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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폭풍 속에 둥지를 틀고 싶어하는 여자가 있었다

가난했다.부신 햇빛 속에서도 여자는 가난했다여자의 촉수들이 하나 둘 꺼져 갈 때뱀의 눈에서 피어나는 꽃들은노랗다, 빨갛다 여자의 속살처럼 하얗다바람이 불기 전부터몸이 흔들렸다승냥이처럼 보폭을 낮추는 바람의 진동은 여자의 발가락 끝에서 시작되었을까,시선 끝이었을까짐을 싸는 여자의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강이보따리 속으로 흘러든다.보따리를 적시는 물들이

  • 강신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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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구덩이

사랑했으나사랑을 몰랐네.죽음의 깊은 구덩이에내 몸을 내던졌지.죽음의 언저리,물이 없는 메마른 땅에서날살린것은오직주님의 손길이었네.꿈꾸던 요셉처럼,그 구덩이에서 간신히목숨을 건졌네.그리고 깊은 어둠 속에서잠자던 내 영혼이 부스스 깨어났네.성육신의 사랑,그 깊이를 배우기 시작했지.죽어야 비로소 사는그 십자가 언덕길을 알았네.구덩이 같은 인생,절망의 캄캄한 어둠

  •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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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월영교 연가

붙잡을 수 없었기에보낼 수밖에 없었던 사랑갈피마다 그리운 넋눈썹달로 젖어옵니다월광도 홀린 월영교우연히라도 만나고 싶은보일 듯 보일 듯이내 사라지는 실루엣호산(湖山) 명월에 꼬리 밟힌수줍던 사랑의 미로월광 소나타저토록 눈부신데 목메는 그리움 켜켜이 쌓입니다 스치는 바람으로도보고픈 사랑이제는시린 가슴 전율해도나만의 사랑인가요

  • 김춘식(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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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2024.12 670호 문어

끓는 물 속에연신 넣었다 뺄 때마다바다 깊은 곳으로부터동그랗게 몸을 말아 올리는 문어제사상에 올리니덤불 헤쳐 가며 피워올린어머니의 모란꽃 닮았다소곡주 한 잔 부어 올릴 때마다 행간 문 열고 나오는생전의 세로줄 손편지 말씀 빨판의 강력한 흡착력처럼 지방(紙榜)을넘어뇌리에 착 달라붙는다껌벅거린다이루지 못한 어머니의 바람 마고

  • 박선희(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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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2024.12 670호 희망을 열다

푸른 어둠초연하게은하수가득 메운 새벽처음처럼 날고 싶어별이 떨어진 곳을 향해 어둠에 몸을 씻고희망을 기다린다.파도는 떨림 속에얼음 같은 시간을 가르며 울먹이는 까만 현무암을 잠재우고조금씩 잊혀 가듯아쉬움은 바람에 씻기어 새길을찾는하얀 등대 ㅌ꿈과 욕망 사이로여명이 내려앉는다.선명한 불덩이 솟아파도 가르면흐르는 물

  • 길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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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해나루* 해변

갯바위는 파도가 친구랍니다아무도 찾지 않아도 파도만있으면 외롭지 않답니다농게랑 소라가 찾아오는별빛 찬란한 밤이면조용히 불러주는 파도의 노래에따개비는 굴껍데기를 베고 잠이 듭니다수평선 저 끝에 떠 있는 섬들이보였다가안 보였다가 또 보이면육지가 궁금하여 휘저은 물안개랍니다기다림이 없는 만남은 놀람도 없겠지만 오늘도 어제같이 기다림은파도의 약속이기에갯바

  • 황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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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 670호 파도

파도가 잠든바다는 외롭다바람이 불어 흔들어야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내가 바다에 가는 것은세상에서들을수없는말을듣고만날 수 없는그리움을 만나기 위해서다쪽빛 물결 넘실대는푸른 꿈들이 먼 길을 달려와갯바위에 드러누운 지친 그림자를 깨우고 소멸한다그 흔적 지우려무리 지어 피고 지는 해국 보랏빛 유혹에 가슴을 연다 비로소일어서는 아픔들 햇살

  • 염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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