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문학 월간문학 2024년 10월 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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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하면 떠오르는 지역이 있다. 바로 옹도 여행이다. 옹도는 물살이 세고 해상 유속이 빨라 진도의 울들목 다음으로 꼽힌 유명한 지역이다. 물이 빙글빙글 돌며 흐르기에 하늘이 물길을 허락해야 갈 수 있는 섬으로 섬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은 별표 5개로 난이도 최고점이라 부르고 있다. 섬여행 투어를 진행 중인 나는 옹도 땅을 밟아보려고 유람선을 운항하는 선장님에게 출항 신청을 했더니 드디어 3개월 후에 연락이 왔다. 출항 가능한 날짜, 함께 여행할 여행자의 전화번호, 태안으로 찾아오는 길, 숙박 편한 호텔, 태안의 맛집까지 꼼꼼히 신경써서 편의를 제공해 주셨다. 선장님의 호텔주숙을 더치페이해서 여행경비를 아끼라는 배려로 느끼며 서울에서 오신 여행자와 만나 태안의 호텔에 함께 묵으며 섬여행 투어를 시작했다.
여행작가인 한비야를 롤 모델로 삼고 여행작가를 꿈꾸며 세계여행에서 삶을 즐기는 문영님, 두비아로 자칭하며 영남 알파스 9봉을 완등하고 2022년에는 <세계자연유산 숨길 원정대>에서 활약한 40대의 여 등산대원이다. 용모도 한비야와 닮은 점이 많아 나는 이름 대신 두비아로 부르고 카카오톡과 연락처에‘여행 짝꿍’이라고 입력했다. 처음 만난 인연이었는데 우리는 약속한 듯이 서로에게 선물을 준비했고 선장님에게도 준비해온 선물을 보며 섬 여행을 하니 바다의 넉넉한 마음씨를 닮아 간다고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을 보냈다. 여행과 삶 이야기로 하룻밤을 뜬눈으로 보내고 이튿날 출발하려는데 유람선 선장님이 이른 아침에 태안 호텔까지 마중 나오셨다. 선장님은 20km 길을 운전하며 우리를 좋은 날씨를 선택한 날씨 요정들이라고 위트까지 해주셨다. 섬사람들은 파도가 없는 좋은 날을‘바다에 장판 깔았다’고 표현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런 특별한 날씨이니 바다가 주는 선물을 맘껏 받으라고 하셨다.
안흥항에 도착하자 선장님은 유람선 최종 점검, 배표 발권, 예약 전화 기록지와 승선인원을 확인하며 바쁘게 보내면서도 우리처럼 섬 여행 투어를 다니는 이광경이라고 부르는 여행객을 소개해서 세 사람은 한 팀으로 합류했다. 오늘 90명 탑승자 중에서 홀로 여행을 떠난 사람이 34명이란 통계를 들으며 우리는 모두 놀라움으로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나는 혼자하는 여행을 자신의 시간을 즐기는 최고의 놀이로 시간과 약속 제한 없이 자신만의 생각으로 그리는 그림이라며 내성적인 나의 성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마음이 가는 대로 이곳저곳 자유롭게 여행했는데 오늘은 3명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하니 함께하는 여행을 즐기기로 했다.
승선 정원이 92명인 뉴그랜드호 유람선을 운항하는 선장님은 옹도섬 가이드까지 일인 다역으로 진행하며 80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에너지가 넘쳐흘렀다. 섬 모양이 항아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옹도라고 불렀다는 소개를 시작으로 안흥항에서 옹도 선착장까지 12km,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15분, 다시 안흥항까지 40분, 옹도섬 체류 1시간을 선장님은 수학문제 모범 답안지처럼 완벽하게 계산해서 공유하시고 여행 꿀팁까지 자세히 안내하셨다. 돌아올 때는 가의도와 독립문 바위, 지질해설, 해녀들의 이야기도 하시고 중간중간 센스 있는 유머와 퀴즈풀이까지 해주셔서 섬이 품은 보물로 알려진 옹도섬의 구석구석과 베일에 가리워진 속살까지 알게 되었다.
옹도섬의 신비한 절경과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풍경에 도취되어 혼자 여행에서는 찍지 못했던 포즈 사진을 맘껏 찍고 맛집에서 신선한 회와 찜을 넉넉히 주문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사진을 감상했다. 사진을 전달하려고 전화번호를 저장했더니 이광경 님의 프로필과 카카오 스토리를 보며 깜짝 놀랐다. 이병영 기자님의 기사와 시사 코리아뉴스 최성룡 기자님 김현정 인권 기자님의 기사를 읽으며 깊은 감동과 함께 이광경 님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어갔다. 금년에 57세인 이광경 님은 요양보호 사, 노인심리 상담사 등 15종의 자격증을 취득한 현직 경찰관으로 슈퍼 히어로, 인권 경찰, 민중의 지팡이로 소개되어 있었다.
1987년 첫 헌혈을 시작해 2020년 200회 헌혈로 대한적십자 명예전당에 오르고, 사회봉사활동 349회에 1491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왔다. 200 회 이상 헌혈하고 10년간 모아온 헌혈증 100매를 백혈병소아암협회에 기증하고 나머지 헌혈증을 전부 경관 동료들에게 기증하고 근무시간 외에는 복지관 무료 급식소에서 나눔봉사로 남을 위해 살아가는 날개가 없는 기부천사였다. 33년 동안의 헌혈과 자원봉사 정신은 정부의 인정을 받아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러운 칭찬대상, 대한적십자 헌혈 유공자 명예대상, 나눔 헌혈 200회 명예대장, 국무총리상인 모범 공무원, 6월 14일 세계헌혈자의 날에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장, 경찰의 날에는 경찰청장님의 표창장을 수여 받았다. 누구나 다 할 수 있지만 용기내서 하기 어려운 헌혈과 나눔에 대한 사랑은 상상을 초월하는 천사라는 이름이 밑받침 되지 않으면 도저히 이룩될 수 없는 거룩한 기록이었다.
건강을 유지해야 더 많은 헌혈과 나눔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금주와 금연은 물론이고 국내외 산을 등반하는데, 200대 명산 중 이미 180 개를 등반하였고 나머지 20개와 섬여행 투어로 체력관리에 심혈을 쏟는 기적의 주인공이었다. 옹도에서 이 시대의 귀감인 천사님과 만났으니 반가움으로 가슴이 뛰었다. 3명 중에서 두 명이 아프리카의 최고봉인 킬리만자로, 네팔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후지산, 백두산, 태산 등을 완등해서 기념주화 받고 한자 1급 자격증 프로답게 당당한 중국어로 유창하게 대화하는 두 사람을 보며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튀어 나 왔다. 지금까지 헌혈 한 번도 못하고 중국인으로 수도인 북경에도 방문 못했으니 내가 한없이 작아지고 부끄러웠던 하루였다. 두 여행자의 이 야기는 어마어마한 파도의 위력과 거대한 소용돌이처럼 내 가슴속에서 파도치고 낯선 세계의 미래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 것만 같았다. 혼자 다니던 여행을 고집하던 이번의 옹도 여행은 함께하는 여행의 설렘과 즐 거움으로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슴이 넘치도록 힐링 받은 색다른 여행이었다. 우연하게 만났던 인연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나의 작고 막혔던 가슴에 활력을 받은 비타민이었고, 옹도 바다가 주는 특별 보너스였다.
바다를 디자인하는 따뜻하고 인정미 넘치는 선장님, 여행작가의 꿈으로 세계라는 넓은 무대를 주름잡는 두비아 님, 헌혈 봉사왕인 이광경 경위님은 내가 옹도 땅에서 만났던 천금을 주고 살 수 없는 빛나는 보 물이었다. 이번의 함께하는 여행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혼자가 아닌 다른 동행자의 생각과 꿈을 알아가는 시간이었고 스토리가 있는 재미있는 여행이어서 눈과 귀, 입이 호강했던 신비한 섬 투어였다. 옹도땅을 떠나며 우리는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바다, 파도, 등대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에는 바다처럼 넓은 감성을 지닌 환한 얼굴들이 웃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의 눈앞에는 하얀 등대가 티비 속의 화면처럼 스쳐가고 다가오고 있었다. 어두운 세상에 불 밝히는 등대 같은 사람들, 나도 누군가의 등대가 되어 하루하루 빛나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