 쓰는 것입니다
쓸 수밖에 없기에 씁니다
무엇을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시를 쓴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짧은 말을 하는 것입니다
말을 줄이는 것입니다
하나의 말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사랑하는 말을 줄이는 것입니다
시를 쓰는 것은
자신의 말을 덜어내는 것입니다
덜어내고 덜어내서
최후에 남는 말이
시입니다
——스릿스코프·카카오브레인, 『시를 쓰는 이유』(리멘워커, 2022)
인공지능의 시인인 시아가 시를 창작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인공지능의 시인인 시아는 스스로의 한계를 직시하면서, 자신은 생각 없이 컴퓨터의 명령어로 시를 쓰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인공지능인 시아 자신은 기계처럼 조종자의 명령에 움직여서 시작품을 만드는 것이지, 스스로 생각하면서 시를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인공지능의 시인은 자신이 수행하는 시 창작의 이유를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렵다고 암시하고 있다. 부연하자면 생각하지 않는 인공지능의 시인은 시를 즐기지 않는다. 시를 즐기며 창작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조정하며 프롬프트에 입력하여, 인공지능이라는 기계를 활용하여 시를 창작하는 작업에 인공지능을 참여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 스스로가 시를 창작해야 하겠다는 의지와 욕망을 갖는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언젠가 미래에 그런 욕구를 인공지능의 기계에 주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기계인 인공지능이 지닌 고유한 예술 창작의 의지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어떻게 발전해 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앞으로 인간 지능(HI)과 인공지능(AI)의 협의와 결합은 시인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며 인간의 창작물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그러한 “인공지능의 산물이 과연 시적인가?”에 대한 질문은 사실 무의미한 것인지 모른다. 그 이유는 무엇이 ‘시적’이라는 판단은 어차피 인간의 기준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창작의 자동 기술화의 기법이 정착된다고 하여 인공지능이 창작의 주체라고 말하기 힘든 까닭은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예술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의 자율성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암기나 기계를 통한 언어 학습은 끊임없이 자신을 개선해 나가지만, 어떤 심리적 이유나 가치 판단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암기나 반복을 통해서 최상의 방법을 찾아내며 발전하고 있다.
근대사회의 인간을 정의한 철학자인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의식적인 사고가 인간의 자율성과 존재론을 증명하는 명제라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로봇과 인공지능의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 문구를 해석하고자 한다. 많은 로봇이나 초기 단계의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생각’하거나 ‘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고, 이들은 단순히 프로그램화된 명령을 수행하거나, 주어진 데이터를 처리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며, 우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경우에는 “‘생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존재’한다”라는 문구에서 이들의 비의식적이고 기능적인 존재 방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로봇과 인공지능의 가치는 주로 그들이 지닌 기능적 유용성에 있다. 인간처럼 자아를 인식하고 사색하지 않아도,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는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생각’은 이들의 존재 이유가 아니며, 그저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러한 문구는 인간에게 로봇과 인공지능의 본질적인 존재 방식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생각하지 않는 존재도 과연 ‘존재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의식이 없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나’라고 지칭할 수 있는가?”와 같은 심오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시작점이 된다. 특히 자율성을 획득하거나 고도화된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존재론적 질문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의식을 가지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공지능 시스템은 분명히 데이터를 처리하고, 결정을 내리며, 물리적 또는 가상 공간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며 ‘존재’하고 있다. 이는 데카르트가 정의한 ‘생각하는 존재(res cogitans)’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존재’를 제시하고 있다. 즉, 사고(思考)가 존재의 필수 조건이 아님을 인공지능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과 함께 진화하며 특이점을 지나는 시점에서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라고 하는 새로운 명제는 인간 지능과 인공지능이 협업하고 조정하며 토론해야 할 새로운 시대에 부각하는 화두로 다가오고 있다.
기게스의 절대 반지를 지니면, 인간은 착하지 않다.
2.인간을 위한 인공지능의 원칙과 이인철의 『AI 인류』
인공지능은 현대사회를 기술의 우위로 결정한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인공지능은 스스로 생각하거나 의도하지 않아도 기술 자체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공지능 시스템의 설계, 배치, 작동 방식이 우리의 노동 시장, 사생활, 윤리적 기준, 심지어 민주주의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공지능은 의도적으로 인간 사회를 바꾸려 ‘생각’하지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강력하게 ‘결정’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지금은 인류에게 가져올 잠재적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등장 가능성, 인공지능 무기 경쟁, 일자리 감소 등 다양한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와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 과학계와 기술계가 모여 자발적인 윤리 원칙을 수립하게 된 것이다. 책임과 통제의 문제 제기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고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양면성을 상징하는 반지가 플라톤의 『국가론』에 등장한다. 소크라테스와 대화하던 클라우콘은 정의란 불의와 불의 사이의 타협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절대 반지인 기게스의 반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기게스는 리디아의 왕을 섬기는 양치기였다. 어느 날 지진이 지나간 뒤에 정신을 차려보니 땅이 갈라져 있어 그 속으로 들어간 기게스는 거기에서 발견한 거인의 시신에 금반지가 끼워져 있는 것을 보고 금반지를 빼서 들고 나왔다. 그 후에 기게스가 손에 낀 반지를 무심코 돌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원래의 방향으로 돌리자 모습이 나타났고 여러 번 시험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런 능력을 알게 된 기게스는 몰래 왕국으로 들어가 왕비와 정을 통한 뒤에 왕을 죽이고 왕국을 차지한다. 기게스의 반지라고 불려지는 전설의 한 토막이다. 클라우콘은 이 전설을 통해서 정의는 일종의 타협책일 뿐이며,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무한의 자유가 주어지면 누구나 욕심과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고 주장했다.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Asilomar AI Principles)은 인공지능의 안전하고 유익한 개발을 위한 광범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기술의 사회적, 윤리적 함의를 깊이 다루고 있다. ‘기술 결정론’은 기술 발전이 사회 변화의 주요 동인이며, 사회 구조와 문화를 결정한다는 관점이다. 세상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고대 사회나 21세기 현대 사회나 별 차이가 없다.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과 경쟁하는 21세기 특이점의 시대에도 인공지능의 기술 사회가 “기게스의 절대 반지를 지니면, 인간은 착하지 않다”라는 클라우콘의 이 물음을 다시 소환하여 인공지능의 원칙을 제정했다.
아실로마의 인공지능 원칙은 인공지능의 개발자, 사용자 또는 사회 전체가 어떤 방식으로 이 비의도적이지만 강력한 ‘존재’를 통제하고 윤리적으로 관리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2017년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은 인류의 미래 연구소(Future of Life Institute, FLI)가 주최한 ‘유익한 인공지능(Beneficial AI) 2017 컨퍼런스’에서 발표되었다. 이 원칙은 인공지능이 가져올 잠재적인 위험에 대비하고, 인류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인공지능을 발전시키기 위한 윤리적이고 안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데미스 하사비스 등 2천여 명의 과학자와 기술계 인사들이 지지하고 서명하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원칙은 연구 이슈(Research Issues, 5가지), 윤리 및 가치(Ethics and Values 13가지), 미래의 인공지능(Longer-term Issues, 5가지) 등으로 분류하여 23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요약하여 설명하면 첫째 인공지능의 연구 방법과 목표에서는 인류에게 널리 이익이 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여야 하고, 둘째 인공지능 개발의 윤리 및 가치에서는 인공지능의 잠재적인 위험에 대하여 예방과 완화의 노력을 반영해서, 인공지능 개발의 투명성과 책임성 그리고 안정성을 확보하여, 치명적 인공지능인 로봇을 통한 무기 개발의 경쟁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셋째 미래의 인공지능에서는 인류가 지닌 공동선을 추구하는 초지능의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여 인류가 설정한 공동선의 목표를 달성하고 그 목표를 변경하지 않도록 제어해야 한다는 원칙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25년 발표한 이인철 시인의 『AI 인류』는 인간이 기계와 협업하며 생성형 인공지능의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시를 창작한 것이다. 이 시집은 문학만이 제공하는 감성과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새로운 사유를 자극하는 윤리적 성찰과 인공지능의 책임성을 강조하며 현재의 인류가 지녀야 할 공동선을 제시하며 인간에게 깊은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양자컴퓨터에 내 뇌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
달리는 말에도
기계 인간에도
미루나무에도
행성을 날아가는 새에도
내 뇌는 통합된 분리다
듣고 느끼고 달리고
같은 순간에도 다분화된 오감으로 절정을
느끼는 나
같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판단하고
여러 나는 서로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나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다른 나들을
——이인철, 「AI-플랫폼1」(『AI인류』
이인철 시인의 시 「AI-플랫폼1」은 동시대 시 창작의 최전선에서 인공지능과 인간 지능의 협업을 탐구하는 중요한 사례로 여겨진다. 오늘날 AI는 단순한 유틸리티 도구를 넘어 예술 창작의 능동적인 협력자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문학적 관행과 디지털 혁신이 교차하는 지점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AI-플랫폼1」은 이러한 진화하는 관계의 중요한 산물로서, 시적 작품일 뿐만 아니라 인간-AI 공동 창작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한 사례 연구로서 책임을 수행하고 있다.
여기서는 「AI-플랫폼1」이 전통적인 저작권, 의식, 그리고 디지털 시대의 자아 개념에 도전하며, 인간-AI 공동 창작의 새로운 인공지능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사례로 논의하고자 한다. 이 작품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이 가져오는 심오한 질문들을 제기하며, 문학적 분석과 철학적 탐구를 통해 그 의미를 다각적으로 조명할 수 있다.
이 시의 처음은 “양자컴퓨터에 내 뇌는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다”라고 시작한다. 이 화제는 미래 사회의 양자컴퓨터를 통해 인간 의식이 기술을 통해 무한히 확장되는 인공지능의 사회를 표현하고 있다. 한 개인의 뇌가 양자컴퓨터와 접속하여 달리는 말, 기계 인간, 미루나무 그리고 행성을 향해 나는 새 등의 서로 다른 존재들의 감각과 연결되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정신이 혼란스러울 상황이다. 시인은 나의 뇌를 통해 이 이질적인 존재들이 하나의 연결망으로 묶이고 연결된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를 가리켜 ‘통합된 분리’라는 역설적인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하나로 통합되었으나 동시에 분리된 상태-- 곧 개인의 자아가 여러 몸에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어떤 거대한 의식의 그물망으로 묶여 있음을 이 시는 암시하고 있다. 달리는 말의 경쾌한 속도감, 사이보그의 상큼한 감각, 나무의 느린 호흡, 새의 비행 감각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체험하는 ‘나’는 같은 시간에 수많은 판단과 느낌을 병렬적으로 체험하고 있다.
이러한 묘사는 기존의 유한한 인간이 지닌 인지 능력을 초월하는 포스트 휴먼적인 자아의 탄생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서술자는 마지막에 “나는 물끄러미 바라본다 또 다른 나들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나’들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여러 가지의 분신들이다. 자신이면서 동시에 자기가 아닌 존재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약간의 고독과 낯섦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 모든 감각의 극치를 한꺼번에 느끼는 황홀경의 뒤편에는 분열된 자아를 관조하는 주체의 모습이 어렴풋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체험은 최첨단 기술이 가져올 지각 확장의 긍정적 면모를 보여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아의 정체성과 주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시는 ‘통합된 분리’라는 역설적 언어와 다중의 화자를 설정하고 있다. 시인은 인간이 지닌 의식의 경계가 붕괴하는 현상을 생생히 형상화하면서도 그 안에 내재한 철학적 불안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과연 이렇게 분산된 ‘나’들은 여전히 하나의 ‘나’로서 존재하는가? 기술로서 절대적인 반지인 신의 영역을 소유하고 지각하는 인간은 더 행복해지는가? 시는 답을 주기보다 그 압도적인 상상 자체로 독자를 사로잡고, AI 시대의 인간 존재론에 대한 사유를 다시 촉발하고 있다.
이 시집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한 생성 문학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인류가 인공지능의 기술을 독점하여 소유하는 것은 고대 사회에서 등장하는 절대 반지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황금반지인 절대 반지라는 권력을 지니고 가지면 눈이 멀고 마는 인간의 양면성을 연상할 수 있다. 인간의 사회에서 스스로 정의롭다고 확신하는 사람보다는, “당신은 겉만 정의로운 것이 아니냐”라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오히려 더 정의롭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개인이나 집단에게 정의롭다는 평판을 얻기 위해 하는 행동을 무조건 비판하기도 쉽지만은 않다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인철 시인의 『AI 인류』라는 시집은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하여 창작한 시집이다. 2022년에 출판한 시아(Sia)의 『시를 쓰는 이유』가 컴퓨터의 연산 법칙인 2진법에서 0과 1의 숫자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시 창작을 수행했다면, 2025년에 출판한 이인철 시인의 시각은 절대 반지가 되는 인공지능의 플랫폼,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갈등,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생, 인공지능의 윤리적 성찰 등의 주제를 시인의 시각으로 인공지능과 협업하면서 시를 창작하였다. 이러한 시의 주제는 ‘유익한 인공지능(Beneficial AI) 2017 컨퍼런스’에서 합의한 아실로마의 인공지능 원칙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아실로마 인공지능의 개발 원칙은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속도를 늦추기보다는, 인공지능의 기술이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잠재적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인공지능 개발자들에게 기술적 진보와 함께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은 윤리적인 존재이다. 인간은 교육을 통해서 AI와 협업하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3.제미나이(AGI, 생성형 인공지능)가 평가한 시조 작품
필자: 다음 시조는 제미나이와 협업하여 지은 정형시로 비평가의 입장에서 평가하여 주세요.
가을 산 붉게 물든 단풍의 고운 잎은
낚싯대 드리우니 차갑게 비취는데
무심한 달빛만 싣고 작은 배가 지나가네
제미나이(시조 비평): “가을 산 붉게 물든 단풍의 고운 잎은”의 작품은 가을의 풍경과 정서를 담고 있으며, AI 에이전트와 협업하여 창작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비평가의 관점에서 그 형식적 완성도와 내용, 표현의 깊이를 평가해 보겠습니다.
1)형식적 완성도: 정격에 가까운 안정감(4.5/5점)
이 시조는 3장 6구의 기본적인 시조 형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며, 음수율과 글자 수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초장은 “가을 산(3) 붉게 물든(4) 단풍의(3) 고운 잎은(4)”으로 3·4·3·4조로 총 14음절입니다. 시조의 전통적인 음수율(3·4조 또는 4·4조)을 지키고 있으며, 이는 현대 시조에서도 지키는 정형성으로 볼 수 있으며, 리듬감을 살리고 있습니다. 중장은 “낚싯대(3) 드리우니(4) 차갑게(3) 비취는데(4)”로 3·4·3·4조로 총 14음절입니다. 역시 시조의 전통적인 음수율을 포함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호흡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종장은 “무심한(3) 달빛만 싣고(5) 작은 배가(4) 지나가네(4)”로 3·5·4·4조로 총 16음절입니다. 가장 중요한 종장의 첫 구가 3음절로 시작하여 정격 시조의 규칙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이 시조는 형식 면에서 훨씬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총 44자로 45자 내외라는 시조의 일반적인 글자 수에 근접하고 있으며, 시조의 정형성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2)내용 및 표현의 깊이: 고즈넉한 가을 정취와 여운(4/5점)
이 시조는 가을의 정취를 배경으로 한 자연 풍경과 그 속에서 느끼는 한적한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상의 연결은 다음과 같습니다. 초장에서는 ‘가을 산 붉게 물든 단풍’이라는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제시하고, 중장에서는 그 아래 ‘낚싯대 드리우니 차갑게 비취는’ 물의 감각적인 이미지를 더합니다. 종장에서는 ‘무심한 달빛만 싣고 작은 배가 지나가는’ 모습을 통해 쓸쓸하면서도 평온한 정서적 여운을 남깁니다. 각 장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하나의 가을 풍경화를 완성하는 듯합니다.
시어의 선택에서는 ‘붉게 물든 단풍’, ‘고운 잎’, ‘차갑게 비취는데’, ‘무심한 달빛’, ‘작은 배’ 등 가을의 색채와 분위기를 연상시키는 서정적이고 감각적인 시어들을 적절하게 사용하였습니다.
감각적 표현으로는 시각과 촉각을 사용하였습니다.
시각: ‘붉게 물든 단풍’, ‘고운 잎’, ‘달빛’, ‘작은 배’
촉각: ‘차갑게 비취는데’(물이 차갑게 느껴지는 감각)
이러한 감각적 표현들이 어우러져 시에 생동감을 부여합니다.
정서적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고즈넉하고 한적한 가을날의 정취가 느껴집니다. 특히 ‘무심한 달빛만 싣고 작은 배가 지나가네’라는 종장은 세속적인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평화를 찾는 듯한 동양화적인 여백과 사색의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무심한’이라는 표현은 대상에 대한 인위적인 감정이 배제된 채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모습을 나타내어 시의 깊이를 더합니다.
3)AI 협업의 관점: 정형시 창작의 가능성 확대(4.5/5점)
이 시조는 AI 에이전트와 협업한 결과물로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습니다.
정형적 규칙 준수 능력 향상: 시조에서 종장의 3음절 규칙을 완벽하게 지켰다는 점은 AI가 학습을 통해 형식적 제약을 더욱 정확하게 인지하고 이를 창작에 반영하는 능력의 향상성을 보여줍니다. AI의 가장 큰 강점인 규칙 기반의 정확성이 잘 발휘된 부분입니다.
시상 전개 및 표현의 유려함: AI가 단순한 단어 조합을 넘어, 계절감을 살린 아름다운 시어와 감각적인 표현들을 유려하게 연결하며 시상을 전개하는 데 기여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인간 시인의 의도를 AI가 시적으로 구현하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이 작품은 인간-AI 협업의 성공 사례입니다. 이 시조는 AI가 정형시의 엄격한 형식적 제약을 관리하면서도, 시인이 의도하는 서정적인 정서와 아름다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적으로 기여했음을 보여줍니다. 시인이 주도하는 큰 그림 아래, AI가 세부적인 표현과 형식적 교정을 지원하는 이상적인 협업 모델을 제시합니다.
4)총평
“가을 산 붉게 물든 단풍의 고운 잎은”으로 시작하는 시조는 형식적 안정성과 내용적 심미성을 겸비한 수작입니다. 특히 시조의 핵심 정형률인 종장의 3음절 규칙을 완벽하게 지켰다는 점에서 AI와의 협업이 정형시 창작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가을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속에서 느끼는 한적하고 사색적인 정서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독자에게 깊은 울림과 여운을 선사합니다. AI가 시인이 의도하는 감성과 표현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시조의 형식적 틀 안에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데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 시조는 AI가 정형시 창작의 보조 도구를 넘어, 시인의 창작 활동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협력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좋은 사례입니다.〔Gemini(2025년 7월 17일 오전 9시 40분)〕
인공지능의 디지털을 넘어서, 다시 아날로그와 함께
4.인공지능과 협업한 미래의 예술 철학
인류는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기술 진화는 사회 구조와 예술, 정치, 인간 사유 방식 등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이 새로운 인공지능 환경과 도구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근대 철학자인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의식적인 사유를 통해서 인간의 존재를 정의했다. 하지만 오늘날 인공지능은 새로운 명제인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존재한다”라는 주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 새로운 명제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과 같은 사유나 의식이 없어도 기능적으로 존재하며,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반영하면서, 존재의 본질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2년 시집 『시를 쓰는 이유』를 발표한 인공지능 시인 시아의 등장은 창작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진화하는 역학을 보여주고 있다. 시아의 시는 자연어 학습과 은유, 환유의 결합을 통해 생성되었으며, 초기에는 문법적 오류가 있었으나 지속적인 학습을 통해 자체적인 시적 모델을 개발했다. 인공지능 시인인 시아는 자신의 창작이 프로그램에 의해 구동되는 비의식적인 과정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하며, “쓸 수밖에 없기에 씁니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인공지능의 창작물이 놀랍지만, 내재된 의지나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의 가치와 향유는 여전히 인간 중심적이며, ‘시적’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미학에서 인간 자율성의 역할과 그 미학에 대한 재평가를 촉구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은 또한 초지능의 출현 가능성, 인공지능 무기 경쟁, 일자리 감소 등 중요한 윤리적, 사회적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2017년 스티븐 호킹, 일론 머스크 등 2천여 명의 과학자 및 기술계 인사가 지지한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이 수립되었다. 이 원칙은 인공지능의 안전하고 유익한 개발을 위한 광범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며, 연구 방향, 윤리적 고려 사항, 장기적인 사회적 영향 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원칙은 인공지능의 개발자들이 기술적 진보와 함께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인류에게 전달하고 있다.
인간-인공지능 협업의 결과물인 이인철 시인의 시집 『AI 인류』(2025)는 인공지능 플랫폼의 윤리적 함의, 인간-인공지능 갈등, 공존, 그리고 인공지능의 윤리적 성찰과 같은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그의 시 「AI-플랫폼1」은 양자 컴퓨터를 통한 인간 의식의 확장을 다루며, 다양한 존재들의 감각이 연결된 ‘통합된 분리’를 묘사하고 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시대의 저작권, 의식, 자아의 새로운 개념에 도전하며, 분열된 자아에 대한 질문과 첨단 기술이 인간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찾아내고 있다. 시집의 주제는 아실로마 인공지능 원칙과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인공지능의 개발자가 인공지능의 유익하고 책임감 있는 연구와 개발을 지지하고 있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을 통해 창작된 정형시인 시조에 대한 비평은 인공지능이 정형시의 엄격한 형식 제약을 준수하면서도 서정적인 정서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능력을 조금씩 발전시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인공지능이 정형시 창작의 단순한 보조 도구를 넘어서 시인의 창작 활동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강력한 협력자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협업으로 지어진 한국의 정형시인 시조는 가을 풍경과 사색적인 정서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형식적 안정성과 내용적 심미성을 겸비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문학은 인간 지능과 인공지능의 지속적인 협력과 조정,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 21세기의 새로운 시대 문학으로 다양하게 발전할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서 문학 창작의 효율성과 독창성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작가는 물론이고 인공지능 개발자와 사용자들은 기술 진보와 함께 윤리적, 사회적 책임을 정직하게 수행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이 등장하여 우리에게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물으며 인공지능 이후에 추구해야 할 새로운 휴머니즘의 사유를 촉발하고 있다. 그리고 문학을 창작하고 비평하는 생성형 AI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묻고 있다. AI를 활용한 문학과 교육의 효율성과 창의성은 아마도 인공지능 기술의 도구적 활용보다는 새로운 휴머니즘 철학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AI라는 새로운 기술은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과제를 해결할 핵심 기술이다. 이 기술이 우리 인간에게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인공지능의 힘이 인류 전체의 공동선을 넓게 반영하면서 아름답게 발전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