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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혁명을 꿈꾸다

나는 혁명을 꿈꾸었다지난 봄날의 일이다수선화 새순이 동토를 뚫고 얼굴을 내밀 때혁명은 이런 것이구나 하였다문명에 오염된 사람들생태계 파괴가 몰고 온 열기만큼이나자본이라는 거대한 열기로 전 지구는 들끓고 21세기의 인간 세상은 여전히 전쟁통이다사람 목숨보다 이념을 우선시하고자신들의 이념을 관철시키기 위해온갖 술수가 동원되는 세상살상무기의 효율을 경쟁

  • 김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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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휴대폰

검은 사각장난감 같은지갑처럼 수첩처럼손안에 쏙 들어와 좋은 네가언제부터인가영리했던 나를바보 멍청이로 만들기로 작정했는지 누르기만 하면알아서 척척 해결할 테니걱정하지 마란다.그러다 보니이젠 너 없이는심심하고답답하고불안하고정신이 빠져나간 것 같아 멍해진다.이러니너를 가지게 된 것이행운인지기회인지후회인지는 모르지만누가 뭐라 해도 소통의

  • 황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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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또다른 소통

관심과 파장이 드세게 밀어 닥치는 황톳길을 맨발로 걸었다조금 차갑기는 하지만 그런대로소통이 순조로운 듯거부감이 없다발을 내디딜 때마다 밟히는황토흙의 입자들발바닥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부드럽게 해준다언제부터였더라내 생각의 전두엽을 짖눌러 대던고집스러움,다 내려놓기로 한다버릴 건 버리고 채울 건 채워서맨발걷기로 나와소통하기로 한다. 

  • 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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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산다는 것도

산다는 것도죽는다는 것도각기홀로 견디는 것이다이 가을 떨어지는 나뭇잎조차 제각기홀로 떨어진다삶이 홀로 태어나아무리 서로 서로사랑한다 해도나뭇잎들이 우수수지는 모습을 보라떼로 떨어지는 것 같이 보여도 결국홀로 땅에 닿는 것산다는 것도죽음을 향해 한 발자국 씩내딛는 것그대여잠시라도우리 서로 손을 잡고 걷지 않겠는가그대의 외로움이내 곁

  • 이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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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9 667호 대나무

욕심내서 쓰이고자 함이 없으니속을 채워 뭣 하나,항상 푸르르면 족할 것을고운 단풍 시샘하랴.천 년을 묵었어도 바랜 데 하나 없이 단청 입어 고운 절집에 내려앉은푸른 그늘이나 되어야지.속은 비었으되,꺾일 일 바이없고옹이질 일 안 했으니굽혀 사죄하겠는가.낮은 데로만 흐르면서물빛 맑은 강이 되듯사는 일 순리에 맡겨두고그리운 이나 기다리는 석상이면 어떠리

  • 홍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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