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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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물 속에
연신 넣었다 뺄 때마다
바다 깊은 곳으로부터
동그랗게 몸을 말아 올리는 문어
제사상에 올리니
덤불 헤쳐 가며 피워올린
어머니의 모란꽃 닮았다
소곡주 한 잔 부어 올릴 때마다
행간 문 열고 나오는
생전의 세로줄 손편지 말씀
빨판의 강력한 흡착력처럼
지방(紙榜)을넘어
뇌리에 착 달라붙는다
껌벅거린다
이루지 못한 어머니의 바람
마고자 금 단추에 봉인한 채
아주 느리게
달 닮은 문어의 저 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