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2024년 11월 월간문학 2024년 12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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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했다.
부신 햇빛 속에서도 여자는 가난했다
여자의 촉수들이 하나 둘 꺼져 갈 때
뱀의 눈에서 피어나는 꽃들은
노랗다, 빨갛다 여자의 속살처럼 하얗다
바람이 불기 전부터
몸이 흔들렸다
승냥이처럼 보폭을 낮추는 바람의 진동은
여자의 발가락 끝에서 시작되었을까,
시선 끝이었을까
짐을 싸는 여자의 손가락을 타고 흐르는 강이
보따리 속으로 흘러든다.
보따리를 적시는 물들이
꿈틀거린다
바람의 흔적도 없는데,
비바람치는 그곳에서
여자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여자가 바다를 토하고
바다는 여자를 삼키는,
빨갛고 노란, 여자의 속살처럼 하얀 꽃들이
여자의 바다에서 자란다
햇볕이 따스하다
하지만 여자는 가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