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알카비 그는 아랍에미리트 왕족이라 했다. SS병원 19층 특실에 간병인 자격으로 찾아갔다. 간호사실에서 잠시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무슬림 기도 시간에는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린 후 통역사로 보이는 예쁜 여성과 함께 병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반 병실과는 달리 넓고 쾌적했으며 조망도 좋았다. 통역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사람은 환자
- 남성대
무함마드 알카비 그는 아랍에미리트 왕족이라 했다. SS병원 19층 특실에 간병인 자격으로 찾아갔다. 간호사실에서 잠시 기다려줄 것을 당부했다. 무슬림 기도 시간에는 방문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참을 기다린 후 통역사로 보이는 예쁜 여성과 함께 병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반 병실과는 달리 넓고 쾌적했으며 조망도 좋았다. 통역인으로부터 소개 받은 사람은 환자
내 고향 함평바다억만년 출렁대면서도여직 숨 고르고 있는 함평바다돌아서면 눈물 났다밤하늘 쳐다보며 소매 적시던열일곱 소년그 눈물의 가치는 얼마였을까멀리 소금밭 너머 파도를 재우고텅 비어 있던 배고픈 함평바다돌아서면 눈물 났다고장 난 나침판처럼아직도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쉼없이 떠도는 저녁별처럼메밀꽃길안개 속 하얀 메밀꽃길이새벽이슬에 젖어 있다왜 이슬은, 우리들
겨울이 되면 신바람 났던 유년 시절의 추억이 생각난다. 한겨울에 삭풍이 매섭게 불고, 흰 눈으로 세상을 덮으면 인가에 참새, 꿩, 노루 등이 찾아든다. 우리들은 참새 잡기에 빠진다. 참새 잡기란 먹는 재미보다는 호기심으로 머리를 써서 잡으므로 상당히 슬기로워 오졌다. 헛칸 바닥에 벼 이삭을 몇 주먹 뿌려 놓고 발채를 덮은 후 이 발채를 막대기로 받치고, 막
평생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성실하게 노래하며 사는 것, 불의에 결탁하지 않고 정의롭게, 사는 데 게으르지 않고 사는 그런 삶에 대해 평생문안 올리는 마음으로 시를 쓰고 읽으며 산다. 인간은 내일보다 오늘에 더 진솔해야 한다. 사실 한 치 앞을 모르고 사는 것이 인간사 아닌가.2016년에 그간의 고통을 이겨낸 실화를 토대로 쓴『저질러야 성공한
초등학교를 학령보다 두 살 아래인 6살에 입학했다. 6·25 전쟁 중이었고 학기가 시작되고 한참 지난 뒤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해방 이후부터 진주사범학교에 교사로 근무하셨던 어머니께서 진주사범 부속 국민학교에 나를 입학시키실 때는 출퇴근 때 학교에 데리고 다니다가 그 이듬해 유급을 시킬 생각이셨다. 1학년이 끝나고 유급 신청을 하러 어머니와 함께 학교에 가
물때가 바뀌는 4월의 함평바다는 조차 때마다 파란 파래가 물가에 팔랑였다. 어린 나는 늘 배가 고팠다. 날마다 밤마다 막연한 꿈을 꾸며 마냥 이 가난한 고향이 성에 차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넓은 광야에 뛰쳐나가 새로운 역사를 마음껏 펼칠 수 있을까 마음속으로 불을 지피고 있었다.어느 날 야밤에 어떤 할머니 치마폭에 숨어 무임승차로 호남선 밤 열차에 올랐다
국가의 첫 번째 자산은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국가는 국민이 있어야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중요한 첫 번째 자산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심각한 일이다. 이제는 OECD국가 중 최하위라고 한다. 정부에서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해마다 출산율은 줄어들고 있다. 출산도 자유이므로 대책이 어렵다. 결혼하면 아들을 낳아 가문의 대를 잇던 가부장제
평소 친구가 사용했던 번호여서 반갑게 받았는데 뜻밖에도 부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아침 남편이 생을 마감했다는 다급한 톤의 목소리에 무척 황당해져 버렸다. 그 무렵 주말에 그가 입원한 B대 병원에 가보기로 하였는데 어처구니없이 그렇게 떠나버렸다니 도무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학창 시절 무전여행이랍시고 군용텐트를 지고 여기저기에 돌아다니면서 많은 추억거
미국에 사는 오빠는 올케언니 장례식 동영상과 함께 소천소식을 전해왔다. 갑작스런 일이라 놀라움으로, 함께 나누었던 시간과 대화를 떠올리며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문득 지난 일들이 그리워진다. 두 살 터울의 오빠는 고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 가서 긴 세월 떨어져 살았다. 한인교회에서 만난 여성과 약혼한다며 편지를 보내오고 그때부터 반대하는 부모님의 입
나는 현재 나의 모교 강릉제일고 역사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이를테면 역사관 큐레이터로 봉사하는 일이다. 새로 부임해 오신 교장선생님께서 부임한 지 1주일 되던 날 내게 부탁의 말씀이 있다며 면담을 요청해 왔다. 만나보니 축구선수들에 관한 이야기다. 축구선수들의 모교애(母校愛)가 도무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신임 교장선생님은 예전에 우리모교에 교사로