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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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했으나
사랑을 몰랐네.
죽음의 깊은 구덩이에
내 몸을 내던졌지.
죽음의 언저리,
물이 없는 메마른 땅에서
날살린것은오직
주님의 손길이었네.
꿈꾸던 요셉처럼,
그 구덩이에서 간신히
목숨을 건졌네.
그리고 깊은 어둠 속에서
잠자던 내 영혼이 부스스 깨어났네.
성육신의 사랑,
그 깊이를 배우기 시작했지.
죽어야 비로소 사는
그 십자가 언덕길을 알았네.
구덩이 같은 인생,
절망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유일한 빛을 바라보며,
찬연히 부서지는 겸손을 배우네.
그 어두운 구덩이는
밤과 낮을 지나며
마침내 환한 복덩이로 변하네.
신비로운 사랑과
가없는 은총의 여정이어라.
침묵 속에서 어둠을
지향 속에서 빛을
관상 속에서 다시 한번
낮과 밤이 교차하는 그 구덩이는
절망의 옷 입고
밤마다 나를 새롭게 빚어내는
이토록 빛나는 신의 은총이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