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빠끔 고개 드는 시간온몸으로 뜨겁게 핀배롱나무 꽃그늘너른 팔걸이 아이들 의자 닮은느티나무 아래를 지나비가 오는 날빗줄기 욱여넣고 싶었던북적이는 축구골대 뒤고슬고슬 모래를지르밟는다아이들 재잘대는 교실 창문 밑봄부터 키를 재며 피어나던풀꽃들 움직임발바닥 간질인다
- 박재선
해가 빠끔 고개 드는 시간온몸으로 뜨겁게 핀배롱나무 꽃그늘너른 팔걸이 아이들 의자 닮은느티나무 아래를 지나비가 오는 날빗줄기 욱여넣고 싶었던북적이는 축구골대 뒤고슬고슬 모래를지르밟는다아이들 재잘대는 교실 창문 밑봄부터 키를 재며 피어나던풀꽃들 움직임발바닥 간질인다
빌딩 숲에 반 햇살로 연명한 많은 하늘이무심하여 내리던 꽃잎바람에 꽃잎새 웃음이 나도록 고웁다 바람에 너가 날아가기 전에전광판 위에 내려온다 사뿐히 사뿐히이사하기 위해 짐을 싸는 조팝나무, 목련, 장미, 철쭉응결한 무언의 꽃이 이삿짐을 싸기 시작했다 하늘과 나무에 걸린 사다리 그네를 타며부끄러워 숨어 있는 꽃 온몸으로 느껴지는자존감으로 다시 태어날 테니까
언제나 반갑다기다려진다네가 오기를보내달라는 소식 받고너를 보내기까지날마다 수없이 썼다가 지운다 못내 아쉬워 다시 쓴다빨리 보내야지 하면서마지막 날까지 머릿속에가슴속에 숨겨놓고 꺼내지 못한다 예쁘게 화장하고 잘 입혀 보내야지그렇게 다짐해놓고 평상복 차림의 너를 보낸다그마저 보내기 싫다 숨겨두고 나만 보고 싶다 남들의 시선이 부끄러워
보름달같이흐드러지게 핀 목련화조명으로 비춰주는 언덕에모락모락 김같이 올라온일밀리 싸이즈흰 꽃 노란 꽃 파란 꽃 군단 무수한 부하 거느리고아무리맡아보아도일밀리 향기를봉접이 찾지 못하는가혹한의 죽음에서 소생한 땅꼬마 봄 왔다고 좁쌀 같은 꽃 피워 알리는 그분의 전령들보면 볼수록 피조 세계 황홀하도다
엄마는 곧 흙이 되리란 걸 알았다 평생을 흙과 살아온 그녀에게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지치고 힘들었는지차에서 내리자마자화단의 흙을 한줌 쥐고는 코를 킁킁거렸다 환하게 펴진 주름과 눈이 웃고 있었다킁킁 흙에 뿌리내린 철지난 냉이 냄새가 누구도 위로할 수 없던 엄마를 따뜻이 맞이했다 그리고 흰 눈이 내리던 겨울날그녀는 아무 말 없이 흙으로
이 한 몸 바쳐우리 가정에 행복이 온다면 기꺼이 바치리이다이 한 몸 바쳐사회의 정의와 질서가 바로 선다면 기꺼이 바치리이다이 한 몸 바쳐조국의 평화와 통일이 온다면 기꺼이 바치리이다
순수한 영혼은누더기를 걸친 채 아름답게 빛나고 거죽에 상관없이 맑은 채로 살아간다네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흐르며 내는 소리도 청아하니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도 그저 맑을 뿐이라네오늘도 맑은 영혼과 말로써 영롱한 시간을 보내고 해진 이불을 덮고 누울지라도 족히 여기는 그의 마음은 천상의 것과 같을 뿐이라
아직은영원히 잠들었다 말하지 마라 꽃수레 단상 높이나 의젓하게 올라앉아그대들 굽어보노라누가 시간을 금 그을 수 있겠는가 생명의 경계를어찌 죽음이란 단어로 다 설명할 수 있겠는가 오로지 태초부터 시작된뫼비우스의 띠나는 지금 생명이라 말하는 너울 슬쩍 벗어들고 너희가 삶이라 이름 한 무대 저편에서리허설 없는 공연 말없이 바라볼 뿐 흐느끼듯 이어지는 위령기도 소
불면이라는 유혹에 사로잡혀오늘도 눈꺼풀은 안주를 못해멍하니 아래위만 껌뻑거리고망설임은 별빛 너머 새벽으로 간다타원형의 하얀색을 만지락거리며거부하는 갈비뼈를 바라보는 눈동자 온종일 흑과 백 사이에서 갈등했던 사람들과 옳고 그름의 경계선을 넘나들던 시간이 바람에 날아가거나 내려앉는 하루겨울 강에 불어대는 싸늘한 바람이 창문 틈사이로 스며들고찬란하게 빛나던 태양
고래 뿔나면 곧추선다고래 곧추서면 바다는 눕는다 검은 바다는 뒹굴며 몸부림치다가 거품 물고 눈 뒤집으며 악악거린다 고래에 깔린 바다는 헐떡이며 대지를 향해 뛰어간다고래는 바다의 나무다고래는 바다의 숨구멍이다고래 곧추서면 바다는 숲이 된다고래 곧추서면 바다는 생명을 태동한다고래 없는 바다는 죽음이다고래 없는 바다는 죽음만을 낳는다고래는 바다의 생명이다고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